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20편] 번 아웃 셀프체크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20편] 번 아웃 셀프체크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번(Burn), 타다. 아웃(Out), 완벽하게. 남아있는 것 없이 모두 타 버린 상태. 우리의 심신 상태가 이렇다면, 어떠할까? 나와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타서 없어지는 것이 나 자신일지 모르는데 일상에서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표현하고 무관심하게 다루어지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번 아웃은 갑자기 생기는 현상은 아니다. 타는 데 시간이 걸리듯 피로가 쌓이고 축척이 되어 어느 때에 제대로 그 형태를 드러낸다. 최근 번 아웃을 제대로 경험하며 ‘찢었다’ 표현이 떠올랐다. 없는 에너지도 끌어내어 모두 태웠다. 그런 상황에 체크 할 사항, 도움 되는 것이 무엇인지 고찰하게 된다.


# 번아웃 증후군

1970년대 미국 정신분석의사 헤르베르트 프로인덴베르거(Herbert Freudenberger)가 간호사와 같이 누군가를 돕는 직종에 있는 사람을 위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소진, 탈진증후군으로 번역되는데, 요즘은 직종과 무관하게 과도한 업무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 고갈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우리는 ‘번 아웃이야.’ 하면 대체로 육체의 지침, 피로함, 고단함을 연상하고 정신적, 정서적 번 아웃에 대해 간과하는 것 같다. Maslach와 Jackson (1981)은 소진을 측정할 수 있는 MBI(Maslach Burnout Inventory) 도구를 개발하여 3가지 중요한 요인을 언급하고 있다. 

하나는 감정이나 신뢰를 잃어가고 정서적으로 지쳤다는 느낌의 정서적 감정적 소진이고, 둘은 대상자에게 부정적이거나 냉소적인 태도, 해결해야 할 문제 또는 사건으로 인식해가는 비인간화이며, 그리고 셋은 이 업무를 통해 성장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 물으며 자신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하는 성취감 저하라고 한다. 

2016년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MBI의 3가지 지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정서적 탈진이었고 번 아웃 상태에 정서적 지지, 공감, 정신적 안정감이 소진극복에 큰 요인임을 알 수 있었다.


# 번 아웃의 특징

번 아웃 원인이 되는 시작점은 다양하겠지만 상담하는 내담자들의 공통점은 몇 가지 있다. 직장에서 주어지는 과도한 업무, 실제 업무보다는 그 외 일들이 끊임없이 주어지는, 즉 관련 없는 일들을 맡아야 하는 상황에 불만, 고민이 컸다. 그런데 모든 일을 완벽하게 잘 해내고 싶은 욕구가 아주 높아 일상생활 시간을 줄여 일을 선택한다. ‘제가 워크홀릭인가요?’ 상담사에게 질문을 한다. 

눈에 보이게 일에 빠져있는데 내담자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고, 휴식과 충전이 필요하다고 권하지만 들리지 않는 듯 흘려보내고 또 일을 선택한다. 

스스로 자각하기 시작하는 단계는 업무 중 보이는 이상 증상들, 이유 없이 쓰러지거나 감당할 수 없는 두통, 신체적 알람이 표출될 때이다. 그리고 이직에 대해 상담을 한다. 내가 뭘 했다고 번 아웃일까요? 자신을 호되게 취급하는 사람에게서 특히 두드러지며 일과 가정생활 등 생활 전반에서 삶의 균형이 무너진다.
 

왼편은 네이버에서 우연히 본 이미지로 사람 모양 나무가 타면서 검게 변해가는 모습이다. ‘그래, 소진은   이렇게 되는거야.’ 사진에서 경각심이 생겨났다.

 오른편 그림은 한 내담자가 스스로를 표현한 이미지   이다. 얼굴은 없고 발에서 온몸으로 검게 물들어가는   그림, “제 혈관들이 서서히 변해가는 거예요. 이제 조   금 남아있네요.” 아무렇지 않게 스스로 힘듦과 무기   력함을 이렇게 그려냈다.

