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은 맑고 깨끗한 느낌을 주어 마음을 안정시키는 색상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파란색을 평화롭고 편안하며 위협적이지 않은 색으로 느낀다. 파란색이 구매자에게 안정감과 신뢰감을 준다는 데 착안해 마케팅 분야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색이다.
우리 뇌는 파란색을 안정과 집중력을 촉진하는 신호로 인식한다. 산뜻하고 신선한 느낌과 함께 마음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높여준다. 또한 맥박을 감소시키고 호흡을 천천히 하도록 유도하며, 체온을 떨어뜨리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리처드 슈스터는 “대부분의 사람은 파란색을 볼 때 편안함을 느끼고,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뇌파가 바뀌어 명상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뇌는 또 파란색을 보면 시상하부가 자극받아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분비한다. 세로토닌 분비로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불면증이 있는 경우, 파란색 계열로 인테리어를 하면 수면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로토닌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꿔주는 기능을 하므로, 학습 공간을 파란색 계열로 꾸미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바닷가 주변에 살면 정신질환 위험이 낮아진다.
영국 엑세터대학교 연구팀은 2008~2012년에 진행한 결과를 통해 도시에 거주하는 2만 6,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해안 근접성과 자가 보고 정신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정신건강과 관련한 두 가지 설문 조사를 진행했는데, 개인의 정신장애(CMD) 증상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12개 항목의 자가 설문(GHQ12; Goldberg et al., 1997)과 건강과 관련해 삶의 질을 측정하는 표준화된 척도 EQ-5D(EuroQol Research Foundation, 2018)를 통해 불안 및 우울증 정도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해안가 1km 이내에 사는 사람은 50km 이상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보다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이 22퍼센트 낮았다. 해안가에서 1km 이내에 사는 저소득층의 경우, 50km 이상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보다 정신 질환 위험이 40퍼센트나 낮았다. 또한 가계 소득별로 계층화한 결과 해안 근접성과 정신 건강 결과 사이의 관계는 가계 소득이 가장 낮은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미쳤고, 바다에서 5km 이내에 거주하는 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푸른색 공간(녹지 공간)이 정신적인 만족감을 증진하고, 바닷가 주변의 깨끗한 공기와 함께 푸른색 공간에서 발생하는 피톤치드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감소시킨 효과라고 추정했다. 이 연구는 학술지 <건강과 장소(Health and Place)>에 실렸다. [1]
시냇물 흐르는 소리,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닷가에서 파도소리를 듣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처럼 자연의 소리는 우리 뇌를 알파파 상태(편안한 이완 상태)로 만들어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준다.
최근 자연의 소리가 휴식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직접 자연을 느끼는 것이 좋지만, 자연 풍경을 찍은 사진을 보는 것으로도 휴식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연 사진을 보면 뇌의 전두엽 피질 활동이 감소한다고 한다. 숲 사진과 도시 사진을 볼 때를 비교하니 숲 사진이 안와 전두엽 피질의 활동을 감소시켜 편안한 이완 상태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
2021년에는 ‘청색 공간과 정신건강 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 연구에서 바다 전망과 정신건강 사이의 연관성이 드러났다. 바다 풍경 같은 푸른 공간 뷰는 스트레스 감소와 관련이 있었고, 파도소리를 듣거나 잔잔한 바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휴식 효과를 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3]
영국에서 자연의 소리와 관련된 재미있는 실험이 진행되었다. 정신 질환의 병력이 없고 장기간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건강한 17명의 실험 참가자(평균 연령 26세, 범위 21~34세, 여성 7명, 왼손잡이 2명)를 대상으로 5분 25초 길이의 4가지 사운드스케이프(7개의 환경 개별 사운드 클립 구성)를 들려주고 뇌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fMRI(자기공명영상)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소리를 듣는 동안 참가자들은 주의 모니터링 작업(집중력, 반응시간 평가)을 수행하도록 했다. 또한 주의력 모니터링 작업을 실행할 때마다 맥박 산소 측정기(8600FO Nonin Medical Inc., Minnesota, USA)로 심장활동의 변화를 체크했다. 참가자들에게 색상 변화를 감지하면 버튼을 누르도록 지시했으며, 반응시간은 색상 변경 시작과 버튼 누름 반응 사이의 간격으로 계산했다. 연구팀은 참가자의 뇌활동 변화, 반응시간, 심장박동, 스트레스 정도 등을 분석했다.
소리의 종류에 따라 뇌가 휴식을 취할 때 작동하는 부위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활성도 차이가 나타났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릴 때에 분주히 활동하는 뇌의 영역을 일컫는다. 즉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활동 대기상태’라고 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인공적인 소리를 들을 때는 자신의 생각(자신과 연관된 걱정거리)에 집중하는 반면, 자연의 소리를 들을 때는 외부 세계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반응시간과 심박동수 등을 분석한 결과, 자연의 소리를 들을 때 교감신경 반응이 감소하고, 부교감신경 반응이 증가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맥박 증가, 혈압 상승, 소화 억제 등 몸이 긴장 상태로 돌입하고, 부교감신경 반응이 활성화하면 맥박 감소, 혈압 감소, 소화 촉진 등 편안하게 이완한 상태가 된다.
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자연의 소리를 들을 때 스트레스 수치가 크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자연의 소리를 잠깐만 들어도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사이언틱리포트(Journal 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 [4]
자연으로 떠날 수 없다면 자연의 소리 ASMR이라도 괜찮아
파도 소리는 부교감신경 활성을 유도하여 뇌의 속도를 늦추고 이완을 촉진시킨다. 파도 소리는 깊은 수면 상태의 파장인 델타파에 가까운 주파수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사람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바다 냄새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고, 모래를 밟거나 만지는 행위는 신체적 감각을 활성화해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해변, 폭포, 강, 숲 주변의 공기는 높은 농도의 음이온(산소원자)을 포함하고 있어 항우울 효과가 있다. [5]
공기 속 비타민으로 불리는 음이온은 혈액의 pH를 높여 뇌 속 세로토닌 수치에 영향을 준다. 휴가철이다. 대자연의 품으로 달려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라면 유튜브에서 자연의 소리 ASMR을 찾아 듣는 것도 휴식을 위해서라면 나쁘지 않은 대안이겠다.
[참고문헌]
[1] Joanne K. Garret, et al. (2019), “Coastal proximity and mental health among urban adults in England: The moderating effect of household income”, Health and Place . 16. July 2019.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353829219300607?via%3Dihub)
[2] Yamashita R, Chen C, Matsubara T, et al. (2021), “The moodimproving effect of viewing images of nature and its neural substrate”. Int J Environ Res Public Health. 2021;18(10):5500. (https://pubmed.ncbi.nlm.nih.gov/34065588/)
[3] White MP, Elliott LR, Grellier J, et al. (2021), “Associations between green/blue spaces and mental health across 18 countries”. Sci Rep. 2021;11(1):8903.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1-87675-0)
[4] Gould van Praag, C., Garfinkel, S., Sparasci, O. et al. (2017),“Mind-wandering and alterations to default mode network connectivity when listening to naturalistic versus artificial sounds”. Sci Rep 7 , 45273 (2017). (https://www.nature.com/articles/srep45273#citeas)
[5] Terman M, Terman JS. (1995), “Treatment of seasonal affective disorder with a high-output negative ionizer”. J Altern Complement Med . 1995 Jan;1(1):87-92.(https://pubmed.ncbi.nlm.nih.gov/9395604/)
글. 조용환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재미있는 뇌 이야기와 마음건강 트레이닝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조와여의 뇌마음건강’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