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리뷰] 타인의 고통을 내 것처럼 느끼는 ‘거울 촉각 공감각’

[뇌과학 리뷰] 타인의 고통을 내 것처럼 느끼는 ‘거울 촉각 공감각’

거울 촉각 공감각자를 찾아낸 연구들

브레인 94호
2022년 09월 29일 (목)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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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
 
다른 사람의 통증을 나도 같이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 느낌의 정도가 매우 실재적이어서 아픈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사람이 많은 공간에 가는 것도 그다지 즐겨하지 않았다. 평상시에 운동을 꾸준히 하고 건강 검진도 꼬박꼬박 받는 편인데, 그렇게 관리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내가 느끼는 통증이 내 것인지 타인의 것인지 헷갈릴 때 내가 건강한 상태라는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미드에서 다른 사람의 통증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사람에게 의사가 ‘거울 촉각 공감각’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장면을 보았다. 바로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거울 촉각 공감각≫이라는 책이 먼저 눈에 띄었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신경과 의사 조엘 살리나스Joel Salinas가 쓴 ≪Mirror Touch≫의 번역서인 이 책에는 ‘환자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의사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책과 함께 2005년부터 이어져 온 이 분야의 연구논문들을 찾아 읽으며 비로소 내게 나타나는 현상이 거울 촉각 공감각임을 알게 되었다.


촉각 미러 뉴런의 과도한 활성을 그 원인으로 추정

거울 촉각 공감각을 처음 보고한 사례는 2005년 영국 런던대 인 지신경과학연구소의 블레이크 모어S.J. Blakemore 박사가 C라 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다. 이 연구에서 C와 12명의 대조 군을 상대로 촉각에 의한 공감각 실험을 진행했다. C는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만지는 것을 관찰할 때 자신의 몸에서도 똑같은 접촉 반응을 경험하는 사람이었다.

블레이크 모어 박사는 fMRI 촬영을 진행해 실제로 접촉할 때의 반응과 영상으로 볼 때의 반응을 분석했다. 연구에 사용한 접촉 시연은 영상으로 촬영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C의 경우는 사물보다는 사람에게서 더 높은 활성을 나타냈는데, 이때 반응한 부위가 체성감각피질과 좌측 운동영역 그리고 전측 뇌섬엽이었다. 연구자는 이 부위의 촉각 미러 뉴런이 과도하게 활성화하는 것을 거울 촉각 공감각의 원인으로 추정했다.


거울 촉각 공감각자를 알아내는 방법

이 연구에 참여했던 인지신경과학자 제이미 워드Jamie Ward 교수는 심리학 자인 마이클 배니시Michael J Banissy 교수와 함께 거울 촉각 공감각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다. 2007년에 진행한 연구에는 10명의 거울 촉각 공감각자와 20명의 대조군이 참여하는데, 이 실험에서 연구진은 거울 촉각 공감각자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실험은 피험자에게 손가락으로 볼을 만지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피험자의 볼을 실제로 터치하여 피험자가 자신의 어느 쪽 볼에 느낌이 있는지 말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위 그림을 보면, 왼쪽 볼에 손가락을 대는 영상을 보게 하고 피험자의 왼쪽 볼을 터치했을 때 공감각자가 아니라면 실제 촉감이 있는 쪽은 왼쪽이라고 바로 답할 것이다. 

그런데 거울 촉각 공감각자인 경우에는 영상을 보면서 거울을 보듯이 자신의 오른쪽 볼에도 촉감을 느끼기 때문에 양쪽 혹은 오른쪽이라고 잘못 답할 가능성이 있다. 왼쪽이라고 답을 하는 경우에도 영상을 보면서 느끼는 촉각과 실제의 촉각을 구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는 일종의 스트룹stroop 테스트(과제에 대한 반응 시간이 주의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로, 답하는 데 걸리는 지연시간을 근거로 거울 촉각 공감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거울 촉각 공감각 실험


거울 촉각 공감각을 가진 사람은 1,000명당 16명

제이미 워드 교수는 위 연구에 이어 2009년 인구 100명 당 몇 명이 거울 촉각 공감각자인지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런던대학교(University College London)와 서섹스대학교(University of Sussex) 학생 5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중 ‘당신은 다른 사람이 촉각을 느끼는 상황을 볼 때 자신의 몸에도 촉각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사람이 10퍼센트 정도였다. 

워드 교수는 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2007년 연구에서 했던 테스트를 진행했고,그 결과 약 2.5퍼센트가 거울 촉각 공감각을 가진 것으로나타났다. 이를 전체 인구로 보정한 값은 1.6 퍼센트이다. 즉 거울 촉각 공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1,000명당 16명이라는 것이다. 거울 촉각 공감각에는 두 가지 하위유형이 있다고 한다. 첫번째 유형은 거울을 보듯이, 관찰 대상자가 오른쪽에 촉각을 느낄 때 자신은 왼쪽에 촉각을 느낀다. 두번째 유형은 관찰 대상자가 느끼는 쪽과 같은 쪽에 촉각을 느낀다. 거울 촉각 공감각자가 5명이면 이 중 4명이 첫번째 유형이라고 한다.


가려운 곳을 긁는 사람을 볼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

2018년에는 제이미 워드와 마이클 배니시 교수가 온라인으로 거울 촉각 공감각을 판정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학생 283명과 그간의 실험을 통해 연락을 해왔던 거울 촉각 공감각자 12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다. 

테스트 영상은 터치, 가려움 및 통증을 묘사한 30개의 짧은 비디오 클립으로 구성했다. 여기에는 누군가가 가슴이나 팔을 심하게 긁는 20초 길이의 영상 4개와 상완, 손, 등 목 부위에 주사를 맞는 통증을 묘사한 영상 6개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테스트 영상을 이용한 실험은 온라인 상에서 진행됐고, 30개의 비디오는 피험자에게 무작위 순으로 제시되었다. 이전의 실험은 피험자에게 영상과 직접 접촉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어서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방식을 개선해 30개의 비디오 클립으로 거울 촉각 공감각 여부를 판별한 것이다. 

가려운 곳을 긁는 영상을 볼 때 공감각자는 긁히는 느낌이 든다고 했고, 공감각이 없는 사람은 가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가려움과 따끔거림은 일반적으로 내인성 상태이고, 촉각과 긁히는 느낌은 외인성(신체와의 물리적 접촉을 의미함)이다. 거울 촉각 공감각이 있는 사람이 가려움보다 긁히는 느낌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그래서 이는 공감각을 가진 사람을 온라인으로 선별할 수 있는 문항이 되었다. 거울 촉각 공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공감에 대한 연구도 같이 진행되어왔다. 거울 촉각 공감각을 가진 사람은 타인의 표정을 잘 읽고 정서적 반응도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글. 강윤정
한국뇌과학연구원 연구원


관련 논문 
Banissy, M.J. and J. Ward, Mirror-touch synesthesia is linked with empathy. Nat Neurosci , 2007. 10(7): pp. 815-6.

Blakemore, S.J., et al., Somatosensory activations during the observation of touch and a case of vision-touch synaesthesia. Brain, 2005. 128(Pt 7): pp. 1571-83.

Banissy, M. J., Kadosh, R. C., Maus, G. W., Walsh, V., & Ward, J. (2009). Prevalence, characteristics and a neurocognitive model of mirror-touch synaesthesia. Experimental Brain Research, 198(2-3), pp. 261–272. Jamie Ward, Patricia Schnakenberg & Michael J Banissy (2018) The relationship between mirror-touch synaesthesia and empathy:New evidence and a new screening tool,Cognitive Neuropsychology, 35:pp.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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