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교육 리서치] 스트레스가 뇌의 회복력과 유연성을 높인다?

[뇌교육 리서치] 스트레스가 뇌의 회복력과 유연성을 높인다?

진화의 기억을 활용한 브레인 웰니스 전략

브레인 112호
2025년 08월 12일 (화)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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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의 기억을 활용한 브레인 웰니스 전략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감정 불균형이나 무기력 상태에 빠지는 진짜 원인

개인적으로 혹은 국지적으로 큰 차이가 존재하지만, 평균적으로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안전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사냥을 위해 달릴 필요도, 식량을 찾지 못해 며칠씩 굶을 필요도, 혹한을 맨몸으로 헤쳐 나갈 필요도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생존을 위한 노력과 투쟁의 결과로 얻게 된 지금의 안락함과 안전함이 한편으로는 우리의 뇌를 약화시키고 있다. 집중력 저하, 감정 불균형, 의욕 상실, 무기력 같은 증상을 겪는 이유는 단순히 나태함 때문이 아니다. 뇌가 진화적으로 기대하던 자극이 사라진 것이 진짜 원인이다.

최근 뇌과학과 생리학 분야의 연구들이 반복해서 알려주는 사실은, 우리 뇌는 통제된 스트레스를 통해 깨어난다는 것이다. 고강도 운동, 간헐적 단식, 냉수 노출 같은 짧고 명확한 스트레스 자극이 뇌의 회복력과 유연성을 높이고, 신경세포의 생성을 자극하며, 정서적 안정과 인지 능력 향상을 돕는다.
 

▲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통제된 스트레스 vs 만성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흔히 피해야 할 것으로 여긴다. 대부분의 현대인이 경험하는 만성 스트레스-끝없이 쌓이는 일, 예측 불가능한 인간관계, 수면 부족, 정보 과잉-는 뇌를 피로하게 하고, 해마(기억의 중추)를 위축시키며, 면역체계를 억제하고, 감정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는 체내 염증 수치를 높이고, 우울증과 치매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것은 당연히 줄이고 피해야 할 종류의 스트레스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억해야 할 사실은 우리 뇌가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를 통해 적응하고 진화하며 발전해 왔다는 사실이다. 맹수의 위협, 먹을거리의 부족, 혹독한 추위 등은 뇌와 신체 시스템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더 정교한 생존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생존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던 이 세 가지를 통제된 스트레스의 형태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고강도 운동, 간헐적 단식, 찬물 샤워가 그것이다. 

이는 스트레스 자극을 통제된 방식으로 활용하는 미니어처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의도적으로 가하는 이 같은 자극이 신경계를 활성화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과 회복력을 키워준다. 이 차이는 삶의 질과 뇌의 장기적 건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1. 고강도 운동 
포식자에게 쫓기는 것처럼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은 뇌 건강을 위한 대표적인 자극법이다. 짧게는 15~20분 안에 전력 질주와 회복을 반복하며 심박수를 높이고, 뇌에 강한 혈류 자극을 주어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의 분비를 촉진한다. BDNF는 뇌세포 생존, 성장, 연결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단백질이다.

운동의 효과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기분 좋은 발산’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해마와 전두엽(집중력, 의사결정, 자기조절 기능에 관련된 부위)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하고, 새로운 신경 회로 형성을 돕는다. 특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뇌 활성화 전략이다.

고강도 운동을 하는 여러 방법 중 가장 간단하고 원초적인 것은 달리기다. 30초 정도 전력으로 달리고 1분간 걷기를 자신의 체력에 맞게 4~5세트 정도 반복하면 된다. 이때 목표 심박수는 자신의 최대 심박수의 80퍼센트로 잡고, 이를 유지하는 정도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22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것이 최대 심박수이다. 

고강도 운동을 매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주 2~3회 정도만 해도 좋다. 이삼일에 한 번이어도 뇌 기능을 향상하고 심폐기능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2. 찬물 샤워
느닷없이 겨울이 찾아온 것처럼

아침에 찬물 샤워를 해본 적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한여름에도 아침의 찬물 샤워는 내키지 않을 것이다. 물론 찬물이 몸에 닿는 순간에는 약간 고통스럽지만, 샤워를 마치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활력이 도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다. 

몸이 찬물에 노출되면 뇌에서 도파민,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등 각성 작용을 하는 호르몬을 분비하고, 갈색 지방 조직이 활성화하면서 체온과 대사율이 증가한다.

