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은 과연 뇌의 몇 %를 썼을까?

뇌의 메커니즘

2010년 12월 23일 (목)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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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흔히 자기 뇌의 10%도 쓰지 못하고 죽는다고 한다. 또 사람들은 천재과학자인 아인슈타인조차 자기 뇌의 15% 이상을 쓰지 못했다는 말을 덧붙임으로써 이 말에 신빙성을 더한다. 과연 그럴까?

이 주장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19세기 심리학자인 윌리암 제임스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보통사람은 뇌의 10%를 사용하는데 천재는 15~20%를 사용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 한발 더 나아가 그 비율이 10%가 아니라 6%라고 수정했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에 와서는 인간이 두뇌를 단지 1% 이하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으며, 최근에는 인간의 두뇌 활용도가 단지 0.1%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도 제기됐다.

최근 두뇌에 대한 연구가 뇌 생리학뿐 아니라 잠재력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확대된 것도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뇌과학이 발달하고, 인간이 뇌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갈수록 뇌 활용도 수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잠자는 영역은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살아가면서 뇌를 얼마나 활용하는 것일까?

<상식의 오류 사전>에서는 아인슈타인이 뇌의 15%만 사용했다는 말 자체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한다. 뇌의 모든 세포는 생각과 기억 등 정신활동과 관련 있기 때문에 세포의 일부가 소실될 경우 그에 해당하는 뇌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따라서 일상에서 정상적으로 두뇌활동을 하는 사람이 뇌 전체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 물리학자 정재승 또한 <과학콘서트>에서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뇌를 15% 밖에 못 쓰고 죽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아인슈타인이 죽고 나서 뇌를 꺼내 보았더니 한번도 사용되지 않은  영역이 85%나 되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덩치는 몸무게의 2% 밖에 안 되지만 전체 산소 소비량의 20%를 소비하는 뇌가 그 용량의 90% 이상을 놀리고 있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지적한다.

최근에는 fMRI(기능성 핵자기공명영상)나 PET(양전자 방출 촬영)같은 뇌 영상촬영기술의 발달로 두개골을 직접 열어보지 않고도 뇌의 어떤 영역이 얼마나 활동하는지 알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실제로 뇌 영상을 촬영해보면, 인간은 단순한 사고 작용을 수행할 때도 뇌의 다양한 영역이 동시에 활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그렇다고 매 순간 뇌 전체가 100% 풀가동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특정한 두뇌 작용을 할 때 활동하는 영역은 뇌 속 수백억 개에 달하는 뉴런 중 약 5% 가량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뇌의 각 부분은 기능에 따라 전문화되어 있기 때문에 주어진 과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활성화될 때가 다른 것이다. 따라서 뇌 생리학적인 차원에서는 인간이 뇌의 90%라는 방대한 용량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주장이 된다. 
 


두뇌 가능성의 10%만 개발된다면

그러나 두뇌 용량의 10%가 아니라, 잠자고 있는 두뇌 가능성의 10% 밖에 개발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최신형 핸드폰을 구입했다고 치자. 이 핸드폰은 원음에 가까운 40화음 멜로디에, 초고속 무선 인터넷을 즐길 수 있고, 전화번호를 2천4백 개까지 저장할 수 있는 초대용량 메모리 카메라폰이다. 그런데 이 핸드폰을 단지 통화를 하는 데만 쓰고 다른 기능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면? 핸드폰의 용량을 100% 사용하는 것은 맞지만, 그 기능 면에서는 활용도가 극히 낮은 것이다. 

우리의 두뇌도 마찬가지다. 그 무한한 가능성을 간과한 채 잠재적인 능력을 끊임없이 개발하지 않으면 뇌의 용량을 100% 활용하고 있을지언정 그 기능의 100%를 활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아인슈타인이 두뇌 기능의 15%만 사용했는지의 여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아직 인간의 잠재능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이 가진 두뇌의 최고 성능이 얼마만큼인지 알 수 없고, 따라서 그의 업적이 최고 성능의 몇 %에 해당하는지 또한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뇌의 한계는 없다

그렇다면 두뇌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100%에 가깝게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신 보고들은 뇌신경이 외부 자극을 통해 성장하고 재생된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인간의 지능이 환경과 노력에 따라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장난감이 많은 곳에서 자란 쥐의 대뇌피질은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환경에서 자란 쥐보다 훨씬 두껍다. 대뇌피질의 두께가 두꺼워지면 시냅스가 많아지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더 많이 처리하게 된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고용량의 네트워크가 형성돼 지능이 높아지고 두뇌 영역이 활성화된다. 또 다른 실험에서 달리기를 꾸준히 한 쥐의 해마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더 크게 성장한다. 해마는 학습과 기억에 도움이 되는 두뇌영역, 따라서 인간이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습관을 가지고 살아가는가는 지능 발달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러나 인간의 잠재적인 두뇌 개발을 지능으로만 측정할 수는 없는 일. 아무리 머리가 좋다고 하더라도, 자기의 두뇌에 명백한 한계를 그어놓은 사람은 그 한계 이상의 두뇌 능력을 활용할 수 없다. 자기 몸의 1백 배 이상 높이를 뛸 수 있게 타고난 벼룩을 작은 유리병 안에 가둬 두었을 때 나중에는 그 유리병 높이 이상을 점프하기 힘든 것처럼 인간의 잠재적인 능력도 이와 마찬가지다.

두뇌의 가능성을 믿고 끊임없이 훈련하면 개발될 수 있는 부분도 스스로 포기하면 그 때부터 성장을 멈춘다. 그러니 잠재적인 두뇌의 가능성에 가장 해로운 말은 “나는 할 수 없어”라는 말일 것이다.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고, 어떤 분야에는 소질이 없다고 말할 때, 사실은 우리의 잠재능력 중 어떤 분야는 성공적으로 개발되었고, 다른 분야는 아직 개발되지 못하고 두뇌 깊숙이 잠자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이나 피카소, 레오나르도다빈치 같은 세기의 천재들은 두뇌의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하여 뇌의 여러 부분을 유기적으로 잘 활용한 사람들에 다름 아니다.

글│전채연 missingmuse@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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