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당시의 상황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의 허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참사 4일이 지나서야 공개된 세월호 교신 기록에는 해경과 항해사가 서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떠미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2년 전 32명의 사망자를 낸 이탈리아 여객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침몰 당시,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장에게 해안경비대장은 당장 돌아가라고 호통쳤던 것과 비교하면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싶다. 30여 분의 금쪽같은 골든타임에 우리는 금쪽같은 자식을 잃었다.
아이들은 끝까지 믿었다. 어른들은 믿을 건 없다는 생각에 홀로 살길을 찾을 동안 아이들은 무능한 어른을 끝까지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의 결과는 참담했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땅에서는 도대체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물질적 가치를 쫓다 보니 인간성이 상실되었음을 세월호 참사가 보여주고 있다. 정책과 제도는 존재하지만 인간 중심의 사고가 빠졌다. 우리는 세계 1등의 스마트폰과 우수한 기능의 자동차, 전자제품은 만들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미덕은 잃었다.
인성을 회복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환자에게 병에 걸린 원인과 진단만 잔뜩 해놓고 정작 처방을 하지 않는다면, 환자는 큰 무력감에 빠질 것이다. 인간성 회복을 위한 정확한 처방, 인간과 생명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해결책이 절실하다.
그 해결의 열쇠는 올바른 가치관을 기준으로 한 교육이다. 인간의 뇌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막강한 기능이 절로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뇌를 어떻게 쓰는가, 즉 정보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뇌의 주인이 어떤 기준과 가치관을 가지고 선택하는가에 달려 있다.
인간의 도덕성은 뇌 전역에 구석구석 퍼져 있다. 우리는 무의식적인 동정심, 타인에 대한 드러나지 않는 평가, 감정적 반응 등 선천적으로 사회에 대해 다양하게 반응한다. 이 반응들이 모두 우리의 도덕적 판단에 정보를 제공한다.
이타심이나 공정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발달한다. 미국 워싱턴 대학 연구팀은 생후 15개월 된 유아 47명에게 두 편의 비디오를 보여줬다. 하나는 과자와 우유를 공정하게 나눠주는 장면이었고, 하나는 불공정하게 나눠주는 장면이었다.
다수의 유아가 불공정하게 나눠주는 비디오에 더 많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불공정함이 다수의 유아들 역시 불공정한 상황을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타심에 대한 실험도 진행되었다. 아이들에게 평범한 레고와 특별히 예쁜 레고를 주고 반응을 살폈다. 아이들 가운데 3분의 1만이 자신이 좋아하는 레고를 다른 아이들과 공유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타적으로 행동한 아이들의 92%가 앞선 실험에서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강한 아이들이었다.
반면에 이기적으로 행동한 아이들의 86%는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약한 아이들이었다.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강한 아이들일수록 남을 더 배려하고 이타적인 성향을 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류 최고의 보물인 ‘뇌’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정보처리 기준과 방법은 인간 안의 ‘양심’에 대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 양심이라는 체험 정보가 살아남으로써 인간은 비로서 두려움을 넘어 주체적으로 정보를 선택할 수 있다.
타성에 빠져 습관에 젖어 마비되어 가고 있는 우리에게 환골탈태 못지 않은 변화가 필요하다. 참회 없이 분노 없이 냉정한 성찰없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글. 전은애 브레인미디어 팀장, 뇌교육 전문지 <브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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