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원의 뇌기반 심리상담 이야기 8편] 뇌건강 촉진하기(SEEDS): ② 운동

[오주원의 뇌기반 심리상담 이야기 8편] 뇌건강 촉진하기(SEEDS): ② 운동

오주원의 뇌기반 심리상담 이야기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킬로미터를 걷고 뛰며 살았다. 사냥을 하거나 열매를 채집하면서 신체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사용해온 것이다. 농경사회로 넘어온 뒤에도 사람들은 밭을 갈고 물을 길으며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런데 자동차와 스마트폰, 컴퓨터가 일상을 지배하는 현대에 들어와 우리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문제는 우리의 몸과 뇌가 여전히 옛날 방식, 즉 움직이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움직임이 줄어들면 온몸의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신경회로도 점점 무뎌지면서 뇌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움직임 부족은 비만과 당뇨 같은 만성질환뿐 아니라 불안과 우울 같은 심리적 어려움까지 불러온다.


운동이 뇌건강에 좋은 이유

그렇다면 왜 운동이 뇌 건강에 그렇게 좋을까? 복잡한 의학 용어를 쓰지 않고 쉽게 풀어보자. 운동을 하면 뇌에서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뇌유래신경영양인자)’라는 특별한 물질이 분비된다. 

BDNF는 신경세포의 성장과 생존을 돕는 단백질로 뇌에서 분비되는 영양 물질을 일컫는다. 이 물질은 마치 뇌에 비료를 주는 것과 같아서 뇌세포가 더 잘 자라고 튼튼해지도록 돕는다. 그래서 BDNF를 ‘뇌의 기적 성장물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운동은 뇌 속에서 새 뉴런을 만드는 ‘신경생성’을 촉진하고, 뇌가 더 유연해지도록 돕는 ‘신경가소성’을 높인다. 덕분에 운동을 하면 기억력도 좋아지고, 치매 같은 뇌질환 위험도 낮아진다. 

뿐만 아니라 운동은 산소와 영양분을 뇌로 더 많이 보내 주기 때문에 뇌가 더 활발히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운동을 하면 심장이 더 힘차게 뛰고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면서 산소가 풍부한 혈액이 뇌로 더 많이 공급된다.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관으로, 몸무게는 2%에 불과하지만 산소는 20~25%나 소비한다. 산소는 뇌세포가 포도당을 태워 에너지를 만들고, 뇌 기능을 유지하고 신경신호를 주고받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운동으로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면 뇌는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만들고, 노폐물도 빠르게 제거해 피로를 줄이며 집중력과 감정조절 능력을 높인다. 

운동이 몸과 뇌에 좋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운동이 심리 건강에도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주는지는 여러 과학 연구를 통해 더 잘 증명되고 있다. 예를 들어, 듀크대학교(Duke University) 연구에서는 운동이 항우울제(설트랄린)만큼이나 우울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6개월 동안 참가자들을 관찰했는데, 운동을 한 그룹은 재발률이 50% 이상 감소했다. 심지어 약과 운동을 병행한 그룹보다 운동만 한 그룹이 더 나은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핀란드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일주일에 2~3회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우울, 분노, 스트레스가 현저히 낮았다. 같은 연구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냉소적 반응과 불안도 적었고, 더 외향적이며 정서적으로 건강한 경향을 보였다. 이는 운동이 단순히 몸만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서와 대인관계 성향까지 통합적으로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학적으로 보아도 운동은 몸의 염증을 줄여 마음을 가볍게 한다. 우울증은 몸속에 은근히 지속되는 만성적인 염증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특히, 유산소 운동은 몸속 염증성 사이토카인(IL-6, TNF-α)을 줄이고 항염증 물질을 증가시켜 몸과 마음이 덜 무겁도록 돕는다. 또한 만성 스트레스로 인해 과도하게 작동하는 HPA 축(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을 안정시켜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을 조절한다. 그 결과 불안과 예민함이 줄고, 평온함을 되찾게 된다. 

이처럼 유산소 운동은 뇌의 혈류를 증가시켜 산소와 영양 공급을 원활히 하고, 뇌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활발히 만들어 인지 기능과 감정 조절 능력을 키워준다. 걷기, 가볍게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어떤 유산소 운동이든 좋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실제로 주 3~5회, 30분 정도의 중등도 유산소 운동을 12주 이상 지속했을 때 항우울제 복용과 비슷한 수준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몸과 마음과 뇌를 함께 보는 심리치료의 새로운 흐름

요즘 심리치료의 방향도 이러한 통합적 관점을 점점 더 강조하고 있다. 뇌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몸이 없으면 마음도 없다(There is no mind without the body)”고 말했으며, 피터 레빈(Peter Levine)은 트라우마 치료(신체 심리치료: Somatic Experiencing)에서 몸의 감각을 다시 깨우는 것이 치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프리츠 펄스(Fritz Perls) 그리고 요가나 움직임 명상을 접목한 다양한 심리치료 기법들이 각광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마음은 더 이상 머릿속에서만 다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몸이 곧 마음이며, 몸의 움직임과 감각을 통해 뇌가 바뀌고 정서가 회복되는 이런 통합적 치료가 이제 심리치료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이제 심리치료도 몸과 마음과 뇌를 함께 돌보는 통합적인 흐름으로 가고 있다. 마음만 따로 떼어 치료하거나 몸만 돌보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담에서 호흡과 명상, 움직임을 병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몸이 바뀌면 마음이 달라지고, 마음이 달라지면 생각과 행동이 달라진다. 앞으로의 심리치료는 더 이상 마음만 따로 보지 않을 것이다. 뇌를 중심에 두고 몸과 정서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새로운 치료의 기준이 될 것이다.

최근 필자가 상담하는 내담자들에게도 실제로 땀을 내며 몸을 움직이고 걷는 과제를 주었을 때, 단순히 이야기만 나누었을 때보다 훨씬 더 빠르고 깊은 변화를 보이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몸을 바꾸는 작은 실천이 마음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을 눈앞에서 확인할 때마다, 역시 움직임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고도 강력한 치유의 시작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우울한 기분이 자주 찾아온다면, 오늘 당장 운동화를 신고 집 앞을 걸어보자. 가슴을 활짝 펴고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몇 걸음만 걸어도 뇌와 마음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 작은 움직임이 뇌를 살리고, 다시 삶을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만드는 가장 자연스러운 첫걸음이 되어줄지 모른다.

글. 오주원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뇌기반심리상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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