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16편] 환상사지 치료적 접근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16편] 환상사지 치료적 접근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성인 화상 환자분들은 산업현장에서 폭발사고, 전기 감전 등으로 심각한 신체적 외상을 입는다. 신체 일부분을 잃거나 뭉그러지거나 기능을 잃는 환자가 많고, 그 드러나는 외상 이미지로 인해 치료에 어려움을 느끼는 치료사도 있다. 그러한 환자의 신체적, 심리 사회적 고통은 감히 짐작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미술치료로 만난 환자분 가운데 절단되어 존재하지 않는 신체에 통증이 느껴져서 힘들다는 환자분들이 있었다. ‘선생님 이상하죠. 없다는 걸 아는데도 있는 것 같고 통증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자꾸 확인하게 됩니다.’ ‘존재하는 신체의 통증이라면 무엇이라도 하겠지만 존재하지도 않는데 심한 통증이 있다.’ 난감해하고 힘듦을 호소했다.


환상사지(phantom limb) 증후군 

환상사지는 절단된 팔다리가 존재한다고 느끼는 현상이고, 존재하지 않는 신체 일부분에서 통증을 느끼는 증상을 환상통, 환지통(phantom limb pain)이라 한다. 즉, 환상사지를 가진 환자는 팔, 다리가 거기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지만 감각은 실제로 느낀다. 

16세기 프랑스 군의관 Ambrose Pare가 처음 기술하였고, 19세기 Silas Weir Mitchell에 의해 환지통 용어와 병의 양상이 알려지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환지통 증상은 절단 전 느꼈던 통증과 유사하여 불타는 듯(burning), 조이는 듯(cramping),칼로 찌르는 듯(stabbing), 전기가 오는 듯, 경련 등 다양하게 나타나며, 사지가 없어져도 그곳의 감각에 대한 뇌의 기억이 유지되면서 통증과 감각 신호를 뇌와 척수를 통해 말단으로 계속 보내는 것이 원인이라 한다(통증의학회, 2012). 


뇌 가소성의 역 접근

TED 2007 ‘3 clues to understanding your brain’에서 신경과 전문의 Vilayanur Ramachandran은 뇌의 가장 기본적인 메커니즘, 가소성으로 환상지를 설명한다. 

그는 ‘정상적인 통증은 우리에게 상처나 병을 경고하여 뇌에 신호를 보내서 여기가 아픈 부분이니까 주의를 기울여’ 말하는 것인데, 환상의 통증은 ‘뇌에 있는 문제가 신체에 있는 문제로 믿게 된다.’ 설명하고, '환상통 탈학습[unlearning, 학습한 것에서 벗어나기]‘로 치료법을 찾았다. 
 

‘뇌에서 "움직여"라는 명령을 보내지만 "아니오"라는 시각적 피드백을 받습니다. 팔을 움직이라는 단순한 명령이 마비된 팔의 감각을 만들어 낸다는 걸 알게 됩니다.’ 

즉, 뇌가 팔을 움직이라는 운동 명령을 보내면 그 명령이 통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하여 뇌에 거짓 신호를 보내서 환자 스스로 존재하지 않는 팔다리가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치료를 고안하는데 그것이 거울 상자이다.


거울 상자 치료법 

거울 상자 치료는 절단된 사지와 반대편 사이에 거울을 직각으로 놓은 후 양손을 거울 상자 안에 집어넣고 온전한 팔과 그 팔이 거울에 비친 모습만 볼 수 있도록 해두고, 거울에 비치는 완전한 두 팔로 여러 가지 동작을 시행하면서 절단된 팔을 거울로 비친 팔로 대체해서 보게 하는 방법이다. 

이때, 두뇌는 환상 팔이 명령에 따라 잘 움직이고 있다는 시각적 피드백을 받지만, 환자의 근육은 동시에 그곳에 팔이 없다는 피드백을 두뇌에 보내고, 이러한 작업의 반복으로 팔이 없는 것을 뇌에 인식시키는 방법으로 통증을 관리하는 치료라 한다. 


