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말, 국혼을 품고 있는 국학의 상징

[칼럼] 우리말, 국혼을 품고 있는 국학의 상징

한눈에 읽는 뇌교육과 철학 이야기-10

삼국시대 이후에 들어온 외래문화의 역사는 잘 정리되어 있지만, 이에 비해 한국 고유의 문화이며 사상인 국학(國學)과 관련된 자료는 소실된 것이 많다. 그렇기에 지금에 와서 국학의 뿌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미국의 세계사 교과서에는 “한국문화는 중국문화의 아류이기에 고유한 전통문화가 없으며, 만약 있다면 샤머니즘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0년 동안 주변의 강대국의 침략과 지배 속에서 끊임없는 문화 침투를 당해왔고, 그러한 시련의 역사 속에서 민족의 본래 정신과 가치를 잃어버렸다. 특히 36년간 이어진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한국은 고유한 문화를 잃게 되었고, 문화적으로 식민지화 되었다. 일본이 펼쳐왔던 우민화 식민정책은 민족의 정신과 뿌리를 부정하게 만들었고, 국조 단군을 곰의 자손으로, 단군조선의 역사를 신화로 만들어 버렸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한국인의 심상 속에서 전통문화와 외래문화는 혼재되어 왔다. 더욱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면서 바로 서구 기독교문화의 영향권으로 들어섰기에 한국의 전통문화는 아직도 복원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많은 외침을 받은 우리 민족은 외래문화가 들어온 삼국시대 이전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문헌을 보존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런 병화에도 소실될 수 없는 것이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우리말’이다. 민족이 사라지지 않은 한, 그 민족이 사용하는 언어는 민족의 역사와 함께 흥망성쇠를 겪으며 지속한다. 

독일 철학자 훔볼트(K. W. V. Humbolt, 1767~1835)는 모든 언어는 하나의 고유한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다고 하면서 각각의 언어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언어의 수만큼 서로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모든 언어는 일정한 문화적 전통 안에서 생겨나고 또 그 문화는 역으로 언어에 제시된 세계관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므로 모든 언어 속에는 일정한 문화적 전통과 더불어 이룩된 특정한 형식과 카테고리들이 담겨 있다.   근대 국어연구의 선구자격인 주시경(周時經, 1876~1914)을 비롯한 최현배(崔鉉培, 1894~1970), 권덕규(權悳奎, 1890~1950) 등은 훔볼트의 언어철학 관점을 수용하여, 언어를 독립자존의 필수요소로 간주하였으며 언어를 민족의 정신활동 및 민족문화 창조와 관련지어 해석하였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민족어를 수호하는 국학 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우리말과 글이 보존되고 발전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우리말’은 우리 민족의 세계관을 품고 있으며 그 의미 속에서 전통문화와 사유체계를 확인할 수 있기에, 우리말은 ‘국혼을 품고 있는 국학의 상징이며 표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학 운동의 정신은 해방 후 반세기가 지났지만 외래문화에 의해 우리 고유한 정신이 퇴색해지는 현재에도 우리말을 중심으로 한 국학 운동의 필요성은 강조되어야만 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글은 세종대왕 때 창제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말은 조선시대, 고려시대,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단군조선시대부터 있었기에 우리의 문화와 정신을 대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근대 이전까지 사용한 한문은 소수 지배층에 의해 독점화 되었고 일반 대중들에게는 보편화되지 않았기에, 현재까지 남겨진 한문으로 된 문헌만으로 한국 고유한 문화를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말은 한글이나 한문으로 표현되기 이전에도 지배층에서부터 일반 민중들까지 보편적으로 사용되었기에 조상대대로 내려온 우리말 속에는 민족의 정신, 얼이 스며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평소에 우리가 쓰고 있는 말들을 잘 살펴보면, 그 속에서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와 사유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전승되어 온 우리말 중 지금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말에 내포된 의미나 상징을 잘 해석한다면, 국학의 사상적, 문화적 배경과 한민족의 정신세계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학문적 연구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아름다운 우리말의 사용은 국혼 회복의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이승호 교수 
 magoship@ub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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