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영유아 시기는 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때라고 하는데, 아이에게 더 좋은 두뇌 자극을 주기 위해 학원에 보내거나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할까요?
패러다임 변화가 점점 더 빨라지는 시대의 주역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명명되어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한 4차 산업혁명.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산업혁명은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변화를 일컫는데, 1차에서 2차로, 2차에서 3차로 변화하는 데는 한 세기가 걸렸지만 3차에서 4차로의 변화는 50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웬 산업혁명 이야기인가 싶으시겠지만 자녀교육에 있어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살아가야 한다는 걸 떠올려보세요.
얼마 전 존스 홉킨스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하는 강의에서 “여러분의 자녀는 미래에서 온 사람입니다”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교육학자이며 철학자인 존 듀이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오늘의 교육을 하는 것은 자녀의 미래를 도둑질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지금의 영유아들이 성인이 되어 본격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게 될 이삼십 년 뒤는 이미 4차 산업혁명을 지나 5차 산업혁명을 맞는 시점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지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잘 체감하지 못하다가 문득 이삼십 년 전을 떠올리며 지금의 생활과 비교해보고서야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문제는 자녀들이 겪을 변화의 속도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를 것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산업혁명의 속도를 보면 아마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달라져 있을 겁니다.
부모의 불안이 만드는 아이의 미래를 훔치는 교육
어쩌면 미래를 상상하는 것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과거로 돌아가 이후의 변화를 되짚어보는 것이 변화를 체감하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의 이삼십 년은 최소 일이백 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변화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으니, 우리가 이백 년 전으로 돌아가 그 시대를 살아간다면 어떨지를 생각해봅니다.
천자문과 사서삼경을 외우며 신분제도에 매이고, 태어나고 자란 지역을 벗어날 일이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겠지요. 자녀에게 부모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교육을 시킨다면 바로 이 같은 상황과 다름없지 않을까요?
옆집 아이와 비교하며 자녀가 학습이든 발달이든 늦어진다 싶으면 불안해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조차 다양한 학습을 하기를 요구하는 부모들을 보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심지어는 두세 살 영아에게도 자극을 많이 주어야 한다며 놀이 전문가와 학습지 선생님을 붙이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아직 생활리듬이 안정되지 않은 영아들이 매주 일정한 시간에 오는 선생님들과 만나 뭔가를 배워야 한다면 학습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먼저 경험하지 않을까요? 부모의 불안 때문에 자녀의 미래를 도둑질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부모로서 자녀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좋은 습관과 마음을 나누는 행복감, 자신에 대한 이해와 조절력, 세상에 대한 신뢰감 같은 것들이겠지요.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지능력은 학교에서 시험을 잘 치는 지식이 아닌,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메타인지 즉 자기성찰지능과 실존지능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다 필요 없어진다면
세계적인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의 강연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세상이 이러저러하게 변화할 것이라는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한 초등학교 학생이 손을 들고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강연을 들어보니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미래에는 거의 필요가 없고 컴퓨터 수업 정도만 필요할 것 같은데 그나마 일주일에 한 번밖에 수업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꼭 학교를 가야 할까요?”
초등학생도 미래학자의 예측을 들으며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필요 없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는데 부모님들은 왜 꾸역꾸역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며 똑같은 공부를 하기를 원하는 걸까요?
강연에 학생들도 많이 참석했는데 자신에게 익숙한 것들이 없어지거나 변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두려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제가 강연자에게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코멘트 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자 미래에는 경제적 생산활동의 많은 부분이 로봇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아마 주 3일 반나절 정도만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삶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을 거라고 말하더군요. 이 말을 들으며, 지금도 여전히 입시만을 목표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그 여유를 즐기며 삶을 멋지게 영위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표현할 기회를 주세요
자녀를 정말 똑똑하게 키우고 싶다면 아이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는 메타인지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몸과 마음을 돌보는 감각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로 이어집니다.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고 느낄 때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를 냅니다.
현명한 부모는 아이가 이 같은 경험을 하며 성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영유아 시기부터 자기 자신을 관찰할 기회를 주고,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존중해주며, 실수와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포용해주세요.
글. 이은정 키즈뇌교육 수석연구원.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