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심이 살아있는 ‘더 지니어스’는 없을까?

[칼럼] 양심이 살아있는 ‘더 지니어스’는 없을까?

전은애 기자의 뇌로 보는 세상 -6

기발한 아이디어, 치열한 두뇌 싸움으로 눈길을 끌었던 tvN 예능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룰브레이커(The Genius: Rule Breaker)>(이하 ‘더 지니어스’) 가 최근 출연자들의 불공정한 게임 진행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출연자들끼리 연합해 한 명의 출연자를 왕따시키고, 게임에 참여할 수 없게 속이는 등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 ‘권고’ 조치가 내려졌다.

‘더 지니어스’는 매번 다양한 게임으로 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인, 변호사, 프로게이머, 수학강사, 마술사 등 다양한 직업군과 세대로 구성된 13명의 출연진이 게임에 이기기 위해 두뇌 싸움을 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지난주 방송에서는 마지막 탈락자를 선정하기 위해 방송인 유정현이 노홍철을 상대로 ‘같은 그림 찾기’ 게임을 했다. 이 게임은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그림카드와 그림판에 숨겨진 같은 그림을 찾아내 결승점에 먼저 도달하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다. 그림판의 정보를 누가 더 많이 빨리 외우느냐가 관건이기에 치열한 두뇌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유정현은 침착하게 노홍철에게 우선권을 주고 새로운 그림판을 보여주지 않는 전략으로 본인은 철저하게 노홍철이 지목했던 그림판만 선택해 결국 살아남았다. 오죽하면 9회까지 방송을 같이한 출연자들까지도 게임을 푸는 방법이 기상천외하다고 감탄했을까?

▲ tvN 예능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룰브레이커>

하지만 최근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연예인과 비연예인으로 파벌이 형성되고, 살아남기 위해 숨기고 속이는 과정에서 정정당당하게 게임에 임하는 플레이어가 탈락하면서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온라인상에 프로그램 폐지 서명 운동이 진행되는가 하면 시청자 게시판에는 항의성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토록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이 컸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비연예인 참가자들이 연이어 탈락하면서 현실사회에서 접했을 법한 부조리한 모습이 프로그램에 투영됐기 때문이다. 능력보다는 인맥에 좌우되는 사회, 원칙보다는 반칙이 통용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반감을 표출한 것이다.

'더 지니어스: 룰브레이커'는 말 그대로 기존의 틀을 벗어난 창의적인 천재를 의미한다. 도전, 혁신, 창의…이 모든 말들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무언가 빠졌다. 똑똑하고 혁신적으로 문제를 풀지만 어떤 기준으로 풀 것인지에 대한 그 과정이 빠진 것이다.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다. 뇌를 잘 활용한다는 것은 곧 정보처리를 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처리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그 기준이 중요하다. 만약 아무런 기준도 없이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운전자 없는 자동차, 주인 없는 뇌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행복을 원하는데 그럼에도 인간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이 물음에 대해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행복을 얻는 확실한 방법은 '양심대로 사는 것'이다. 양심이란 '생명 현상의 질서'이고, 사람이 사람으로서 아름다울 수 있는 근본이다.

양심을 기준으로 정보처리를 한다면 이는 자기 뇌의 주인으로서 정보를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어느덧 우리 사회가 게임에 이기는 목표만 중시한 채 가장 중요한 근본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씁쓸하다.

글. 전은애 브레인미디어 팀장, 뇌교육 전문지 <브레인> 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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