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성의 비밀 vs 부도지

한국인의 정신과 리더십에 관하여

▲ 지구의 어머니 마고(사진=최종린 화가 제공)


미국 작가 레베카 팅클이 쓴 ‘마고성의 비밀(한문화)’은 반복해서 읽을수록 깊이가 다르다. 처음에는 엔젤린, 노아, 토비, 선아, 루터스 등 5명의 인물이 저마다의 사연을 세도나에서 풀어가니 흥미로운 소설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병을 낫게 하고, 계시를 전하는 등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능력은 마치 엑스맨(X-men)처럼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스승 카타테의 등장은 이야기에 역사성을 불어넣는다. 작가가 모티브로 삼은 한민족의 창세설화 ‘부도지(符都誌)’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그렇다. 카타테는 “이 이야기들은 중요하지. 왜냐하면 우리가 어디서 왔고 우리의 뿌리가 어디이며 우리 자신과 우리의 행성, 우리의 창조주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이후 5명은 역사적인 사명자로 거듭난다. 그런데 ‘부도지 창세설화’와 ‘소설 마고성의 비밀’에는 공통적으로 흐르는 것이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이를 리더십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황궁씨부터 단군까지

먼저 ‘부도지’를 살펴보자. 신라의 충신 박제상(朴提上, 363~419)이 보문전 태학사로 재직할 당시 열람할 수 있었던 자료와 가문에서 전해 내려오던 비서를 정리한 책이라고 한다. 부도는 하늘의 뜻에 부합하는 나라, 또는 나라의 수도를 뜻한다. 선도사서(仙道史書) 중에서 가장 연대가 오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마고성은 지상에서 가장 높은 성이다. 천부를 받들어 선천을 계승하였다. 성 중의 사방에 네 명의 천인이 있어 관을 쌓아놓고 음을 만드니, 첫째는 황궁씨요. 둘째는 백소씨요. 셋째는 청궁씨요. 넷째는 흑소씨였다.

이들은 품성이 순정하여 능히 조화를 알고 지유(地乳: 땅에서 나오는 젖)를 마시므로 혈기가 맑았다. 그런데 이상적인 공동체인 마고성에 위기가 찾아온다. 백소씨 족의 지소씨가 지유를 먹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후 포도를 먹는다. 강제로 다른 생명을 빼앗은 것. 이 때문에 사람들은 천성(天性)을 잃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죄를 지은 사람과 책임지는 사람이 다르다는 점이다. 지소씨는 무리를 이끌고 성을 나가서 숨어버렸다. 다른 종족이 그들을 찾아서 처벌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대신 모든 사람들 가운데 어른(爲諸人之長)인 황궁씨가 형제들에게 “여러분의 미혹함이 심히 커서 본바탕이 변이한 고로 어찌할 수 없이 성 안에서 같이 살 수 없게 되었소. 그러나 스스로 수증(修證)하기를 열심히 하여 미혹함을 깨끗이 씻어 남김이 없으면 자연히 천성을 되찾을(復本) 것이니 노력하고 노력하시오”라고 당부한다. 이어 마고 앞에 사죄하고 책임을 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 유명한 복본의 서약(復本之約)이다. 형제들은 마고성을 떠난다. 특히 황궁씨는 장자다운 리더십을 보인다.

- 황궁씨는 권속을 이끌고 북쪽 사이의 문을 나가 천산주天山洲로 가니 천산주는 매우 춥고 위험한 땅이었다. 이는 황궁씨가 스스로 떠나 복본의 고통을 이겨내고자 하는 맹세였다.

주목할 것은 마고와의 약속이 황궁 이후 유인씨, 환인씨, 환웅씨, 단군으로 대대손손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단군의 죽음으로도 살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단군의 최후는 아사달산(阿斯達山)에서 신(神)이 되었다고 알려졌다. 일연의 ‘삼국유사(三國遺事)’, 이승휴의 ‘제왕운기(帝王韻紀)’, 권람의 ‘응제시주(應製詩註)’ 등의 기록이 그렇다. 선도사서는 어떠한가? 조여적은 ‘청학집(靑鶴集)’에서 단군의 죽음을 선거(仙去)라고 표현했다. 북애자는 ‘규원사화(揆園史話)’에서 조천(朝天)이라고 했고, 김교헌은 ‘신단실기(神檀實記)’에서 어천(御天)이라고 했다. 단군이 지상을 떠나 천상계로 올라갔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런데 ‘부도지’는 단군의 죽음을 밝히지 않았다.

- 임검씨가 하나라 땅의 형세를 심히 걱정하고 마침내 입산하여 해혹복본의 도(解惑復本之道)를 전수했다.

단군은 죽어서까지 선조인 황궁씨로부터 내려온 복본의 서약을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는 “부도지 전반에 복본의 기준이 철저하게 배어 있다”라며 “복본사관이라고 이름해 볼 수 있다. 복본사관은 한국선도의 사상적 요체를 극히 잘 반영하는 한국선도의 대표적 역사인식”이라고 말했다.

전체를 살리고자 한다면

반면 ‘마고성의 비밀’에서는 황궁의 현현인 노아가 ‘부도지’와 같은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대비된다. 그는 세계 최고의 심장전문의로 이름을 떨치지만, 갑작스럽게 닥친 중증 심근증 앞에서 위기를 맞는다. 이어 선아를 만나고 세도나에서 새로운 인생을 펼친다. 등장인물의 장에서 ‘장자다운 리더’라고 소개했지만, 과연 그러한 역할을 했는가?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딸에게 전화를 거는 아버지 노아의 모습에서 가장 춥고 위험한 땅으로 떠나는 황궁씨를 떠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소설에서는 마고의 현현인 엔젤린이 최후의 결전에서 황궁씨와 같은 리더십을 보인다. 우리는 이쯤에서 ‘부도지’에 기록한 황궁씨의 활동과 죽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황궁씨가 천산주에 도착하여 미혹함을 풀며 복본할 것을 서약하고 무리에게 천지의 도를 닦고 실천하는 일에 근면하라고 일렀다.

- 황궁씨는 곧 천산에 들어가 돌이 되어 길게 조음을 울려 인간세상의 어리석음을 남김없이 없앨 것을 도모하고 기어이 대성회복의 서약을 쟁취하였다.

황궁씨는 형제들 가운데 가장 춥고 위험한 땅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엔젤린 또한 황궁씨의 길을 걷는다. 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있겠다. 엔젤린은 동지들에게 “이 전투는 주먹이나 정신력으로 하는 싸움이 아니야. 오직 사랑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궁씨는 죽어서도 복본을 실천했다. 그 정신은 후대로 이어졌다. 엔젤린은 자신을 던져서 전체를 구하고자 했다. 이를 소설에서는 하늘과 하나 되는 길, ‘천화’라고 밝혔다. 한국선도에서 천화란 육체를 가지고는 도달할 수 없는 단계다. 궁극적으로 죽음을 앞두고 리더가 어떠한 선택을 하는가? 이는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에서 “장수는 죽을 때가 되면 죽는 것이 장수다”라고 말한 생사관으로도 연결된다.

‘마고성의 비밀’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읽을수록 인간은 어떻게 살고 죽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과 함께 진정한 리더십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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