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원의 뇌기반 심리상담 이야기 4편] 뇌를 움직이는 이야기의 힘, 스토리텔링

[오주원의 뇌기반 심리상담 이야기 4편] 뇌를 움직이는 이야기의 힘, 스토리텔링

오주원의 뇌기반 심리상담 이야기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정보를 이야기 형태로 전달하는 방법이다. 단순한 사실이나 개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흐름을 만들고 인물과 감정을 포함시켜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토리텔링은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청자의 감정과 상상력을 자극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사건의 흐름을 함께 느끼고 경험하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다. 예를 들어, 역사적 사건인 ‘후추 전쟁’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옛날, 아주 먼 나라에서 후추라는 작은 향신료가 아주 큰 가치를 가지고 있었어요. 이 후추는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주고, 사람들의 건강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었죠. 그런데 후추가 아주 귀했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후추를 손에 넣기 위해 싸웠어요.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유럽에서 후추를 손에 넣고 싶어서, 배를 타고 먼 바다를 건너가 다른 나라로 향했어요. 그들은 아시아, 특히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후추를 사서 유럽으로 돌아오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두 나라는 바다를 가로지르며 후추를 차지하려고 했죠. 

하지만, 네덜란드와 영국도 후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들도 바다를 건너 후추를 차지하려고 했죠. 네덜란드와 영국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배를 막기 위해 후추전쟁을 벌였어요! 이 전쟁은 후추를 얻으려고 벌어진 전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후추전쟁’이라고 불렀어요.”

이처럼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청중이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고 그 이야기에 감정을 담아내게 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후추가 얼마나 중요한 자원으로 여겨졌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진 전쟁이 세계의 역사와 무역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은 후추전쟁을 단순한 전쟁이 아닌, 향신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했던 한 시대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메시지를 감정적으로 깊이 각인시키는 힘을 가진다.


스토리텔링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아이들에게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이유는, 스토리가 아이들의 사고방식과 감정적 발달에 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은 아이들이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상상력과 창의성도 자극한다. 이러한 과정은 아이들의 두뇌가 활발히 움직이게 하며, 감정적, 인지적 발달을 동시에 촉진한다.

스토리텔링을 할 때, 뇌에서는 다양한 영역이 활성화된다. 우선, 이야기를 듣거나 말할 때 언어를 처리하는 뇌의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이 활성화된다. 

이 영역들은 언어의 이해와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인식하고 공감할 때는 뇌의 편도체와 대뇌변연계가 활성화되며, 이는 감정의 인식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쓰러진 백설공주를 듣는 동안, 아이들의 뇌는 등장인물의 감정에 반응하며, 그들의 고통과 괴로움을 공감하게 된다. 이때 편도체가 활발히 작용하면서, 아이들은 감정을 깊이 느끼고,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 

또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과정에서 두정엽과 전두엽이 활성화되어 아이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창의적 사고를 한다. 이러한 뇌의 활성화 과정은 아이들의 인지 능력뿐만 아니라 감정적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토리텔링 관련 연구

스토리텔링이 아동에게 미치는 뇌과학적 영향을 다룬 연구 중 하나는 뇌성마비 아동을 대상으로 다감각 스토리텔링 기반의 활동중심 중재가 아동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이다. 

연구에 따르면, 다감각 스토리텔링은 아동들이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고, 감정을 더 잘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연구는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요소를 포함하여, 아이들이 이야기를 듣고, 그 내용을 손으로 만지거나, 목소리의 변화를 듣고, 이야기 속 상황을 몸으로 표현하도록 유도했다. 

예를 들어, 아동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후, 특정 장면에서 아동들이 그 장면을 재현하게 하거나, 등장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감정을 체험하며,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을 개선하게 된다.

이 연구는 스토리텔링이 단순한 언어적 학습을 넘어, 아동의 정서적 반응과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감각적 접근은 아이들이 이야기 속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깊게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연구의 결과는 스토리텔링이 아동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하며, 특히 감정 인식과 사회적 기술 향상에 효과적임을 입증한다.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적용할 것인가?

교육현장에서 스토리텔링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려면 몇 가지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이야기를 보다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그림책, 동화, 오디오북, 영상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특히, 시각적 자료는 아이들이 이야기 속 장면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아이들이 직접 이야기 속 역할을 맡고, 등장인물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역할극을 시키거나,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보게 하는 활동을 통해 그들은 스토리텔링의 능동적인 참여자가 된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은 창의적인 사고를 발휘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교육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적 교훈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어린 왕자'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중요한 가치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연결시킬 수 있도록 돕고,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토리텔링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재미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정서적 발달과 인지적 능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도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아이들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그 세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글. 오주원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뇌기반심리상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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