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습관을 바꾸고 싶어 한다. “이번에는 정말 바꿀 거야!” 하며 결심하지만, 결국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가곤 한다. 왜 이렇게 습관을 바꾸는 일이 어려운 걸까? 사실, 그 답은 뇌에 있다.
뇌는 기본적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며, 반복되는 행동을 자동화하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뇌는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은 진짜 바꿀 거야”라고 말하며 반복되는 습관에 발목을 잡힌다.
그렇다면 뇌는 습관을 어떻게 형성할까? 사실 뇌에는 습관을 담당하는 특별한 구역이 있다. 바로 기저핵(basal ganglia)라는 뇌의 특정 부분인데, 이곳은 반복된 행동을 기억하고, 그것을 자동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저핵 덕분에 우리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점차 그것을 습관으로 만들어 가지만, 한 번 각인된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면 기존의 경로를 바꾸는 시간이 필요하다.
습관과 신경회로
습관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뇌의 신경 회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복적인 행동이 지속될수록 뇌의 신경 경로는 점차 강화된다. 이 과정을 ‘시냅스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이는 뇌에서 뉴런 간의 연결이 강화되어 특정 행동을 할 때 필요한 뇌 활동이 점점 더 쉬워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행동은 기저핵에서 자동으로 이루어지는데, 한 번 이 경로가 만들어지면 그 경로를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면 이 기존의 경로를 다시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기저핵은 운동뿐만 아니라 습관 형성, 의사결정, 학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반복된 행동은 기저핵에서 강화되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습관은 뇌에 깊이 각인되어 경로가 형성되기 때문에, 그 경로를 변경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결국,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면 기존 습관을 깬 후 새로운 신경 경로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도파민과 보상 시스템
습관을 바꾸는 일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뇌의 보상 시스템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뇌는 그 행동에 대해 보상을 기대하며 도파민을 분비한다.
도파민은 기쁨과 보상을 느끼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로, 뇌는 그 보상을 경험하기 위해 그 행동을 반복하려 한다. 유튜브를 예로 들면, 재미있는 영상들을 보며 도파민이 분비되고, 그로 인해 우리는 계속 영상을 클릭하게 된다. 이 반복적인 행동은 뇌에 강한 보상 회로를 만들어, 그 습관을 쉽게 바꾸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유튜브를 끊는 것은 왜 그렇게 힘든 걸까? 그 이유는 바로 뇌의 보상 시스템 때문이다. 우리는 유튜브에서 쾌감을 느끼고, 도파민이 분비되어 다시 영상을 클릭하는 습관을 반복하게 된다.
이를 바꾸려면 새로운 행동에 대해 더 큰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유튜브 대신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으려면, 그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이 더 매력적이어야 한다. 즉,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면 기존의 보상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불안과 변화에 대한 저항
습관을 바꾸는 또 다른 큰 장애물은 변화에 대한 뇌의 저항때문이다. 뇌는 본능적으로 변화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습관을 시도하는 것은 신경적으로 더 많은 자원을 소모하게 되고,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뇌가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변화가 일어나면 뇌의 편도체(amygdala)가 이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저항을 일으킬 수 있다. 이때 불편함이나 불안을 느끼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본적으로 뇌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존의 패턴을 유지하려 한다. 우리가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할 때 불안해 지는데, 이 불안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더욱 강하게 느껴지고, 이러한 불안은 불편함으로 느껴져서 결국 회피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는 이 불안감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마음을 차분히 하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습관을 바꾸기 위한 접근 방법
습관을 바꾸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급격한 변화는 뇌가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에, 점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천천히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사람이 하루 10분씩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점차 그 시간을 늘려가면 뇌가 새로운 습관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 작은 변화로부터 시작하면 뇌는 이를 점차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점은 보상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새로운 습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보상을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새로운 행동을 할 때마다 긍정적인 결과를 의식적으로 강화하거나, 그로 인해 얻은 작은 성과에 보상을 주면 뇌의 도파민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예를 들어, 운동 후에는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거나, 책을 읽고 나서 잠깐 영상 시청을 허용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자기 인식과 마음가짐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뇌는 변화에 저항할 수 있지만, 의식적인 노력으로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유도할 수 있다. 명상이나 마음챙김을 활용하여 뇌의 반응을 조절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습관을 유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불안감을 줄이고, 새로운 습관을 더욱 효과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습관을 바꾸는 과정은 시간이 걸린다. 새로운 신경 경로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며, 꾸준한 노력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힘들지만, 점차 새로운 습관이 몸에 배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하루하루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보자. 큰 목표는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습관을 바꾸는 것은 뇌와의 협상이자 인내의 과정이다. 하지만 방법을 알고, 꾸준히 시도한다면 어느새 새로운 습관이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오늘부터 작은 변화로 습관을 바꿔보자. 새로운 습관은 결국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글. 오주원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뇌기반심리상담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