환상사지 미술 치료적 요인

통증은 복합적 현상이며(Sarafino, 1997), 환자가 설명하거나 기술하기 어려운 개인적인 독특한 경험으로 통증은 경험하는 사람이 말하는 모든 것이며, 경험자가 말한 때에 언제든지 존재한다고 정의했다(Mecaffery, 1979). 또, 통증이 자극이 가해졌을 때 생기는 상황이나 과거의 경험, 심리적 요인에 의해 변화하는 반응이라 했다(대한통증의학회, 2007). 

통증은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이 통증이다 말하는 것이고 그렇게 말할 때마다 존재하는 것이라면, 통증을 느끼는 환자의 생각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따라서 치료사는 통증에 대해 환자가 없는 증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것이고 치료사 스스로 ‘통증이 있을 수 없는데 또는 통증이 이 정도가 아닌데’ 의 의문을 내려놓고 ‘그럴 수 있다’ 관점으로 환자를 공감하고 바라봐 주는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미술치료는 작업 과정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집중함으로 내면의 불안한 감정을 표현하고 이완시켜주고 자신의 정서적 무의식을 통찰하는 과정에서 통증이 이완되게 도움을 준다. 

루돌프 안하임(Rudolf Arnheim)은 미술이 고통의 시기에  협력자로서 존재의 조건을 이해하게 하고, 각자가 두려워하는 부분들과 대면하게 하는 수단이며, 엘리너 울먼(Elinor Ulman)은 미술은 자신과 세상을 발견하고 그 둘 사이의 관계를 확립하는 수단이라고 정의하였다.
 

현장에서 일하는 도중 전기 감전으로 온몸에 고압의 전류가 흐르고 전신 화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그림이다. 사고로 오른쪽 팔을 잃게 되었고, 어느 날부터 절단된 부위의 팔에 통증이 찾아왔고 그 통증으로 힘들고, 또 그런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져 괴로워하는 환자였다. 

“자꾸 없는 팔에 신경이 더 쓰이고 그럴수록 통증이 전달되고 이러다 제가 이상해지는 건 아닐지 사실 두려워요.” 긍정의 아이콘으로 사고 이후에도 너무나 밝은 환자였는데 어느 날부터 환상통으로 우울한 모습을 감추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룹에서 환상사지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방법을 이야기하고, 또, 다리를 절단 후 같은 증상이 있는 환자 분과 나눔의 시간을 갖고 불안과 답답함을 덜어내고, 서로 응원과 지지, 그리고 고통을 공유함으로 힘을 얻는 것은 중요한 미술 치료적 요소이다.
 

잃어버린 것이 아닌 아직 남아있는 것에 집중하고 그 생각을 유지하는 노력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도 중요하다. “다른 팔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해 보려고요. 남은 한쪽 팔로 꿈은 이룰 수 있으니까. 아직 끝난 건 아니니까요.”, “내 안의 나는 여전히 온전한 몸을 가지고 있고 여전히 밝고 활기찹니다. 

Ramachandran은 ‘마음의 기능으로 뇌의 물리적 구조를 매핑(mapping)할 수 있다’ 하였는데, 거울 치료가 거울을 이용해 신경계 신호를 차단했다면, 미술치료는 신호를 만들어 내며 새로운 연결을 만들며 효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이평복 교수는 환상사지 환자 치료를 위해 약물과 재활치료 외에 심리치료가 함께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우리는 스스로 뇌와 결속력이 강해서 무엇을 통해 우리의 뇌 지도를 변화시킬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한다. 내 안의 주관적 통증을 바라보고 다스려보려 한다. 움직임으로, 상상으로, 표현으로, 긍정으로, 어떤 것이라도 다 좋겠다. 

비가 내리는 날이라서 비 내린 후 상상을 한다. 비가 그친 후 빗방울 소리, 자연의 향, 풀잎들 향, 시원한 공기를 떠올리며 내 안에 가득 담아본다. 치유의 에너지를 깊은 호흡으로 받아들여 내 안을 정화하는 상상으로 나의 통증에서 벗어나 본다. 

글. 어수경

임상미술치료학 박사, 미술치료수련전문가로 EO심리상담교육개발원 대표이다.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 상임이사, 학술위원을 맡고 있고, 서울대, 경희대, 차의과학대 출강 중이며, 공동저서로 『컬러플마인드 미술치료워크북』, 『아동상담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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