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도의 긴장 상태에서 고도의 집중력 발휘돼

[인터뷰] 고도의 긴장 상태에서 고도의 집중력 발휘돼

만남 # 브레인미디어 칼럼니스트 고영훈 작가

지난해 고영훈 작가(45)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의 직함은 '멘토브레인 연구소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만난 그는 자신의 현재 직업이 발명가라고 기자에게 소개했다.

우리나라에 사계절이 있듯 고영훈 작가에게는 계절에 따른 직업이 있다. 봄·가을에는 멘토브레인 연구소장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뇌과학 강의를 하고, 여름에는 장흥에 있는 창고를 화실로 개조해 그림을 그리고, 겨울에는 발명이나 책을 쓰는 작가로 변신한다. 고 작가는 계절에 따라 나무가 옷을 갈아입듯 다양한 활동을 하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뇌과학 관련 칼럼을 브레인미디어에 연재하고 있다. 지난 2월 13일 고영훈 작가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 고영훈 작가(45)

미술작가가 뇌과학 관련 강의나 칼럼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 때 학교선배가 리더가 되려면 잡지를 20종 이상은 봐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그때부터 잡지를 통해 뇌과학 공부를 시작했다. 20종의 잡지 중에 사이언스지, 뉴턴, 과학동아 등의 과학잡지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구독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엔 뇌과학에 관련된 단행본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다. 잡지를 꾸준히 보며 뇌과학이 발달해 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처음에는 뇌 관련 기사가 한 페이지 분량이었다면 해가 갈수록 점점 늘어났다. 뇌 관련 논문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잡지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보였다.

미술학도가 과학 쪽에 관심을 가진 결정적 계기는 백남준의 영향이 컸다. 백남준은 테크놀로지를 접목해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를 만들었다. 아티스트라는 직업 자체를 어떤 분야로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 있다. 예술분야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진정한 아티스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의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그래서 항상 최신의 정보와 자료를 꾸준히 공부하고 탐구한다.

작품 활동, 발명, 강연 등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혼란스럽지는 않은지?

창업, 예술, 과학 분야는 경계가 무한하다. 그동안 잡지뿐만 아니라 1만 권 이상의 책을 읽은 것 같다. 다독하다 보니 두뇌에 나만의 지도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지식이라는 상상의 세계이지만 어떤 영역, 지도가 한번 만들어 지면 그 안에서 하는 모든 일이 꼭 우리 집 마당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친숙하다. 독서를 통해 상상의 영역을 많이 넓혀놨기에 책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강연을 하든 마치 정원관리 하는 듯한 느낌으로 한다.

꾸준히 탐구하고 연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구글, 유튜브 등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미국의 뇌과학 연구자들 강의와 토론이 인터넷에 무료로 오픈되어 있어서 쉽게 공부할 수 있다. 언젠가 유튜브에 있는 뇌과학 강의만 한 달 내내 본 적도 있다.

자기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중요하다. 마감날짜가 있는 칼럼이나 과제를 해야 한다면 훨씬 집중이 수월해진다. 천재가 아닌 사람들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공통점은 자기가 목표한 바에 집중하게 하는 수단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신경과학으로 보면 15세가 넘어서야 인간의 두뇌는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15세부터 30년 동안 다양한 분야를 많이 탐구하면 자기만의 두뇌 지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실제 뇌과학으로 봐도 45세 이후에 창의성이 발현되는 것과 일치한다. 이는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과도 맞아 떨어진다.

고영훈 작가가 말한 대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벤자민 존스의 연구 결과 인간의 과학적·창조적인 두뇌 활동은 35~40세에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30대 후반에, 애플의 스티브 잡스 역시 40세가 지나서야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 고영훈 작가가 그린 거북선의 용머리.

자기만의 두뇌계발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주 오래전 인간이 거주했던 환경은 위험천만했다. 사냥하고, 물고기를 잡고, 독사를 피해 열매를 땄다. 이처럼 인간의 뇌는 긴장되고 위험한 상황에서 발달해 왔다. 안타깝게도 요즘 아이들은 원시 시대의 결핍 상태를 느끼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학부모 강의에서 단 하루라도 가족끼리 캠핑이나 등산을 갈 때 일부러 무언가를 빠뜨리고 가라고 조언한다. 바리바리 싸들고 가다 보니 시종일관 풍부해 부족함을 느끼기 어렵다.

무언가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최고의 몰입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컴퓨터 역시 전시 상황에서 개발됐다. (※편집자 주: 영국의 수학자 앨란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상태에서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현대 컴퓨터의 원리를 최초로 구현한 ‘튜링 기계’를 만들었다.)

앞으로 브레인미디어에는 어떤 칼럼을 연재할 생각인가?

애초부터 뇌과학 공부는 학점이나 학위를 따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지금은 입시과열로 고생하는 학생들에 대한 연민으로 교육분야에 관심이 많다. 미래의 직업군은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어느 때보다 자녀의 의지력과 진로적성, 자기주도성을 키우는 것이 성적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브레인미디어의 칼럼은 ‘교육+뇌과학+미래학’을 접목해 다룰 생각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듯이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미래학까지 다루게 될 것이다.

글, 사진.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고영훈 작가 약력-

서울대 동양화과 졸업
1996년 중앙미술대전 대상

멘토브레인 연구소 소장
문앤파트너스 발명가
(주)아이로컬 디자인연구소 소장
풀잎 대안학교 이사

저서. <전교 꼴찌, 서울대 가다>, <내 아이를 위한 두뇌사용설명서>, <중학생을 위한 서울대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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