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장년 뇌건강 심각, 89.9%가 트라우마 경험

한국 청장년 뇌건강 심각, 89.9%가 트라우마 경험

트라우마 지원 프로그램은 다빈도 트라우마에 대한 전문성 강화와 인구집단 간 차이 기반으로 한 특화 필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이태수)이『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 제417호 ‘한국 청장년의 트라우마 실태’를 발간했다. 
 

▲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 417호 '한국 청장년의 트라우마 실태' (사진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트라우마라고 하면 보통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 두 개념에는 차이가 있다. PTSD는 사람들에게 비교적 익숙한 ‘질환’인데, 트라우마는 그 자체로서 질환이라고 볼 수 없고, PTSD를 발생시킬 수 있는 전제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PTSD는 임상적으로 치료가 요구되는 질환으로, 진단을 받는 데 전제되는 외상성 사건은 반드시 명시된 유형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삶에서 비교적 중대한 충격으로 대다수가 흔히 경험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 사건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전쟁, 위협적이거나 실제적인 폭력 및 성폭력 등을 ‘직접 경험’한 것이고, 또 하나는 위협적이거나 심각한 부상, 비정상적인 죽음, 자녀에 대한 의학적 참사 등을 ‘목격’한 것이며, 마지막은 가까운 친척 또는 친구에게 일어난 경험에 따라 ‘간접적으로 노출’된 경우이다. 

트라우마란 개인에게 신체적, 정서적으로 해롭거나 위협이 되었던 단일 사건, 여러 사건, 혹은 일련의 상황으로,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영적 안녕에 부정적 영향이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PTSD뿐 아니라 그 외 다양한 부정적 건강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 한국 청장년이 경험한 트라우마의 수 (사진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 복지 이슈앤포커스 417호)

보고서에서는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한국의 트라우마 문제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총 22개 유형의 트라우마를 구분했다. 22개 유형의 트라우마에 대해 한국의 청장년은 평균 4.8개의 트라우마를 경험했고, 89.9%가 일생 동안 적어도 1개 이상의 트라우마를 경험했다. 

평생 경험한 트라우마 수는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다소 많았는데, 아동기의 경험 수는 여성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별로는 청년보다 장년이 더 많은 트라우마를 경험했는데, 아동기 경험만 본다면 청년이 더 많은 유형의 트라우마를 경험했다.  
 

▲ 한국 청장년의 다빈도 트라우마 (사진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 복지 이슈앤포커스 417호)

청장년의 30% 이상이 경험하는 다빈도 트라우마는 교통사고, 자연재난, 신체폭력, 사고, 성적 경험, 화재 또는 폭발인데, 사고와 관련된 것이 주를 이루고 있어 이와 같은 유형의 사건에 특화된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향후, 트라우마 유형별로 대응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집단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실제로 트라우마 유형별로 특정 인구·사회학적 특성별 집단에서 더 두드러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트라우마 경험자는 정신건강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들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트라우마 경험이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점차 회복되기도 하고 외상 후 성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트라우마 경험에 따른 정신건강 상태 (사진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 복지 이슈앤포커스 417호)

트라우마 경험자의 다수가 사건 경험 이후 회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인식(85.6%)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실제 트라우마가 충분히 애도 또는 해소되었다고 응답한 비율(65.1%)은 긍정적 인식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 후 성장 경험률은 76.3%인데 이 역시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인식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향후, 정신건강 정책은 사전 예방적 관점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으며, 트라우마를 개인이 아닌 사회적 영역에서 다루려는 정책 방향이 설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트라우마 경험자의 회복 경험과 인식 (사진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 복지 이슈앤포커스 417호)

지금의 정신건강 정책은 정신질환, 자살 시도, 중독 등에 대한 인프라 확충과 서비스 강화에 집중돼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는 만큼 정책 방향은 치료적 대응에 한정하기보다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넓은 범위에서 검토해야 한다. 

트라우마 경험은 다른 사람의 일을 목격하거나 가까운 주변인에게 일어난 일을 알게 된 것까지 포괄하는데, 이때 경험의 깊이를 판단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향후 정책 범주에 포함해야 하는 트라우마의 유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트라우마 지원 프로그램은 한국인의 다빈도 트라우마에 대한 전문성이 강화되어야 하며, 인구집단 간 차이를 기반으로 특화되어야 할 것이다.  
 

▲ 트라우마 유형별 다빈도 경험을 보고한 인구집단 (사진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 복지 이슈앤포커스 417호)

이번 연구 책임을 맡은 보건정책연구실 미래질병대응연구센터 채수미 센터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은 오랜 기간 높은 자살사망률을 보여 왔는데, 자살은 트라우마 경험과 중요하게 관련되어 있다.”면서, “한국 사회는 신종 감염병을 비롯해 각종 사회적 재난을 집단적으로 경험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상당히 많은 유형의 트라우마가 개인이 극복해야 하는 문제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서 “한국의 트라우마 정책은 초기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 가정폭력 및 성폭력, 범죄, 재난 등 몇 가지 유형의 트라우마에 대해 해당 부처가 개별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보건 부문에서는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코로나19 심리 지원을 하는 등 재난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말하며, “트라우마 정책 수립에 앞서 한국 사람들의 트라우마 경험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향후 트라우마 경험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의 질환이 아닌 트라우마 경험 실태가 주기적으로 점검될 수 있는 국가 조사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슈앤포커스 제417호 원문 보기 

글. 김효정 기자 needhj@naver.com | 사진 및 자료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