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지난 17일 서울 국제전자센터 1층 야외광장에서 ‘플레이스테이션4’를 오픈했다. 444대의 한정된 수량을 구매하고자 영하의 날씨에도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섰고, 이날 1호 대기자는 무려 6박 7일간 자리를 지켜 화제를 모았다. 회사 대표는 새벽부터 몰려든 게임 팬들의 행렬에 감동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은 콘텐츠 산업 수출규모의 58%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캐릭터, 음악, 방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에서 게임 산업의 비중이 상당히 높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최근 게임이 정치, 언론으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다.
얼마 전 컴퓨터 게임을 알코올과 마약, 도박 등과 함께 중독 관리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었다. 중독자 치유법이냐, 게임업계 죽이기냐는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게임을 중독으로 볼 수 있느냐는 시각까지 논쟁이 격렬하다.
우선 정부부처에서조차 게임중독에 대한 시각차가 크다.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부에서는 '게임 과몰입(過沒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반면, 여성가족부에서는 '게임중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게임중독이 논란이 된 핵심이 무엇인가 짚어봐야 한다. 게임업계에서는 청소년 범죄나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게임이나 영화 등의 미디어로 돌리는 건 무책임하다고 비판한다. 오히려 지나친 학업스트레스, 입시경쟁 등이 아이들을 게임에 몰두하게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2012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에서 ‘학교에 있을 때 행복하다’고 응답한 학생이 65개국 중 꼴찌를 기록한 한국 학생들. 오랜 시간 학교에서 시간을 보낸 아이들이 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탈출구를 게임에서 찾았을지도 모른다.
게임 자체를 나쁘다, 좋다로 평가하는 건 분명 이분법적 사고다. 지난 20일 <브레인> 창간 7주년을 맞아 '게임집중력을 학습습관으로- 창의인성, 뇌를 만나다'를 주제로 한 뇌교육 세미나에서 하태민 글로벌사이버대학 교수는 “아이들이 게임을 통해 인정받고 소속감을 느끼고자 게임을 한다”고 설명했다. 안정과 사랑이 필요해 게임을 한다면 게임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우리에게는 ‘게임규제법’ 보다는 ‘게임활용법’이 필요해 보인다. 청소년들이 방황하는 이유는 외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들을 선별해 정리하는 정보분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못하게 하는 규제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 분명 그 답은 뇌에 있다. 청소년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보다 가치 있는 곳에 집중할 수 있는 두뇌활용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