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왜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는가!

[칼럼] 왜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는가!

고영훈의 뇌과학과 인문학 - 04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는 말로 유명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의사이자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말은 복잡하거나 숨겨진 갑을관계 속에서 교묘한 갑 질을 당하며 사는 현대인들에게도 참 좋은 명언이다. 심리학 용어로 ‘얼굴 되먹임 가설(facial feedback hypothesis)’이라는 것이 있다.

얼굴 표정이 감정을 만든다는 얘기다. 짜증 나는 일을 접했을 때 억지로라도 웃음을 지으려 한다면 그 일을 좀 더 여유 있게 대할 수 있다는 건데, ‘찰스 다윈’도 자신의 책에 관련된 내용을 언급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의무나 수습할 뒤처리가 주어질 때에도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몸과 마음을 더 건강하게 유지한다.

연출된 당당한 몸짓과 여유 있는 표정과 미소와 말투는 뇌 신경계의 안정에 영향을 준다. 두뇌가 몸의 반응이 달라짐에 영향을 받아서 착각 하게 되는 것이다. 몸이 정신에 영향을 주는 피드백(역방향 되먹임) 현상이다.

뇌 신경계가 자기 자신이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의 의지를 가진 것으로 착각하게 되면 두뇌와 연결된 자율신경계도 좋아지면서 운동신경과 회복기능과 소화기계가 더 원활히 돌아가게 된다. 일종의 연쇄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두뇌와 몸의 신경계가 잘 돌아가게 되면 내분비계의 호르몬 분비가 적절하게 조절이 되면서 면역계가 강화된다.

이에 대한 학문이 ‘정신신경내분비면역학 PNEI(Psychoneuro-endoimmunology)이다. 

‘스트레스 의학’이라 불리는 ‘정신신경내분비면역학(Psychoneuro-endoimmunology)’은 1970년대에 ‘로버트 아서’의 실험에 의해 시작되어서 1981년 <정신신경면역학>이라는 책도 나왔다.

면역계가 마음의 지배를 받는 뇌 신경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결과를 보인 쥐 실험에서 시작한 이 학문은 요즘에는 ‘캔더스 퍼트’에 의해 에이즈 치료제 ‘펩타이드 T’를 개발하는 것에 이르러 부작용 없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고, 마침내 뇌 신경계가 환경에 의해 변화가 가능하다는 뇌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과 결합하면서 모든 질병의 원인과 치유가 자기의 삶을 주도적으로 사느냐 억압적으로 사느냐와 가장 깊게 연관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결과들은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에 의해서 물질이 반응을 한다는 ‘양자물리학’의 원리와 같으므로 ‘양자의학’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되고 있다. 동양의학에서는 신기정혈(神氣精血)이라는 말로 PNEI 현상을 거의 비슷하게 설명하고 있다.

정신(psycho-)이 기운(neuro-)을 바꾸고 기운은 정(endo-)과 혈(immuno-)을 바꾼다. 그리고 반대로 혈이 정을 바꾸고 정이 기를 바꾸고 기가 신을 바꾼다. 침술은 몸의 신경계(氣)를 자극하여 정혈(精血)과 정신(情神)을 바꾸는 의료이다.

신(神)은 생각이고 기(氣)는 신경계이고 정(精)은 부신피질을 중심으로 한 내분비계이고 혈(血)은 조혈기능과 면역력과 정기신(精氣神)의 총체적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개성과 성격이다. 젊을수록 혈기(血氣)를 조심해야하는 이유는 정기신(精氣神)의 기운이 혈기에 지배당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현상으로서 윤리 교과서에서 들은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이 기억날 것이다.

현대의학도 전통의학에서도 음식을 먹는 것과 함께 마음을 고쳐먹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마음을 고쳐먹는 것은 암을 다스리기도 한다.

미국 사이먼튼 암연구소의 ‘칼 사이먼튼’은 원래 오레곤 대학병원 치료방사선과 교수로 재직하며 암을 치료하는 일에 종사했는데 병원에서 수술이나 항암제, 방사선 치료와 같은 물리적인 치료에 한계를 절감했다. 암이 치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의 첨단의학으로도 암은 아직 치료의 확률이 미미하다. 그래서 표적 항암제 연구에 경쟁이 붙어서 한창 유행이다.

‘사이먼튼’은 정신과 의사인 부인 ‘스테파니’와 함께 마음의 상태와 암 진행과의 상관관계에서 심리적 배경이 결정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간단히 말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면역체계를 약화하고 내분비계의 균형을 파괴함으로써 암세포가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형성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정신신경내분비면역학 PNEI(Psychoneuro-endoimmunology)의 원리를 발견한 셈이다. 암과 에이즈를 치료하는 ‘하녹 탈머’도 개인의 신념에 따라 극심한 통증의 죽음이냐 행복한 완치로 가느냐의 갈래 길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한다.

사이먼튼 암연구소에는 일종의 죽음 다루기 훈련이라는 것이 있다. 임종을 눈앞에 둔 환자들을 위해 모든 일은 자신의 신념대로 경험된다는 생각을 사후세계에까지 확장한다.

자신이 죽어 가는 과정, 장례식의 과정, 천국으로 가는 과정, 또는 인간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과정 등을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대로 선택하여 상상하는데 이 상상을 되풀이 하다 보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되고, 결국 ‘지금 죽어도 좋고 이대로 살아도 좋다’라는 생각에 이르러서 말기 암까지 우습게 여기게 된다.

죽음의 걱정이 사라진 이후에는 이제 더 산다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자기 주도적으로 몰입할 거라고 상상하면서 그 말기 암은 기적적으로 사라지는데,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자기주도성과 면역력을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보면 개인적으로 생각나는 명언이 있다.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必死則生’ 

이렇듯 삶의 집착마저 내려놓는 이완의 명상이 치유의 효과기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체내 일산화질소(NO)의 활성화로 밝혀졌는데, 이 일산화질소의 활동과 효과에 관하여 ‘허버트 벤슨’ 팀의 ‘스테파노’박사의 논문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을 돕고 플라시보 효과를 극대화 한다.
2. 도파민과 엔도르핀을 촉진하여 안정감과 쾌감을 준다.
3. 혈행을 개선하여 심장병과 뇌졸중을 예방한다.
4. 에스트로겐을 촉진하고 폐경 후 우울증을 개선한다.
5. 남성의 성 기능을 개선하고 면역계를 강화한다.

최근 의학계와 뇌과학계의 연구들에서는 장수와 질병 등의 건강에 관한 것과 언어습득과 같은 지적인 것까지도 유전자와 환경의 비율이 25%:75%로 통계가 나왔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달라지는 심리적 상황이 자신의 타고난 건강유전자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은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빅터 프랭클’도 강조하고 있다. 이 얘기는 다음 기회에 하겠다. 





글. 고영훈 멘토브레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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