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기반 두뇌계발법으로서의 명상

뇌활용의 이해

브레인 94호
2022년 09월 29일 (목)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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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계발이 이성 중심에서 정서와 지행일치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오랜 세월 인간이 해온 일을 AI가 대체하는 변화 추세에 따라 현실적으로도 두뇌계발을 합리적 이성의 계발에만 묶어둘 수 없게 되었고, 다양한 두뇌계발법에 관한 사회적 관심도 커졌다.

그중에서 최근에는 신체에 기반한 두뇌계발법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신체 기반 두뇌계발법과 관련해 관점의 차이를 보이는 폴 데니슨과 다니엘 골먼의 사례를 살펴본다.
 

▲ 미국의 명상버스


신체활동과 인지 변화의 관계를 밝힌 두 연구자

미국의 치료교육 전문가인 폴 데니슨은 20여 년에 걸친 임상 연구를 통해 ‘브레인 짐’이라는 특정한 신체활동이 집중력 같은 인지적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는 신체와 인지가 거의 무관하다고 보는 기존 상식을 깨뜨린 획기적인 연구성과였다. 

이후 이 분야의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최근에는 신체활동으로 두뇌를 계발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운 상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폴 데니슨이 주목한 것은 특정한 신체활동과 인지 변화의 관계이다. 이는 의식의 집중을 반드시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부분적으로 접근한 관점이라 하겠다.

한편, 다니엘 골먼은 정서지능(EQ) 이론을 개발하고 알린 저명한 학자이다. 초기부터 학계에서 갈채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는 엄밀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지키면서 명상을 통해 뇌가 어떤 특성을 갖게 되는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했다. 이 과정은 《명상하는 뇌》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그의 책에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는 이성 영역만 강조하던 기존의 지능 범위를 정서 영역까지 확장했고, 실증적인 태도로 명상을 강조헀다. 명상은 신체와 의식의 통합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앞서 살펴본 브레인 짐과 달리 전체적으로 접근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되면서 널리 각광 받기 시작한 명상

다니엘 골먼은 하버드대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부터 명상을 비롯한 수행 활동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인도 등지에 가서 집중적인 수행을 했으며, 많은 수 행자와 함께 명상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사실 명상이나 수행 같은 활동에 대해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학문계나 교육계에서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풍토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온몸으로 겪은 신체·정서·인지 전 반에 걸친 경험에 근거하여 꿋꿋이 연구자 동료와 탐구를 계속해 왔다. 이제 정서지능 이론은 인간의 이해와 발달을 위해 꼭 참조해야 하는 이론으로 자 리 잡았다. 요컨대 그는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남긴 학자이면서 동시에 신체에 기반한 총체적 경험을 통해 두뇌를 계발하는 법을 제시해 온 것이다. 

다니엘 골먼은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명상에 관련된 과학적 증거를 찾고 있다. 이는 명상이 그만큼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주제라는 뜻이기도 하다. 명상은 오래전부터 주로 종교 영역에 머물렀고, 학교 교육의 바깥에 있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명상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명상의 긍정적 효과를 검증한 자료들이 쌓이면서 최근에는 구글 같은 대기업에서도 사내 프로그램의 하나로 명상을 적극 권장하는가 하면, 뉴욕시에서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명상버스를 운영하고 있을 만큼 널리 보급되고 있다.
 

특히 성인을 주 대상으로 하는 사회교육이나 기업교육 분야는 진입 장벽이 그다지 높지 않으므로 이러한 변화가 더욱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이제 명상은 제한된 범위에 머무르지 않고 두뇌를 계발하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각광 받는다.
 

▲ 뉴욕에서 운영하는 명상버스


멍때리기와 명상의 차이

그렇다면 모든 명상이 온몸으로 하는 신체 기반 두뇌계발법에 속할까? 명상에는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서양이 발달 시켜 온 다양한 수행과 명상의 전통이 있는 만큼 그 종류와 방법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지 않고 호흡과 함께 자신의 몸을 주시하든, 몸을 활발히 움직이면서 심신에 일어나는 느낌을 주시하든, 모든 명상은 학습자가 전심전력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신체 기반 두뇌계발법 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멍때리기’와 달리 모든 명상은 반드시 목표, 즉 탐구 주제가 있다. ‘멍 때리기’는 심신의 긴장을 풀고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것인데 반해, 명상활동은 비록 ‘마음비우기’처럼 ‘멍때리기’와 비슷해 보이는 것일지라도 목표가 뚜렷하다.

