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할미는 왜 성을 쌓았을까?

코리안스피릿의 뿌리 '마고성의 비밀'

2014년 11월 20일 (목)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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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성의 비밀』이라는 소설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뇌가 번쩍 놀랐다. 저자가 미국인이라는 얘기를 듣고, 마고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뇌가 유연한 외국인이 거리낌 없이 마고성의 이야기를 썼구나 싶었다.

저자는 한국의 창세신화인 '마고신화'를 접하고는 영감을 얻어 『마고성의 비밀』를 썼다고 한다. 마고신화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뜻 깊은 창세 기록을 담고 있다. 신라시대 박제상(363~419)이 쓴 『징심록』제1지「부도지」첫머리에 나오는데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 지리산 마고성모상이다. 1991년 12월 23일에 경남민속문화재 제14호로 지정했다.(사진=석상순 박사)

마고성에 사는 마고가 태초에 인류의 시조인 인조(人祖)를 탄생시켰다. 그 인조들은 천인(天人)으로서 조화롭고 이상적인 삶을 살았다. 그런데 ‘오미의 화’(백소씨족의 지소씨가 포도를 먹고 다섯가지 맛五味을 알게 된 사건)를 계기로 인조들이 존재계의 질서를 바로잡는 자재율(自在律)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서 존재계의 질서가 와해됐다. 

이에 천인들의 장자인 황궁씨가 대표로 복본(復本)의 서약을 한다. 인조들은 마고성의 동·서·남·북문을 통해 사방으로 분거했다. 북문으로 나온 황궁씨의 후손들은 항상 정성과 믿음으로 언젠가는 마고성으로 복본하겠다는 마음으로 늘 수행에 힘쓰는 삶을 살았다는 내용이다.

한국선도는 마고성 출성 이후를 현생 인류사의 시작으로 본다. '복본'의 '본(本)'은 '마고성에서 사는 인조들의 근본상태'라는 의미로, ‘복본’이란 마고성의 원상을 회복하고 천성을 되찾아 조화로운 근본상태를 회복하는 것을 말한다.

황궁씨의 후손인 환인-환웅-단군 등의 한국인 선조들은 가는 곳마다 중앙에 천부단(적석제단, 천제단)을 쌓아 천제를 지내는 등 수행하는 삶을 살면서 마고성 복본을 잊지 않고자 하였다. 그러나 단군조선 폐관 이후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선도의 수행력이 약해지면서 마고성으로 복본하려는 정신이 점차 사라지고, 마고성의 마고는 마고할미설화의 형태로 변이 전승되기에 이르렀다.

할미는 ‘한+어미’의 합성어이다. ‘한’은 ‘크다·많다·위대하다·성스럽다’ 등의 의미를 지닌 순수한 우리말이다. 그러므로 ‘한어미’는 ‘위대한 어머니’, 곧 ‘성모’, ‘신모’를 뜻하며, ‘마고할미’는 ‘마고성모’, ‘마고신모’의 의미가 되겠다. 설화 속 마고할미의 가장 주된 행위는 돌을 가져다 항상 성을 쌓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비록 설화의 형태로 전승되어 왔지만 천부단(적석제단)을 쌓는 전통이 고스란히 설화 속에 흔적으로 담겨 있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마고할미이야기가 전국적으로 분포 전승되고 있다. 이는 우리 한국인들이 지니고 있는 마고성 복본에 대한 염원의 흔적이라고 생각된다. 천제단을 쌓아 천제를 지낸 오랜 전통은 지금도 산 정상의 곳곳마다 적석제단을 쌓는 관습으로 남아 전한다.

태백산 천제단(마고탑)이나 부산 장산의 천제단과 마고당, 지리산 노고단(‘노고’는 마고의 이칭임) 등이 대표적인 유적으로 남아 있다. 등산로 곳곳에 쌓여있는 돌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에서 오늘날 한국인들의 정서를 엿볼 수 있겠다.

또한 지역주민들이 마고할미가 쌓았다고 하여 마고산성이라 부르는 산성이 전국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 경기도 양주의 노고산성(마고성), 충주의 마고산성, 거제의 마고산성, 양산의 마고산성 등이 그것이다. 용인에서는 할미산성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모두 ‘도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한국인의 유전자적 정보 속에 남아 있는 마고성에 대한 그리움, 복본하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의 흔적이라 여겨진다.

▲ 거제 마고산성이다. 사적 제509호(2010.08.24.지정)이고 문화재청 명칭은 '거제 둔덕기성'이다(사진=석상순 박사)


소설『마고성의 비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마고와 마고성에서 분거해 나간 네 천인(황궁, 청궁, 백소, 흑소)들이 현대 미국땅에서 태어나 사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지구어머니 마고의 현현으로 등장하는 엔젤린, 황궁의 현신인 노아, 청궁의 현신인 토비, 천부경의 원리를 강의하며 전 세계를 누비는 백소의 현신인 한국인 선아, 청동검의 신물을 지닌 흑소의 현신인 루터스, 인디언 종족의 마지막 추장으로 지구시민학교의 교장이자 지구촌 촌장인 카타테까지.

모두 현실적인 삶의 위기를 극복하고 몸과 마음을 정화해가는 수행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에는 인디언의 성지인 세도나로 모여들어 깨달음의 길을 걷게 된다. 즉 등장인물들은 삶에서 큰 변화와 성장의 과정을 거쳐 결국에는 인간의 본성인 천성(홍익, 사랑)의 힘으로 지구촌 공동체를 이루어낸다는 내용이다. 선도수행공동체의 생활로 조화롭고 이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지구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곧 현대판 마고성으로의 복본이 세도나라는 아름다운 공간에서 이루어진 셈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외국인 작가가 한국의 오래된 창세신화를 판타지소설 형식으로, 현대적 감각으로 흥미롭게 엮어내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서양 성경의 창세기신화인 아담과 이브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 고유의 창세신화인 마고신화는 아는 이가 많지 않아 항상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마고성의 비밀』출간을 계기로 한국인에게 조화와 화합의 세계관과 인간성 존중의 가치관을 담고 있는 마고 이야기를 손쉽게 전달할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이 든다.

이제 마고는 지구의 기에너지, 지구의 영혼, 지구어머니로서, 인류사 시원의 첫머리를 열어가는 존재로 우뚝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앞으로 마고가 다양한 예술적 소재로 응용 확대되어야 한다. 아울러 지난 10월 18일에 개최되었던 마고 학술대회처럼 연구자들이 문학 등의 예술적 소재 차원을 넘어서서 ‘마고’를 학문적 주제로 선택하여 깊이 있는 연구가 지속해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글. 석상순 박사

경남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에서 <한국의 마고麻姑 전승>으로 2012년도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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