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이해의 첫걸음
우리의 감정, 사고, 행동은 모두 뇌에서 비롯되며, 우울, 불안, 트라우마 같은 심리적 문제 역시 뇌의 특정 구조 및 기능 변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뇌 기반 심리상담에서 상담자는 단순히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지금은 AI가 인간의 감정을 분석하고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상담자는 단순히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것 이상의 전문성을 요구받고 있다. 우리의 감정, 사고, 행동은 뇌의 작동 방식에서 비롯되고 우울, 불안, 트라우마 같은 심리적 문제 역시 뇌의 특정 구조와 기능의 변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따라서 뇌 기반 상담을 할 때 상담자들이 뇌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상담자들이 알아야 할 주요 뇌 구조와 기능을 확인하고, 이를 어떻게 상담에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신경전달물질은 뇌와 중추신경계(CNS) 내에 있는 화학물질인데, 이뿐 아니라 장(gut) 내에도 존재한다. 주요 신경전달물질을 살펴보면 기분, 기억, 학습 등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쾌감과 고통을 조절하는 도파민, 주의집중과 각성을 조절하는 노르에피네프린, 자율신경계와 기억 기능에 관여하는 아세틸콜린, 고통 경감과 행복감을 증진하는 엔도르핀, 수면 조절에 중요한 멜라토닌 등이 있다.
대부분의 뉴런은 물리적으로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에서 발생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화학적 작용을 통해 정보처리가 일어난다.
전기신호 정보를 전달하는 뉴런
뇌세포의 최소 단위는 뉴런이다. 이는 정보전달의 기본단위로 전기적 신호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사고와 정서는 약 1천억 개의 뉴런으로 구성된 뇌에서 일어나는 물질적 과정이 심리적으로 표현된 것이다(Makinson & Young, 2012, p.139).
뉴런은 감각뉴런, 운동뉴런, 중간뉴런으로 나뉜다. 감각뉴런은 신체와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정보를 중추신경계로 전달하고, 운동뉴런은 근육과 기관에 반응 명령을 전달한다. 중간뉴런은 단거리에 걸쳐 정보를 전달한다. 뉴런의 연결은 고정불변하는 상태가 아니며, 신경가소성에 의해 새로운 연결이 가능하다. 신경가소성은 학습과 심리치료의 핵심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수평적으로는 좌우뇌, 수직적으로는 삼충뇌
뇌는 수평적으로는 좌뇌와 우뇌, 수직적으로는 뇌간, 변연계, 대뇌피질의 삼층 구조로 되어 있다. 삼층 구조를 삼위일체의 뇌라고도 하는데, 이에 관한 부분은 여전히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단순한 설명으로 현대 신경과학에서는 한계와 오류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기본적인 기능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먼저 좌뇌와 우뇌를 살펴보자. 좌뇌 즉 좌반구는 언어, 해석, 직선적 사고, 논리에 관여한다(Siegel & Hartzell, 2003), 우반구는 감각 입력(청각 및 시각 인식), 창의력, 공간 및 시각 인식이 이루어지고, 세상과 경험에 대한 전체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관여한다. 상담자는 두 반구의 기능을 이해하고, 상보적인 역할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폴 맥린이 주장한 삼위일체의 뇌 모델에서 뇌간은 먼저 뇌교, 소뇌, 연수, 망상체 등의 구조로 이뤄진다. 뇌간은 생존과 본능적 행동을 조절하며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므로 이러한 기능을 통제하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원시 포유류의 뇌라 불리는 변연계는 신피질과 경계를 지으며 상호작용한다. 기저핵, 꼬리핵, 시상, 편도체, 시상하부, 해마 복합체 등으로 구성되어 동기, 감정, 기억을 처리하고 저장하는 기능에 관여한다. 마지막으로 신 포유류의 뇌라 불리는 대뇌피질은 목표설정, 문제해결, 의사결정, 비판적 사고 등의 고차원적인 정신 과정을 담당한다.
상담에서 삼위일체의 뇌 모델을 투사해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반사적이고 무의식적인 존재, 투쟁과 도피반응에 따르는 본능적 존재, 관계 지향적인 사회적 존재 중에서 어느 수준의 삶을 선택할지 질문할 수 있다.
각각의 역할을 하는 네 개의 엽
뇌는 두 개의 대뇌반구로 나눠져 있고, 이는 다시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 측두엽으로 구분되는데, 이 네 개의 엽은 가끔 중복되기도 하지만 각각 특정한 역할을 담당한다.
뇌의 총사령관 또는 CEO로 불리는 전두엽은 문제해결, 추론, 추상적 사고, 판단, 의사결정 등에 관여한다. 측두엽은 뇌의 양쪽에 있고, 귀의 뒤편에 위치해 복합적 소리와 냄새를 처리하고, 청각 피질을 포함하며 측두엽에서 두정엽의 하부에 걸쳐 베르니케 영역이 위치하고 있다.
두정엽은 전두엽 바로 뒷부분에 위치하여 피질의 윗부분을 가로지르고 압력, 온도, 고통과 같은 감각 관련 정보 및 공간 방향성을 파악하는 기능을 한다.
시각피질로 불리는 후두엽은 뇌에서 시각 처리를 담당하는 중요한 부위이다. 우리는 눈으로 본다고 표현하지만 실상은 시각피질을 통해 경험되는 것이다. 눈을 통해 자극 정보가 뇌로 들어오면 네 개의 엽이 이를 해석하고, 감각으로 경험된다.
이 같은 뇌의 기능적 특성을 알면 같은 자극에도 다르게 경험할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자극 자체는 대부분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있지만, 이를 해석하고 경험하는 것은 뇌의 주관적 기능이므로 이를 활용해 내담자가 경험하는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울 수 있다.
결론적으로,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지식을 갖춘다는 것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현재의 문제를 뇌의 기능적 측면에서 인식하고, 뇌의 작동 원리에 따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뇌과학에 기초한 심리적 접근을 통해 상담자가 내담자의 상태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맞춤형 개입을 설계할 수 있게 한다.
글_고건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기반상담심리학과 학과장, 마음건강교육지원센터장
참고 자료_상담자와 심리치료자를 위한 신경과학, Chad Luke 지음, 학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