찬 공기나 찬물에 일시적으로 몸을 노출시킴으로써 면역 시스템을 자극하고, 염증 반응을 줄이며, 스트레스 적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부르는 것이다. 정신적인 면에서도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되찾아 불안과 우울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찬물 샤워를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평소에 샤워할 때 마지막 30초 정도를 찬물로 전환하는 것이다. 바로 전신 샤워를 하는 것이 힘들면, 손이나 발처럼 심장에서 먼 곳부터 시작해 온몸으로 점차 확장해 가도 된다. 

처음에는 30초 정도로 시작하고, 차츰 시간을 늘려 2~3분 정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온이 높고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찬물 샤워를 시작해 적응력을 높여두면 겨울에도 찬물 샤워를 지속할 수 있다. 
 

▲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3. 간헐적 단식

식량이 바닥난 것처럼

지금도 우리는 일상적인 인사를 나눌 때 상대방이 밥을 먹었는지를 묻는 경우가 많다. 헤어질 때도 상대가 편안히 잘 지내라는 의미로 밥을 잘 챙겨 먹으라고 한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것은 불과 5천 년 전이고, 식량의 대량 생산이 이루어진 것은 산업혁명 이후이다. 

이를 인류 전체 진화의 역사로 보면 그야말로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인류가 지구에서 생존을 이어온 대부분의 시간은 배고픔과 단식의 반복이었다. 지금 우리가 시도하는 간헐적 단식은 바로 그 진화적 환경을 복원해 뇌와 몸의 자가 정화 시스템을 작동시키려는 것이다.

단식에 관한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단식을 하는 동안 인슐린 수치가 내려가고, 케톤체가 생성되어 뇌의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동시에 BDNF가 활성화해 뇌신경이 재생되고 기억력이 향상되며, 자가포식(Autophagy) 작용을 통해 손상 세포 정리와 함께 면역체계가 정비된다.

가장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간헐적 단식법은 16:8 방식(16시간 금식, 8시간 안에 식사)인데, 처음 시작할 때는 12시간 금식부터 시작해도 괜찮다. 간헐적 단식의 핵심은 식사 시간을 통제하는 것이지 식사량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저녁 식사 후 다음날 아침까지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 시간을 통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식사량도 줄어들 수 있는데, 이때 평소보다 수분과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한다. 간헐적 단식을 할 때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단백질도 충분히 섭취하면서 운동을 함께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스트레스 자극은 어떻게 뇌를 깨우는가

이처럼 통제된 스트레스 자극은 뇌의 신경가소성을 강화한다. 신경가소성은 뇌가 변화된 환경에 맞게 새로운 정보를 익히고 적응하는 능력이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스트레스 자극들은 모두 BDNF 분비, 케톤 대사 전환, 자가포식 활성화를 유도하며, 이는 기억력 및 학습 능력 개선, 감정 조절 및 스트레스 회복력 증가, 집중력과 창의성 향상, 우울이나 불안 완화 등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신경과학자들은 이러한 자극이 노화 방지, 퇴행성 뇌질환 예방, 심지어 알츠하이머 진행 완화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생존 본능을 깨우는 생활 루틴

지금 우리의 생존 환경이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뇌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감각 박탈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자극이 부족하면 뇌는 점점 둔화하고, 유연성을 잃고, 작은 스트레스에도 과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적정 수준의 통제된 스트레스 자극이 필요하다. 안전한 자극, 의도된 불편함, 진화의 기억을 되살리는 루틴 등.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바탕으로, 통제된 스트레스를 활용해 뇌를 자극하는 생활 루틴의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 월수금 : 고강도 운동 15분(간헐적 질주, 스쿼트, 버피 등)
• 매일 아침 : 찬물 샤워 1~2분(30초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시간 늘리기)
• 주 2~3회 : 간헐적 단식(16:8 또는 1일 2식)
• 자기 전 : 명상, 심호흡 5분(회복을 위한 이완)
• 주말 : 스마트폰 없는 산책 30분
 

▲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생존의 기억은 회복의 기술이 된다

우리 뇌는 생존을 위한 긴 진화의 기록을 품고 있다. 이는 위협 앞에서 작동했던 반사적 본능이 아니라,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한 복합적 생존 전략이다. 

오늘날의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며 그것을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의도적으로 가볍게, 짧게, 그리고 안전하게 그 기억을 자극함으로써 진화의 성과를 누릴 수 있다.

달려라, 마치 맹수가 쫓아오는 것처럼.
찬물에 들어가라, 마치 겨울이 갑자기 찾아온 것처럼.
먹기를 멈추라, 마치 식량이 바닥난 것처럼.
이것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다.
뇌와 몸이 원하는 회복과 진화를 위한 자극이다.
 

글_스티브 김 IBREA Foundation 이사. 《공생의 기술》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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