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뇌교육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뇌교육의 학문론(1)

[칼럼]뇌교육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뇌교육의 학문론(1)

한눈에 읽는 뇌교육과 철학 이야기-8

어떤 특정 분야의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분야의 핵심개념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개념(concept)’을 다른 말로 ‘범주(category)’라고도 하는데, 서구 근대 계몽시대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범주라는 것은 우리가 경험하기 이전, 선험적으로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세계를 오감을 통해 받아들이는데, 칸트는 오감을 통해 외부 세계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능력을 ‘감성(sensation)’이라고 하였다. 감성의 능력에 의해 수용된 정보들은 어떤 형식을 갖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쉽게 책을 예로 들어 보자. 책의 겉표지는 네모난 모양, 종이, 글, 색깔 등과 같은 감각적 정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책이란 완전한 형태로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칸트는 말한다. 인간은 감각적 정보들을 무분별하게 수용하고, 이를 범주란 것에 의해 정리되어 최종적으로 ‘책’이라는 개념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범주는 바로 인간이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인식의 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무분별한 감각 정보를 범주에 맞추어 인식하게 하는 능력을 ‘지성(understanding)’이라고 한다. 인간의 인식 작용은 외부 현상세계의 감각적 정보를 감성을 통해 받아들이고, 감성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지성이 범주라는 틀에 맞추어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붕어빵 만드는 과정에 비유한다면, 감각적 정보는 붕어빵을 만들기 위한 ‘밀가루 반죽’에 해당하고 인식의 틀은 ‘붕어빵 틀’에 해당한다. 밀가루 반죽만으로는 붕어빵인지 알 수 없다. 밀가루 반죽이 붕어빵틀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붕어빵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우리가 지금 인식하고 있는 외부 현상세계는 인식의 틀에 의해 규정된 것이기에 자연 그 자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인간은 인식의 틀에 의해서만 현상세계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인식적으로 한계 지워진 존재가 된다.

칸트는 외부 현상세계의 감각적 정보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형식에 묶여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형식 속에서만, 외부 현상세계의 감각적 정보를 감성에 의해 수용하고 지성에 의한 개념화 작업, 즉 이름을 붙이거나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나 공간, 감성, 범주, 지성 등 이 모든 것들은 인간 누구에게나 선천적으로 주어져 있기에, 이러한 것들에 의해 인식되는 것만이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것이 된다. 이러한 칸트의 논리를 바탕으로 근대 이후 학문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이어야 한다는 당위가 주장되었다.

칸트의 인식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존재, 신이나 영혼과 같은 형이상학적 존재는 감각적 정보로 수용될 수 없으며 범주에 따라 인식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형이상학적 존재들은 보편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기에 엄밀한 학문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하며 다만 주관적 사변일 뿐이라고 말한다. 근대 칸트 이후, 신과 영혼에 관련한 종교나 미학과 같은 주관성이 강한 예술을 엄밀한 학문과 구분하는 경향이 생겨났던 것이다.

칸트는 왜 인간의 인식 능력이 시간과 공간이라는 형식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했을까? 칸트는 왜 인간은 범주라는 선천적 인식의 틀로만 인식할 수 있다고 했을까?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칸트의 의도는 분명했다.

그러나 과연 인간이 인식적으로 한계 지워진 존재일까? 우리는 영원히 ‘신’이나 ‘영혼’과 같은 존재를 인식할 수 없는 것일까? (다음 칼럼에서 계속됩니다.)

 


 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이승호 교수 
 magoship@ube.ac.kr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