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들어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체감 추위가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냉각은 바깥 공기가 아니라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 주 52시간 이상 근무한 사람들의 뇌에서 구조적 변화가 직접 확인됐다는 사실이 보고되면서 과로가 ‘피곤함’뿐만 아니라 ‘뇌 구조 변화’로 이어지는 생물학적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기온이 낮아진 만큼 업무 강도는 더 높아지는 연말 시즌, 뇌 과부하를 관리하는 ‘브레인케어(Brain Care)’가 필수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MRI로 두뇌를 슬라이스로 촬영한 사진으로, 빨간색으로 표시된 영역은 주 52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들의 뇌 부피가 증가했거나 변화한 영역을 표시. 빨간색 영역이 주로 뇌의 앞쪽과 위쪽에 분포해 있는 것은 계획, 판단, 집중력, 문제해결, 의사결정 등을 하는 전두엽 및 두정엽의 영역이며, 특히 좌측 중간전두회는 용적이 약 19% 증가되었다. 즉, 뇌가 과부하를 견디기 위해 일종의 과잉 적응을 한 흔적을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논문 <Overwork and changes in brain structure: a pilot study> 직업환경의학지, [DOI: 10.1136/oemed-2025-110057]
2025년 발표된 의료인 대상 전향적 연구(<Overwork and changes in brain structure: a pilot study>)는 과로군(주당 52시간 이상 업무) 32명과 표준 근무군 78명의 뇌 MRI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진은 과로군에서 전두·두정 영역 포함 총 17개 부위에서 유의미한 구조 변화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주의력과 작업기억을 담당하는 핵심 부위인 좌측 중간전두회(middle frontal gyrus)의 용적이 표준군 대비 약 19% 증가한 것이 가장 두드러진 결과였다. 연구팀은 이를 “만성 직무 스트레스에 적응하기 위한 신경 구조적 반응”으로 해석하며, 장기 노출 시 인지기능 저하 가능성을 우려했다.
전두·두정 피질은 계획, 판단, 문제 해결, 감정 조절 등 고차 인지기능을 수행하는 뇌의 ‘사령탑’으로 불린다. 이 영역이 과로로 인해 지속적인 과활성 상태에 머물면 신경회로는 구조적 적응을 시도한다. 한계 이상의 부하가 누적되면 부피 증가와 연결 축소와 같은 비정상적 변화가 나타나고, 이는 기억 중추인 해마 기능 저하, 백질 손상 등으로 이어지며 우울·불안·주의력 문제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 연구에서도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지속될 경우 뇌 회복 속도가 떨어지거나 일부는 되돌릴 수 없는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과로가 단순한 생활 습관 문제가 아니라 뇌의 생물학적 건강을 위협하는 ‘구조적 리스크’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연말 업무량 증가는 뇌 피로 누적을 가속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뇌는 장시간의 과활성 후 반드시 회복 시간을 필요로 하며,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신경망의 균형은 빠르게 무너지게 된다.
뇌 부담을 줄이기 위한 회복 전략은 크게 네 가지로 제시된다.
첫째, 수면 시간을 7시간 이상 확보하고 짧은 휴식이나 낮잠을 통해 신경 회복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일정 시간 스마트폰과 PC를 멀리하는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뇌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셋째, 90초 심호흡 명상, 뇌파 안정화 훈련 등 뇌교육 기반 브레인케어 루틴을 꾸준히 적용하면 과부하된 고차 인지영역이 빠르게 안정된다.
넷째, 조직 차원에서는 52시간 이내 근로 준수뿐 아니라 고강도 업무 뒤 회복 시간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오주원 학과장은 “이번 MRI 연구는 과로로 인한 집중력 및 인지저하를 단순 스트레스, 의지나 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뇌 구조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중요한 신호”라며
“뇌는 회복 능력을 갖지만, 구조적 변화는 기능적 변화에 비해 회복속도가 매우 느리고 회복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 느끼는 피로와 무기력은 나약함이 아니라 뇌가 보내는 가장 정직한 경고이며, 하루 10분이라도 스마트폰을 끄고 심호흡을 하는 작은 브레인케어가 삶 전체를 지켜주는 방패가 된다”고 말했다.
장시간 근무와 과업 누적이 일상화된 시대, 이제는 “얼마나 오래 일하느냐”보다 “일이 뇌에 어떤 흔적을 남기느냐”가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 과로로 인한 뇌 구조의 변화라는 생물학적 현실이 분명해진 만큼, 뇌의 회복을 설계하는 지능이 앞으로의 건강수명과 업무 지속성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글. 장인희 객원기자 heeya71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