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용기와 자신감의 의학적 가치!

[칼럼] 용기와 자신감의 의학적 가치!

고영훈의 뇌과학과 인문학 - 05

지난 칼럼에서 ‘정신신경내분비면역학 PNEI’를 얘기했다. 신기정혈(神氣精血)이라는 말로 PNEI 현상을 동양의학적으로도 설명했다. 음식을 먹는 것과 함께 마음을 고쳐먹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번에는 PNEI 현상 중에서 자신감을 갖고 용기를 내는 것의 의학적 가치를 말하려 한다.

정신적 스트레스 중에서 어떤 일이나 과제를 만나서 의기소침해지는 것이 신체적인 건강을 나쁘게 하는 과정은 AHPA축에 의해서 발생한다. 마음이 아파서 몸이 망가지므로 나는 이 축을 ‘아파축’이라 부른다. 보통 HPA축이나 LHPA축으로 알려져 있는 이 축은 스트레스 반응에 관련된 기관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A는 변연계(Limbic)에서 공포를 처리하는 편도체 Amygdala, H는 시상하부 Hypothalamic, P는 뇌하수체 Pituitary, A는 부신 Adrenal이다. 의학적으로 설명하면 어려워지므로 ‘아파축’이 일상의 공포와 난관을 극복하게 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만 해도 된다.

똑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서 AHPA축은 호르몬 물질의 분비 종류와 양이 달라진다. 그리고 어떤 물질이 얼마만큼 분비되느냐는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물리학자 ‘필립 앤더슨’은 독이냐 아니냐는 양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조금 있으면 약이 되고 많으면 독이 되는 것이다. 보호가 과잉보호가 되면 독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잉보호가 자녀의 두뇌를 망치는 과정은 다음 칼럼에 쓰겠다.)

이 스트레스 AHPA축은  ‘도피-투쟁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 반응은 말 그대로 도망을 치거나 생존을 걸고 싸우거나 하기 위해서 진화되어 동물의 두뇌와 몸에 정착된 반응이다. ‘도피-투쟁 반응’은 다시 둘로 나누면 도피반응은 ‘공포-회피 반응’이며 투쟁반응은 ‘멈춤-생각 반응’이다.

투쟁을 하려면 공격의 계획을 세워야 하므로 생각을 하게 되면서 분비 물질이 달라지게 된다. 소심하게 무서워하면 공포반응으로 축이 활성화 되며 대범하게 생각하고 대처하면 생각반응으로 전환된다. 이 스트레스 처리의 생리반응은 특히 경쟁과 전쟁의 상황에서 전투력(수행력)과 깊은 관련이 있다. 현대의 도시는 도망칠 수 없는 전쟁터에 비유될만하다.

학교의 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것도 일종의 사격 테스트일 수도 있으며 생활비가 많이 드는 도시에서 돈을 벌며 생존하는 것은 손님 끌기 경쟁부터 협력업체로 선정되려는 프레젠테이션까지도 전쟁의 상황이다. 전쟁 영화를 보면 가장 먼저 죽는 병사들이 있다. 무서워서 오줌을 싸거나 벌벌 떠는 병사는 날아오는 총탄에 맞을 확률이 올라간다. 상황을 파악하는 이성적인 능력이 떨어지면서 몸이 굳기 때문이다.

이런 반응을 ‘공포-회피 반응’이라고 한다. 편도에서 공포를 느끼면 중심핵(central nucleus)을 통해서 공포에 대한 반응을 보이는 연쇄반응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아파축’을 통해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은 심박을 빠르게 하고 근육을 강화시킨다. 싸우거나 도망가야 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함께 나오는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상황을 견딜 에너지가 된다. 그리고 부작용으로 지적인 반응과 면역반응이 억제된다.

코르티솔은 과량일 때는 두뇌와 신체를 아둔하게 만든다. 오줌을 싸는 병사는 도망도 못가고 싸우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전투력이 나올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필사즉생必死則生’의 마음을 갖게 되면 공포감이 줄어든다. 그리고 상대의 공격이 부당하거나 거만함에 분노심이 생겨서 너 죽고 나 죽자는 맘으로 응징을 할 때에는 공포감이 줄어들면서 공격 시 집중을 하도록 만드는 노르아드레날린이 두뇌와 몸을 지배하게 된다.

시각이 예민해지고 심폐기능이 활성화 되며 간에 저장되어 있던 영양분이 근육으로 이동한다. 이때 간에서는 저밀도 콜레스테롤을 만들어 낸다. 이런 과정이 화가 난 병사의 근력과 조준의 정확도와 전투력을 3배 이상 좋게 만든다. 하지만 이 분노의 상황이 길어지면 특히 간과 심장, 혈관과 눈에 큰 무리가 따른다. 만약 자신이 처한 전쟁 같은 상황에서 도망갈 수도 즐길 수도 없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수행력을 높이면서 해로운 물질들에 가장 짧게 노출이 될까? 

쉽지는 않지만 손실 예측과 동시에 편도체가 주도하는 ‘공포-회피 반응’을 이성적으로 진화를 하면 된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나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과 함께 전전두피질을 쓰는 ‘멈춤-생각 반응’으로 바꾸면 체내의 물질들이 바뀐다.

자신감을 갖고서 극복을 위한 계획을 세우며 생각을 하는 과정에서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노르아드레날린과 같은 말) 등의 모노아민(monoamine) 신경전달물질이 나오는데 이 물질들이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등의 양을 줄이면서 해로운 물질들에 노출되는 시간을 짧게 만든다. 이런 물리적 반응을 사람에게 직접 실험할 수는 없어서 쥐나 원숭이에게 이런 실험을 한다.

똑같은 자극을 동물이 능동적일 때 주는 것과 수동적일 때 주는 것이 극적으로 달라진다는 실험을 듀크 대학의 ‘시드니 사이몬’ 팀이 쥐에게 했다. 화합물을 스스로 맛을 보는 것과 수동적으로 미각 신경에 주어지는 것이 쥐의 두뇌와 몸에 전혀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술과 지방질 고기를 먹어도 프랑스인과 미국인의 해로운 콜레스테롤 생성의 차이가 크다.

동일한 조건과 같은 인종을 고려하여 조사를 했을 때에도 신체적 반응의 차이가 큰 원인은 뭘까? 두 나라의 음식을 대하는 태도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란 게 학자들의 설명이다. 뇌과학자들은 이를 기대신호(expectation signal)가 다르다고 표현한다. 예측할 수 있듯 프랑스인들이 동일 조건에서 훨씬 건강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피할 수 없는 전쟁 같은 현실을 즐길 수만은 없을 때에는 자신이 단련되고 있다고 여기면서 자신감과 주도성과 적극성을 갖고 많은 계획적 사고를 하면서 그 상황을 돌파해 나가야 몸도 두뇌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필자는 위의 전체 과정을 도표로 정리하여 강의를 한다. 복잡하지만 화살표를 따라가면서 공포반응과 생각반응의 결과를 확인해보기 바란다. 자신의 마음먹기가 두뇌와 몸에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를 확인하기 바란다.





글. 고영훈 멘토브레인연구소 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