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이 나오려면

[칼럼] 한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이 나오려면

전은애 기자의 뇌로 보는 세상 -1

'프랭클린 플래너'는 자기계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다이어리는 미국 화폐 중 가장 가치있는 100달러 속 인물 '벤저민 프랭클린'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그는 '시간은 돈이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시간관리와 자기계발의 선구자로 꼽힌다. 프랭클린은 1706년 미국 보스턴에서 가난한 양초 제조업자의 17명 중 15번째로 태어났다. 84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사회개혁가, 과학자, 정치가, 문필가로 활동하며 미국 민주주의의 초석을 세운 인물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학교에 다니기는 어려울 터. 벤저민 프랭클린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부터 책벌레의 기질을 알아보고 프랭클린의 형이 운영하는 인쇄소에 견습공 일을 하게 했다. 그는 인쇄소에 들어오는 책들을 밤에 몰래 읽으며 독학했다. 프랭클린이 16세가 되었을 때 형이 발행하는 신문에 칼럼과 사설을 쓰고 싶었지만 형의 반대에 부딪혔다. 궁리 끝에 그는 필체를 바꾸어 익명으로 글을 써서 밤에 인쇄소 문틈으로 몰래 넣었다. 형을 비롯한 형 친구들이 벤저민 프랭클린이 익명으로 쓴 그 글을 칭찬하며 신문에 실으면서 그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발간된 <뉴잉글랜드 신보>에 글을 싣게 되었다.

최근 2014학년도 대입 수시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자기소개서 표절 관행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수시 1차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한 108개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유사도 검색 시스템'으로 분석한 결과를 지난 13일 발표했다. 다른 학생이 낸 것과 서로 유사한 정도가 5%를 넘어 ‘의심’ 수준에 이른 학생이 1,01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2,889명) 대비 59.4%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46개 대학의 자기소개서를 검증해 1,178명이 표절·대필로 재심사를 받았고, 1,102명이 불합격 처리됐다.

지난해 대비 절반 이상이 줄었다고 학생들이 1년 사이 일필휘지(一筆揮之)할 만큼 작문실력이 늘어난 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기소개서를 스스로 쓸 수 있는 충분한 교육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전문가들은 '표절'은 줄었지만 '대필'은 오히려 더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필컨설팅업체들은 온라인으로 첨삭할 때는 기본 25만 원, 직접 만나면 55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소속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대입 자기소개서는 교사추천서와 함께 사실상 대입 지원서의 핵심적인 서류이다 보니 대필·컨설팅업체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년 대학별 수시모집 기간을 앞두고 수백만 원에 달하는 자기소개서 대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금도 인터넷에 '대학 자기소개서'를 검색하면 버젓이 '대필하는 거 어떻게 걸리는 거예요?' '대필 가능하신 분'이라는 문의가 오간다. 지식 위주의 주입식 교육만 하는 교육시스템, 명문대 입학을 위해서는 표절·대필쯤이 대수냐는 비양심적인 어른들, 표절·대필 자기소개서에 기꺼이 돈을 내는 학부모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자라날 아이들.

자신이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느꼈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부모나 교사가 아닌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다. 아이의 뇌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머릿속에 있는 뇌는 분명히 아이의 것인데, 대부분의 아이가 자기 뇌의 주인 노릇을 못하고 있다. 집에서는 부모가,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원에서는 학원 강사가 주인이다.

인간의 두뇌는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 즉 정직할 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정직함이 몸에 밴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구분할 줄 안다. 목표가 분명하므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자질이 생기고 마음에 여유가 있다. 16세 때 프랭클린은 자기의 글을 실으려고 필체까지 바꾸어 가며 익명으로 글을 썼다. 양심이 살아있는 교육을 할 때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한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글. 전은애 브레인미디어 팀장, 뇌교육 전문지 <브레인> 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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