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교육 칼럼] 신경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

[뇌교육 칼럼] 신경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이상한’ 사람

화성에 인간이 살 수 있게 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전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는 물론,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조차 성공 가능성이 극단적 으로 낮다고 단언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뭔가에 홀린 듯 그것에 필요한 일들을 하나씩 이뤄내는 이 ‘이상한’ 사람의 이름을 어느 정도 시사에 관심이 있다면 대부분 다 알 것이다. 우리에게는 최고의 전기자동차 브랜드로 잘 알려진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다. 그는 자신이 이룬 업적들만큼 이런저런 기행을 일으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미국의 한 TV쇼에 출연해 자신이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신경증적 증상을 가진 사람의 성공담이 유독 미국에서 많이 나오는 까닭

묘하게도 자폐스펙트럼으로 분류되는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의심되는 사람 중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유독 미국에 많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그렇고, 유명 배우 앤서니 홉킨스도 마찬가지다.

이들처럼 지적장애를 동반하지 않는 고기능 자폐증으로 알려진 사람들 외에 ADHD로 힘든 아동기와 청년기를 보낸 이들 역시 미국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미국에서 저가 항공 시대를 개척한 제트블루의 CEO 조엘 피터슨도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이를 언급한 바 있고, 수영 금메달리스트인 마이클 펠프스나 유명 밴드 마룬 파이프의 멤버 애덤 르빈도 이에 포함된다.

이들이 이룬 성공은 개인의 엄청난 노력에 의한 것이 자명하나, 왜 일종의 정신질환이나 장애라고 여겨지는 증상을 가진 사람들의 성공담이 다른 나라보다 미국에서 자주 들리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상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서로의 차이를 포용하는 ‘신경다양성 축하 주간’

미국의 많은 학교에서는 매년 3월 ‘신경다양성 축하 주간(Neurodiversity Celebration Week)’을 지정해 기념한다. 신경다양성이란 자폐스펙트럼이나 ADHD, 학습장애, 성격장애 등 기존에 지적장애나 사회성장애로 인식되던 것들을 증상이나 질병으로 규정하지 말고, 뇌신경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생물적 다양성으로 인식하자는 개념이다. 1999년에 호주의 사회과학자 주디 싱어가 처음 이 단어를 학술적으로 언급했는데, 그 어떤 국가보다 미국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이 차별에 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포용성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 그 이유가 될 수 있지만,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많은 사람이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당시 의학계의 잘못된 판단으로 큰 트라우마를 겪은 바가 있어서이기도 하다.

당시 미국에서는 자폐스펙트럼이 선천적이 아니라 후천적이며, 이는 아이에게 충분히 정을 주지 않는 차가운 엄마(일명 ‘냉장고 엄마’)로 인해 생긴 현상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이는 자폐스펙트럼인 아이로 그 누구보다 심적 고통이 컸을 부모를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만들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잘못된 선택과 치료로 자폐를 가진 아이들이 더 힘든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 이후 이에 대한 자정작용으로 1990년대부터 미국은 이 같은 증상을 정신 질환이 아닌 선천적 특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함께할 때 사회는 더 발전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동을 전체의 10분의 1~7분의 1 정도로 본다. 또한 이런 특성을 가진 아이들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모든 학생이 신경다양성을 이해하고, 자폐스펙트럼이나 학습장애가 있는 학우가 사회성을 배우도록 도우면서 서로 포용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신경다양성 축하 주간을 통해 인종, 성별, 나이처럼 뇌 구조의 차이도 하나의 특성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가고 있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함께할때 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한편에는 이러한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기능 자폐증 같이 노력을 통해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가능한 증상을 마치 전체가 다 그런 것처럼 판단하는 것은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지적장애 정도의 중등 증상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심지어 의학계에서도 신경다양성을 정설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같은 견해차가 있음에도 분명한 것은 뇌 기능으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한 경우가 미국에서 많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무엇이 정확한 사실인지 판단하기 이전에, 미국은 노력하면서 성장하는 이들에 대해 사회적 보호장치를 마련해 나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방식의 신경다양성 문화를 만들어야 할 때

우리나라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드라마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나마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학교나 직장에서는 차별과 배척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우리가 미국 같은 환경을 조성하기에는 여러 가지 난점이 존재한다. 이미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극한의 경쟁에 몰린 사람들에게 집단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람까지 배려하라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혁신하며 발전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현대사회에서 신경다양성은 우리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모든 일에 오직 한 가지 해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 한국도 우리 방식의 신경 다양성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글_이정한 IBREA Foundation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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