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겨울왕국’ 엘사가 일깨워주는 두뇌의 비밀

[칼럼] ‘겨울왕국’ 엘사가 일깨워주는 두뇌의 비밀

전은애 기자의 뇌로 보는 세상 -7

▲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경쟁에 지친 2030 세대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미지=월트디즈니제공)

월트디즈니가 만든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연일 화제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2030 세대까지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9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 회사에서는 단체 관람을 갔다가 연세 지긋한 과장님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 다들 깜짝 놀랐다고 하니 만화 영화 한 편이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줄은 예상 못한 일이다. 그 흔한 악당도 없고 손에 땀을 쥐는 액션 장면도 없음에도 올겨울 남녀노소를 <겨울왕국> 에 빠지게 한 비결은 무엇일까?

<겨울왕국>은 두 명의 자매가 주인공이다. 손에 닿는 것이면 모두 얼려버리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여왕 '엘사'는 자신의 힘이 무서워 왕국을 떠나고, 얼어버린 왕국의 저주를 풀기 위해 동생 '안나'는 언니를 찾아 떠난다.

주인공 엘사는 지금껏 디즈니가 보여주었던 여느 캐릭터와는 확연히 다르다. 엘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감추는 '착한 소녀'였던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홀로 얼음 왕국을 만들어 자유롭지만 고독한 삶을 택한다. 엘사에게는 백마 탄 왕자님도, 백설공주처럼 도와줄 7명의 난쟁이도 없었다. 심지어 왜 생겼는지도 모를 '저주'도 끝끝내 풀리지 않는다.

엘사는 이렇게 말할 뿐이다. '렛 잇 고(Let it go)!' 그냥 내버려 두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자신을 속박했던 주변 사람들의 평가나 마음속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돌파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엘사는 자신의 능력을 더는 숨기지 않겠다고 당당히 선언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힘은 컨트롤하지 못하고, 동생 안나는 그런 언니에게 용기 내어 손을 내민다. 자신의 목숨까지 던지며 언니를 구하는 희생에서 엘사는 자기 안에 '사랑' 이 빠져 있었음을 깨우치고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컨트롤하게 된다.

▲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 (월트디즈니 제공)

영화 줄거리는 단순한데 영화에 대한 해석은 참으로 다양하다. 며칠 전 만난 한 지인은 이 영화를 보고 동생과 심하게 다투었단다. 자신은 엘사가 저렇게 된 문제의 근원은 여동생의 철없는 행동 탓이라고 비난하니, 여동생은 진작에 동생한테 솔직하게 털어놓고 도움을 구했으면 됐을 거라고 응수하며 자매간의 난상토론이 벌어졌단다.

또, 같이 간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억지로 보기 시작해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과장님은 영화를 보며 항상 부족한 점만 찾고 채우려고 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단다. 자식들에게 100점을 맞기 강요하고, 자격증을 따고, 평균에 들기 위해, 혹은 1등이 되기 위해 숨 돌릴 틈이 없었던 자신에게 엘사가 그냥 받아들이라는 외침이 가슴을 울렸다나?

요즘처럼 복잡하고 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는 엘사처럼 자기 삶의 주인 자리를 잃고 스스로 감정의 노예, 정보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기 십상이다. 부정적인 기억, 두려움, 의심, 분노, 타인의 시선 등에 주인 자리를 내주고 결국 거기서 비롯되는 현상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항상 부족하고 모자라 보이는 '상실'에서 비롯한 삶을 벗어나 당당하게 자기주도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기준이 되어야 할까?

한민족의 3대 경전 중 하나인 <삼일신고>의 '신훈'편에는 '자성구자 강재이뇌(自性求子 降在爾腦)'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는 '본성에서 찾으라. 이미 너의 뇌 속에 내려와 있다'라는 의미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미 삶의 근원적인 답을 바로 '뇌'에서 찾을 수 있음을 알고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그동안 급속한 사회 변화에 나날이 경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인간의 뇌가 가진 가치를 간과했지만, 인간에게는 '양심'이라는 훌륭한 본성과 지구 상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가 있다. 연봉, 스펙, 자격증, 성적 등의 특정 기준으로는 알 수 없는 나만의 가치와 잠재력이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겨울왕국> 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는 늘 부족하고 어딘가 모자란 존재처럼 느껴졌던 우리에게 크나큰 위로가 되는 듯하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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