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홍산 문화와 선도 수행의 기원

[칼럼] 홍산 문화와 선도 수행의 기원

한눈에 읽는 뇌교육과 철학 이야기-7

한국 고유사상인 ‘밝음’의 철학은 사변적 혹은 이성적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경험적으로 ‘체득’된 것이다. 이때의 ‘체득’은 수행을 통해 확보되는 것이고, 선험적으로 내재한 양심을 회복하는 것은 수행의 목적이 되었다. 앞의 칼럼에서 이야기한 ‘생명전자 태양’ 역시 인간의 원초적인 체험 즉, 수행을 통해 체득한 심상을 그림으로 형상화 시킨 것이다. 

이러한 한국 수행문화의 전통은 아주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고대 선사시대에는 문자가 없었기에 당시 수행문화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형태인지 문헌적으로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 문화의 기원으로 보이는 요서지역 신석기 시대의 홍산(紅山) 문화에서 출토된 유물을 통해서 수행문화의 전통을 추측할 수 있다.

앞의 칼럼에서 이야기한 빗살무늬토기는 중국 중원지역에는 보이지 않는 토기이며, 홍산 문화에서 출토되는 주요 고고학적 유물에 속한다. 홍산 문화는 BC 4,500년에서 BC 3,000년까지에 형성된 문화로, 특히 우하량 지역에서 발견된 삼원(三元) 구조의 원형 제단이나 비파형 청동검, 적석총 등은 한국 문화의 신석기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런 유물 중 여신묘에서 실물크기의 여신 두상과 여러 파편들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복원한 모습은 아래와 같다.

위의 여신상은 반가부좌를 튼 자세이며 손이 아랫배 하단전(下丹田) 위치에 포개져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여신상의 모습은 세계 여러 지역에 일반적으로 보이는 화려하고 날개가 달린 비현실적인 여신상의 모습(아래 그림)과는 달리 다소 소박하고 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크레타 문명의 여신은 머리 위에 새가 있으며 손에는 뱀을 잡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러한 동물의 상징적인 표현은 일상성 속에서 추상적 특징을 표현한 것이다. 수메르의 인안나 여신은 하늘과 땅의 여신이다.

이러한 여신은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영원한 생명의 원천으로 자연과 유사한 방식으로 고대인들에게 이해되었다. 영원한 생명의 원천으로서의 여신은 새와 뱀, 황소 등의 수많은 동물과 벼, 보리, 꽃, 나무 등과 같은 다양한 식물을 통해 설명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상징물인 새와 뱀은 무한한 생명의 원천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우하량의 여신상은 어떤 싱징적인 동식물이나 화려한 복장으로 치장되지 않은 순수한 인간 그 자체이다. 영원한 시간 속에 생각을 멈추고 고요한 심연의 공간 속에 존재하면서, 마치 자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고대 대부분의 여신들은 생명의 원천을 상징했기에 우하량의 여신상 역시 예외는 아닐 듯하나, 다른 문명과 그 모습이 많이 다른 이유는 영원하고 무한한 생명은 외재하는 그 어떤 것이 아니라 바로 인간 내면에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특히 반퇴(盤腿, 반가부좌 또는 책상다리)는 수행 시 주로 취하는 자세로 당시 널리 통용되었던 앉는 방식이다. 왜냐하면 우하량에서 다수의 여신상들이 발견되었는데, 그 여신상들이 지닌 공통점 중의 하나는 앉는 자세가 반퇴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중국의 경우, 신석기시대부터 위진시대 혹은 당 말기까지 궤좌(跪坐, 무릎을 꿇어 안은 자세)가 중국 고대 사회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보편적 앉음 자세였다고 한다. 

그러나 반퇴는 한국 고유의 수행 자세이고 궤좌는 중국 고유의 것이라고 이원적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왜냐하면 고구려의 개국공신인 극재사(克再思)가 지은 「삼일신고독법」에 궤좌법이 나오기 때문이다.

경험적으로 명상이나 호흡을 통해 내면에 집중하기에는 반좌가 적절하고 기도 혹은 맹세를 할 때 경건한 마음가짐을 갖기에는 궤좌가 적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고유 수행 자세로 반좌 혹은 궤좌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우하량 여신상의 또 다른 특징은 반가부좌와 함께 두 손을 복부에 교차시키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부에 해당하는 하단전은 선도수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로 단전호흡을 통해 축기하고 운기(運氣)하는 기(氣)의 센터이다.

아래의 그림은 선도수련의 일종인 단전호흡을 수련하는 여성의 자세를 찍은 사진이다. 우하량의 여신상과 비교할 경우, 약 5,000년이라는 오랜 시간적 격차가 있지만 그 모습들은 서로 매우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두 그림의 비교를 통해서 우하량 지역에서 출토된 BC 3,000년경의 여인상을 단순히 여신의 상징으로 이해하는 것보다는 수련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이는 『삼국유사』의 고조선 건국이야기에 나오는 동굴 속 웅녀의 100일 수행과도 연결 지어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수행문화의 전통은 고대 한민족의 시원과 함께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뇌교육의 ‘생명전자 태양’과 마찬가지로 ‘빗살무늬토기 문양’은 단지 가시적인 태양만을 형상화한 것이 아니라, 인간 안에 보편적으로 내재한 태양처럼 밝음 마음(양심)을 수행을 통해 체득한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따라서 고대 한국인들은 수행을 통해 발현되는 양심을 토대로 종교적, 정치적 체계를 구성했을 것이고, 이를 ‘홍익인간 이화세계’로 표현했을지 모른다!

 


 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이승호 교수 
 magoship@ub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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