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단기(檀紀) 4346년(서기 2013년)이다. 십이지 동물 가운데 여섯 번째인 뱀(巳)의 해다. 시각으로는 9시에서 11시, 방향으로 남남동에 해당한다.

▲ 십이지 뱀그림 (제공=국립민속박물관)
마을의 수호신
일반적으로 뱀이라고 하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 징그럽다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서양에서는 뱀의 유혹으로 인간이 금단의 열매를 따 먹은 죄를 받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된다. 뱀은 인간에게 죽음을 가져다주었다. 따라서 뱀은 부정적인 존재로 비치게 된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민간에서 뱀은 마을의 신으로 숭배됐다. 마을의 큰 나무나 산속, 동굴 속에서 산다고 하여 지신(地神)의 성격을 가졌다. 또한 뱀은 한 가정의 재물을 쌓아둔 곳간을 지키는 업(業)으로 숭상됐기 때문에 업(구렁이)이 나가면 집안이 망한다고 생각했다.
제주도는 뱀신을 인격화하여 여성신인 ‘할망’으로 받들었다. 할망은 사람의 출생과 죽음까지 관장했다. 이 뱀신의 ‘할망’은 뒷할망, 물할망, 칠성할망, 안칠성할망, 밧칠성할망 등의 이름으로 그 신의 제단과 위치와 관련되어 호칭됐다.
불사와 재생
뱀은 때가 되면 허물을 벗고 새로운 몸으로 바뀐다. 사람들에게 뱀은 늙어 죽는 것이 아니라 재생하는 존재였다.
중국에서 뱀과 관련된 신화적인 존재로 ‘복희와 여와’가 있다. 복희의 신상은 인면사신(人面蛇神)으로 되어 있다. 여와 역시 뱀의 모습이다. 본래는 독립적인 존재였던 두 신이 서로 결합하고, 이로 인해 여와가 복희의 처(妻)로 변신하는 설화가 생겨난 것이다. 이것이 도상(圖像)에서는 뱀 모습이 된 두 신의 하체가 서로 얽혀서 나타나 있다.

▲ 당사주책 속의 뱀(제공=국립민속박물관)
상상과 현실 속에서 변화무쌍한 동물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내달 25일까지 ‘상상과 현실, 여러 얼굴을 가진 뱀’이라는 제목의 특별 전시회를 열고 있다.
뱀에 대한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십이지신-뱀, 2부는 상상 속의 뱀, 3부는 현실 속의 뱀, 4부는 상상과 현실의 접합점-뱀신앙’이다.
조선후기부터 민간에 크게 유행한 당사주책에 뱀띠는 “용모가 단정하고 학업과 예능에 능하며 문무를 겸비”하였다고 쓰여 있다. 십이지 동물로서 뱀은 다른 십이지 동물에 뒤지지 않는 대접을 받으며 인간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운명을 같이하는 친숙한 존재였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뱀은 둘로 갈라져 날름거리는 혀, 징그러운 비늘로 덮인 몸, 몸으로 기는 기괴한 이동법 등은 사람들에게 피하고 싶은 징그러운 존재에 불과했다. 또한 뱀의 치명적인 맹독은 사람들에게 뱀을 피하는 방법을 강구하도록 했다. 반면에 뱀은 노쇠한 몸에 원기를 가져다주는 신비한 명약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뱀을 잡아 돈을 벌었고, 뱀을 먹고 건강해지길 원했다.
상상 세계는 뱀의 주무대였다. 십이지 동물 가운데 뱀처럼 상상의 세계에서 많은 이야기를 가진 동물도 없었다.
한국 설화 속에 뱀은 은혜를 갚는 선한 존재로, 복수의 화신으로, 때로는 탐욕스런 절대악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오래 묵은 구렁이인 이무기는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고 싶은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기다리는 인내의 상징이다. 또한 저승 세계에서 뱀은 악인을 응징하는 절대자로 나타나며, 악한 사람은 뱀이 되어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한편, 사람들은 상상 세계의 뱀을 현실 세계에서 자신의 바람을 이루어 주는 신적인 존재로 생각하여 섬겼다. 현실 세계에서 뱀은 피하고 싶은 존재였지만 상상 세계에서 뱀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신비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문의) 02-3704-3155
글 윤관동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