특히 학습자가 자신의 뇌를 내면의 눈으로 관찰하고 이해하며 활용하는 활동을 가리키는 ‘뇌교육 명상’은 더욱 직접적인 신체 기반 두뇌계발법이다. 

뇌교육 명상과 다른 명상의 차이점은 학습자가 자신의 뇌를 직접 탐구주제로 삼는다는 점이다. 뇌교육 명상에서 탐구주제로 삼는 것은 자신의 신체 안에 있는 뇌이다. 학습자는 자신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뇌를 느끼는 활동, 어둡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의식을 활용해 펴주는 활동, 뇌에 저장된 기억의 회로를 살펴보면서 부정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기억을 밖으로 내보내는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이러한 활동은 뇌 기능의 하나로 창출된 자기의식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반성적 사고(reflective thinking)를 요구한다. 또한 이러한 활동은 뇌 기능의 산물인 자기의식이 근원이 되는 뇌로부터 독립하여 이른바 ‘상대적 자율성’을 획득함으로써 뇌기능의 결과를 반영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그 결과에 대하여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인간이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 발현을 통해 문화 발달을 이루어 온 것도 어쩌면 이 상대적 자율성에 의한 것이라고 과감히 말하고 싶다. 


신체 기반 두뇌계발법이 모든 학습의 근간으로 자리 잡을 것

20세기 초에 세계를 풍미한 교육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는 인간이 실행 을 한 이후에 사고를 통해 다시 실행을 되짚어보는 '반성적 사고'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이를 통해 학습자가 무엇을 탐구 대상으로 하든 간에 의 식을 집중하고 능동적으로 사고 실험에 참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학습을 제대로 할때 나타나는 의식의 속성을 ‘흥미’와 ‘내재적 동기유발’이라는 개념을 써서 강조했다. 그가 주장하고자 한 특성은 명상수행을 할 때 나타나는 학습자의 특성과 유사하다. 학습자가 집중적이고 능동적으로 의식을 움직이는 활동은 학습자가 ‘컴퓨터 배우고 익히기’ 같은 지식학습을 하든, 아니면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명상을 하든 똑같이 요구된다. 

신체 기반 두뇌계발법의 핵심인 ‘의식의 집중과 능동적 움직임, 배우고 익히기’는 어떤 학습 활동에서나 꼭 필요한 조건이다. 초심자, 비전문가, 전문가의 차이는 의식 활용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몸을 움직이지 않는 정적인 명상을 할 때 겉으로는 모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의식의 집중과 움직임의 수준에 따라 초심자는 눈을 뜨고 싶어도 참고 있는 것일 수 있고, 비전문가는 집중을 통해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느끼며, 전문가는 새로운 경험에 깊이 몰입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교육학계에서는 도덕성이나 인성을 함양하려는 상황에서도 주로 지식학습의 전통을 따라왔다. 이를 요약하면, 지식을 제대로 배우고 익히면 지식 에 내재된 인성적 특성까지 통합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학습이 의식의 집중과 능동적 움직임을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브레인 짐처럼 부분적으로 지력을 작동해도 되는 학습소재와 명상처럼 전일적으로 몰입해야 하는 학습소재를 갈라놓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선다.

다니엘 골먼이 정서지능을 통해 인간 지능의 지평을 넓혔듯이, 앞으로 신체 기반 두뇌계발법은 모든 학습의 근간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글. 신혜숙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


참고문헌 
1. P. Dennison & G. Dennison(1994). Brain Gym . teachers edition revised. C. A.: Edu-Kinetics. 2. J. Dewey(1916). Democracy and Education. 이홍우 역(1987). 《듀이 민주주의와 교육》 서울: 교육과학사.
3. D. Goleman & R. Davidson(2017). Altered Traits: Science Reveals How Meditation Changes Your Mind, and Body . 김완두·김은미 역(2022). 《명상하는 뇌》. 서울: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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