또 다른 특징은 감정을 나누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서적 공감과 지지가 이루어지지 않아 스트레스가 높다. 심지어 몸이 아픈 것도 숨긴다. 이유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요.’이다. 그런데 알고 갈 부분은 감정을 숨길수록 나누지 않을수록 관계에도 문제가 생기고 멀어진다는 것이다. 

내담자의 대부분이 번 아웃 상태에서 불면증, 두통은 기본이고 신체 다른 곳의 통증을 호소한다. 병가로 휴가를 내도 그 시간에 쉼은 없고, 다른 일들로 시간을 보낸다. “바빴어요, 선생님. 시간이 그냥 가버리네요”, “이제는 쉬는 것이 뭔지도 모르겠어요. 기억력도 떨어지고 일상생활 유지가 너무 어렵고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호소한다. 


# 셀프체크 미술치료

번 아웃은 정서적 비중이 높으므로 그림을 그리면서 나의 소진 정도를 파악해 보고 대처 방법을 알아 활용해보고자 한다. 이 검사를 진행하기 위해서 종이 한 장과 연필 한 자루가 필요하고 지시어는 “빗속의 사람을 그려보세요.”이다. 눈을 감고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고 떠올려보고 떠오른 이미지를 자유롭게 그리면 된다. 

 그림에 비, 먹구름, 번개, 웅덩이가 그려져 있다면 이것은 스트레스를 상징한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오거나 물웅덩이가 많고 클수록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은 편이라 말한다. 우산, 비옷, 장화 등 비를 피할 수 있는 것이 그려져 있다면, 스트레스를 대처할 수단이 나에게 있다고 해석한다. 즉, 그림으로 현재 나의 스트레스 정도와 그것을 관리할 힘, 자원의 유무를 체크 할 수 있다. 
 

▲  30대 후반 여성의 빗 속의 그림
 

폭우가 내리고 있고 언제 그칠지 알 수 없다. 늦은 밤 주위는 캄캄하고 가로등이 있는데 혼자 서 있는 그림이다. 튼튼한 우산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담자는 아주 많은 스트레스 상황 속에 있으며 그것을 대처할 자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한계에 와있고 주위의 지지와 도움이 필요한 시기이다. 

상담해보면, 강한 내담자일수록 더 버티고 더 참고 괜찮다 지나쳐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나를 잃어버리고 어떻게 충전해야 할지,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자동차에 기름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기름을 넣고 달린다. 전화기 밧테리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충전을 해두고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가 방전되었을 때, 충전을 미루고 또 어떻게 충전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경우 수는 높다. 

몸과 마음, 정신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는 것을 알지만 멈추지 않는다. 자신에게 더 냉소적 태도를 고수한다. ‘해야 한다, 해내야 한다.’ 사고가 강해서 잘하고 있는데도 항상 자신을 부족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번 아웃일 때 어떤 것을 선택할지 각자의 몫이고 그 결과도 각자가 감당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을 해내야 해.’에서 ‘이렇게 해도 괜찮아.’를 연습해보면 어떨까?

버티고 참는 것이 답이 아니므로 자신을 돌보는 연습을 하자. 좋은 음식, 좋은 사람과 나누기, 잠자기, 자연, 반려동물과의 교감 등 각자의 방법으로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놓자. 또, 남과 하는 어떤 것, 남에게 듣고 싶은 어떤 말을 내가 나와 해보는 방법은 어떨까? 나와의 활동을 시작해 보자.

글. 어수경

임상미술치료학 박사, 미술치료수련전문가로 EO심리상담교육개발원 대표이다.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 상임이사, 학술위원을 맡고 있고, 서울대, 경희대, 차의과학대 출강 중이며, 공동저서로 『컬러플마인드 미술치료워크북』, 『아동상담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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