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는 누구인가? (2)

[칼럼] 나는 누구인가? (2)

한눈에 읽는 뇌교육과 철학 이야기-2

뇌교육의 기원은 한국 고유 사상인 ‘선도(仙道)’에 있으며, 그 시작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인간 실존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것을 안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대 우리 민족은 인간 실존의 목적, 즉 인간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했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네들도 쉽게 답할 수 없는 이 질문에 우리 옛 조상들은 어떻게 답했을지 참으로 궁금하다. 

한민족의 기원과 유래를 기록한 『부도지(符都誌)』에 나오는 ‘마고성(麻姑城)’ 이야기가 이 궁금증을 명쾌하게 해결해준다. 『부도지』는 신라 눌지왕 때의 충신 박제상(朴堤上,363~419?)이 지었다고 한다.

‘마고’에서 ‘마’라는 음은 ‘어머니’를 뜻하는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는 공통어이고, ‘고(姑)’는 ‘옛(古)’과 ‘여자(女)’의 합성으로 ‘고대의 여신(어머니 여신)’을 뜻한다. 이때의 어머니 여신은 모든 생명의 원천으로서 그 자체 내에 여성성과 남성성의 원리를 모두 가진 하나의 완전한 ‘신성(神性)’을 의미한다. 

『부도지』에 따르면, 마고가 궁희(穹姬)와 소희(巢姬)를 낳고 궁희는 황궁씨(黃穹氏)와 청궁씨(靑穹氏)를, 소희는 백소씨(白巢氏)와 흑소씨(黑巢氏)를 낳아 각 씨마다 한 쌍의 남녀로 해서 네 천인(天人), 네 천녀(天女)가 되었다. 그러나 당시 이 여덟 사람 외에 ‘수증(修證)’하는 자가 없었기에 만물의 운행은 조화롭지 못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마고는 네 천녀와 천인에게 명하여 겨드랑이를 열어 각각 삼남(三男) 삼녀(三女)를 낳게 하였으니, 이들이 바로 인간의 시조(始祖)가 되었다. 이들 남녀가 서로 결혼하여 족속이 불어나 각각 삼천의 무리가 되었고, 이들은 하늘과 땅의 이치를 바르게 밝히는 수증, 즉 수행을 하니 이때야 비로소 역수(曆數, 천체의 운행과 기후의 변화가 철을 따라서 돌아가는 순서)가 바르게 되어 만물의 운행이 조절되었다. 

 이러한 『부도지』의 내용은 인간 존재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인간이란, 존재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닫고 실천하는 것에 실존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를 『중용(中庸)』에서는 ‘자신의 타고난 성(性)을 온전히 발현해야 타인의 성과 모든 사물의 성을 온전히 발현케 할 수 있으며, 천지(天地)의 화육(化育)을 도울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하늘과 땅과 더불어 온전한 일체가 된다 (제22장)’라고 표현하였다.

수증, 즉 수행으로 인간은 하늘과 땅과 더불어 하나임을 깨달을 때 천지의 화육에 있어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 존재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하늘과 땅과 인간이 하나(人中天地一)’라는 ‘천지인(天地人)’ 사상은 한민족의 최고 경전인 『천부경(天符經)』의 핵심 사상이기도 하다. 

이처럼 『부도지』에 나오는 수행의 전통은 한민족의 의식 속에서 개인과 공동체뿐만 아니라 천지자연을 함께 아우르는 조화와 상생의 실천적 기능을 했으며, 이후 그 전통은 단군조선(檀君朝鮮)의 ‘홍익인간(弘益人間)’, ‘재세이화(在世理化)’라는 ‘국시(國是)’로 이어져 ‘천손문화(天孫文化)의 핵’이 되었다.

마고성 시대의 조상들에게 후손된 입장에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라고 물어본다면, 아마 이렇게 답하지 않을까. “너희들은 수행을 통해 타고난 인간성을 회복하고 천지간 만물을 조화롭게 하는 주체가 되어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

이제 우리 자신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지 않을까. ‘과연 지금, 우리 후손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이승호 교수 
 magoship@ub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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