겨울의 뇌건강과 뇌과학 : 세로토닌 결핍, 뇌신경의 각성, 뇌졸중의 경고

겨울의 뇌건강과 뇌과학 : 세로토닌 결핍, 뇌신경의 각성, 뇌졸중의 경고

빛과 추위 사이, 겨울철 뇌가 직면한 세 가지 도전과 생존 전략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의 문턱에 다다르면 세상의 채도와 온도는 동시에 낮아진다. 이는 단순한 계절 변화가 아니다.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지도와 혈관의 압력계가 뒤흔드는 거대한 생리적 사건이다. 

햇살의 양은 기분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의 분비와 직결되고, 피부를 파고드는 추위는 뇌의 각성 시스템을 자극하는 동시에 치명적인 뇌졸중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 겨울의 문턱에서 우리 뇌가 직면하는 세 가지 변화를 뇌과학적으로 짚어본다.


▲ 겨울의 뇌건강과 뇌과학 : 세로토닌 결핍, 각성의 역설, 뇌졸중의 경고


빛의 소실과 세로토닌: ‘계절성 우울증(SAD, Seasonal Affective Disorder)’의 생화학

‘겨울을 탄다’는 표현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명확한 생화학적 반응이다. 핵심은 햇살과 세로토닌의 관계다. 세로토닌은 기분 조절·수면·식욕을 관장하는 핵심 신경전달물질로, 그 합성과 분비는 망막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에 크게 의존한다. 일조량이 줄면 시상하부의 시교차상핵(SCN, Suprachiasmatic Nucleus)이 이를 감지하고, 이 신호가 세로토닌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병원 연구팀이 JAMA Psychiatr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겨울철에는 세로토닌을 재흡수하는 단백질인 ‘세로토닌 운반체(SERT)’의 밀도가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뇌는 이미 부족한 세로토닌을 더 빨리 회수해버려 실제로 이용 가능한 세로토닌 농도는 더욱 낮아진다. 이 결핍은 우울감·무기력·탄수화물에 대한 강한 갈망을 유발하며 계절성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경우, 202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약 97만 7천명이었고, 그중 11월 환자수가 약 45만 5천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우울증 환자가 급증한다는 계절적 패턴을 보여준다. 이 시기에 유난히 예민해지거나 우울감과 피곤감이 느껴지고 과식을 하게 되었다 이 시기를 지나 호전된다면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추위의 역설: 뇌의 각성 시스템을 깨우는 자극

겨울의 ‘추위’는 뇌에 양날의 검처럼 작용한다. 한편으로는 뇌를 깨우는 강력한 자연 자극이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 수용체에 닿는 순간 이 신호는 뇌간 깊숙이 위치한 청반핵(LC, Locus Coeruleus)으로 전달된다. 청반핵은 뇌 전체에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을 공급하는 중심으로, 이 신경전달물질은 ‘투쟁-도피 반응’을 유도하며 즉각적인 각성 상태로 전환시킨다.

이른 새벽의 찬 공기나 차가운 물 세수는 바로 이 ‘청반핵-노르에피네프린 시스템(LC-NE system)’을 활성화한다. 이는 세로토닌 저하로 인한 무기력감을 상쇄하며 정신을 맑게 하는 효과를 낸다. 이처럼 적당한 추위 자극은 신경회로를 다시 각성시키는 ‘호르메시스(hormesis)’ 원리의 예다. 호르메시스는 적당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신경회로를 깨우고 적응력을 키우는 생물학적 반응이다. 


치명적 위험: 뇌졸중을 부르는 급격한 혈관 수축

겨울의 추위는 동시에 뇌혈관의 최대 적이 된다. 기온이 급강하하는 아침, 뇌졸중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추위에 노출되면 말초혈관은 체온 유지를 위해 급격히 수축한다. 이때 혈관이 좁아지면 저항이 커지고 혈압이 급상승한다.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로 인해 혈관 벽이 약한 이들은 이 순간 극심한 압력 변화로 인해 혈관이 터지거나(뇌출혈), 막히는(뇌경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 발생률은 기온이 내려가는 10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1월에 정점을 찍는다. 특히 일교차가 10도 이상이나 전날 대비 기온이 5도 이상 떨어지는 날은 위험도가 현저히 높다.


‘깨우기’보다 ‘보호하기’가 먼저다

겨울철 뇌는 세 가지 상반된 과제와 마주한다. 첫째, 빛 부족으로 인한 세로토닌 결핍(우울)이다. 둘째, 추위로 인한 각성 시스템 자극(명료함)이다. 셋째, 혈관 수축으로 인한 뇌졸중 위험(위기)이다. 따라서 겨울철 뇌 건강의 핵심은 이 세 가지 요소를 균형 있게 관리하는 데 있다.

가능하면 오전 햇볕을 쬐어 세로토닌 합성을 촉진하자. 광선치료기나 비타민 D 보충 역시 대안이 될 수 있다. 뇌의 각성을 위해서는 제어된 추위 노출을 활용하되, 급격한 온도 변화는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머리와 목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것이 뇌혈관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첫걸음이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신재한 교수는 “겨울의 뇌는 ‘빛’이라는 영양분은 부족해지고 ‘추위’라는 스트레스는 높아지는 이중고를 겪는다. 겨울철 뇌 건강 관리의 핵심은 보온과 채광으로 특히 아침 운동은 해가 떠 있는 따뜻한 낮 시간에 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 뇌관리는 뇌를 깨우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장인희 객원기자 heeya717@gmail.com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뉴스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