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뇌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 의학, 교육, 그리고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뇌는 핵심적인 연구 대상이자 설명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만큼 뇌에 대한 이해는 더 이상 과학자들만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이에 발맞추어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도 뇌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도와야 할 때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뇌기반 심리상담의 원리들이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왜 중요한지, 뇌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적인 뇌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아이들의 뇌를 통합적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왜 지금은 뇌의 시대인가?
최근 수십 년간 뇌과학은 인간 행동과 감정, 그리고 학습과 성장의 비밀을 밝혀내며 학문적, 실용적으로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다. 특히 뇌가 ‘가소성(plasticity)’을 가진다는 사실은 교육과 심리치료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뇌는 어린 시절뿐 아니라 평생에 걸쳐 경험과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경험하는 모든 순간이 뇌 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긍정적이고 통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단순히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두뇌를 건강하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부모의 역할임을 인식해야 할 때이다.
뇌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 뇌구조와 작동 원리
뇌를 이해하려면 먼저 뇌의 기본 구조와 각 부분의 역할을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뇌는 크게 좌뇌와 우뇌로 나뉜다. 좌뇌는 논리, 언어, 순서를 담당하며, 우뇌는 감정, 직관, 창의성을 관장한다.
좌뇌는 문제를 분석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데 강하며, 우뇌는 전체적인 맥락과 감정적인 부분에 더 민감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울거나 화를 낼 때 좌뇌는 그 이유를 설명하려 하고, 우뇌는 그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게 한다.
또한 뇌는 상위의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위쪽 뇌’와 본능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담당하는 ‘아래쪽 뇌’로 나눌 수 있다.
위쪽 뇌는 판단력, 문제 해결, 공감, 도덕성을 관장하고, 아래쪽 뇌는 생존 본능과 감정적 반응을 조절한다. 건강한 뇌 발달을 위해서는 이러한 뇌의 각 영역이 잘 연결되고 통합되어야 한다.
통합의 중요성, ‘혼돈과 경직 사이의 균형 잡기’
뇌기반 심리상담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개념 중 하나가 통합이다. 통합이란 뇌의 각 영역과 좌우반구가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뇌가 통합될 때 아이는 더 안정적이고 유연하게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인 다니엘 시겔(Daniel Siegel) 박사는 그의 저서 《The Whole-Brain Child》에서 통합의 중요성을 ‘강의 두 둑’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시겔 박사는 정신 건강을 ‘웰빙의 강(river of well-being)에 머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즉, 이 강이 혼돈의 둑과 경직의 둑 사이를 흘러야 한다고 말한다.
시골을 가로지르는 평화로운 강을 상상을 해보자. 이것이 바로 웰빙의 강이다. 우리가 카누를 타고 평화롭게 물 위를 떠다니고 있을 때, 우리는 주변 세상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때는 우리의 상황이 변화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적응할 수 있으며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보인다.
그러나 가끔은 강을 따라 헤엄치다 보면 두 강둑 중 하나에 너무 가까이 다가갈 때가 있다. 어느 둑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른 문제들이 발생한다. 한쪽은 통제 불능의 ‘혼돈의 둑’, 다른 쪽은 혼돈의 반대말인 ‘경직의 둑’이다.
혼돈의 둑은 감정과 반응이 통제되지 않고 극단적으로 흘러가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상태에서는 아이가 과도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하며 균형을 잃기 쉽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작은 문제에도 큰 소리로 울부짖거나 화를 낸다면, 이는 혼돈의 둑에 너무 가까운 상태라 볼 수 있다.
경직의 둑은 혼돈과는 반대로, 지나치게 통제되고 유연성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지나치게 통제하려는 태도를 보일 때, 이는 경직의 둑에 가까운 상태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시겔 박사는 통합을 통해 이 두 둑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통합된 뇌는 혼돈과 경직의 극단을 피하고, 아이가 웰빙의 강을 따라 유연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아이의 뇌 발달을 위한 부모의 역할
부모는 일상에서 아이들이 경험하는 혼돈의 순간이나 경직된 태도를 발견했을 때, 이를 통합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큰 감정적 반응을 보일 때, 먼저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고 우뇌와 연결한 후, 논리적인 설명을 통해 좌뇌와도 연결해 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통합은 단순히 뇌의 구조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아이가 정서적 탄력성을 기르고 더 나아가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 데 기여한다. 부모가 뇌 통합의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할 때, 아이는 ‘웰빙의 강’에서 더욱 조화롭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다.
글. 오주원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뇌기반심리상담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