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교사의 상처는 돌보지 않는다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브레인 96호
2023년 02월 09일 (목)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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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돌보는 삶으로 전환하다

교사로 첫 발령을 받고 2년 차쯤 되었을 때, 극심한 피로와 무력감으로 학교를 떠날 수 있으면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출근할 때면 다리가 천근만근이었고, 퇴근해 집에 와 현관 앞에 가방을 내려놓고 쓰러져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난 적도 허다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날이 갈수록 살이 빠지면서 45킬로그램도 넘기지 못했고, 보약을 지어 먹어도 장에서 흡수를 못해 온몸의 장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한의사의 소견을 들어야 했다. 당연히 학교생활은 마치 수험생이던 시절처럼 견디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방과후에 진행하는 명상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편안한 음악과 함께 밝은 톤의 목소리로 지도하는 강사를 따라 몸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다른 생각이 안 날 정도로 평소에 쓰지 않던 신체 부위에 집중하며 움직이다가 후반부에 바닥에 누워 완전히 몸 전체를 이완시키는 순간이 있었다. 

그때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그 순간 모든 것이 편안해지고, 세상에 이럴 수도 있구나 싶게 온몸의 긴장을 다 놓아버리는 새로운 감각의 세계가 열렸다. 이후 나는 직접 센터에 등록하고 명상을 하며 적극적으로 내 몸을 돌보기 시작했다. 항상 종합병원이었던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그 해결책을 얻은 기분이었다. 

이후 몸이 좋아져 자신감이 생기면서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서의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삶의 위기는 완전히 멈추는 법이 없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3년 휴직을 하는 동안 거의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하니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서 학교로 돌아갈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이다. 

▲ 게티이미지


교사로서의 첫 마음을 다시 만나다

그때 다시 명상 수련을 시작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며 마음을 다독였으나 교사의 삶으로 돌아갈 마음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무렵 홍익교원연합에서 하는 ‘뇌활용 행복교육’ 교사 연수에 참여하게 됐는데, 감정정화와 힐링 과정을 경험하면서 놀랍게도 교사로서의 첫 마음을 만나는 순간에 이르렀다. 

이를 ‘연결’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살아가는 의미와 교사로서의 삶의 의미가 서로 만났기 때문이다. 비로소 나는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참 스승이 되고자 하는 뜻을 세운 것이다. 
 

교사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종일 아이들을 만나고 소통해야 하는 교사로 살다 보면 서로 주고받는 상처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사는 먼저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을 정화하고 더 큰 사랑으로 아이들을 품어야 하지만, 오랫동안 그저 억누르기만 하고 자신이 상처받은 것조차 모른 채 지낸다. 거기다 자신을 스스로 나무라며 자책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교사는 제대로 잘 해내야만 한다고 굳게 믿기에, 그렇지 못한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교사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아니 스스로 배우려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긴장되고 무기력한지 몰랐으니까. 교사로서 삶의 가치를 찾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지 않았을까. 

연수가 진행된 5일 동안 정말 많이 울고 웃으며 오랫동안 쌓인 감정들을 풀어0내고, 내 안의 생명력이 살아나면서 사랑의 감각이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 덕분에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 동료 교사들도 나와 같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방학 때마다 ‘뇌활용 행복교육’ 힐링 연수를 안내했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할 수 있으니까.
 

▲ 게티이미지


아이에게도 자신을 돌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로 반 아이들과 화상으로 조회를 할 때면 크게 두 가지로 바빴다. 하나는 화상 조회에 늦게 들어오는 아이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들의 뇌를 깨우기 위해 스쿼트 동작을 20개씩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큰소리로 구령을 붙이면서 같이 했고, 스쿼트가 끝나면 1분 호흡명상으로 아이들의 뇌파를 안정시켜 수업에 집중하게 했다. 아이들의 뇌 깨우기 과정이 다른 일정에 밀리지 않게 하기 위해 ‘체인지 노트’를 작성하기도 했다. 100일 동안 매일 기록하면서 아침의 루틴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덕분에 나도 아이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공명했고,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아이들의 역량을 어떻게 키워주어야 하는지를 더 분명히 알게 되었다. 

자신을 돌보는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감각이 깨어나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도전의 경험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키워준다. 

나는 아이들이 자신을 돌보고, 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 이것이 학창 시절 내내 종합병원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우울했던 한 아이가 교사가 되어 내린 결론이고 실천방향이다.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우며 행복한 교사로 계속 살 수 있기를 꿈꾼다. 

글. 강선희 경기 연현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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