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이야기] 두뇌 유형이 다른 네 친구가 만나면 생기는 일

나의 두뇌 유형은? [2편]

지난호에서 두뇌 유형 검사지를 활용해 자신의 두뇌 유형을 알아보았다. (나의 두뇌 유형은? [1편])

이성 좌뇌형, 감성 좌뇌형, 이성 우뇌형, 감성 우뇌형의 네 가지 유형은 각각 특성이 있으나 칼로 자르듯 명확히 구분되지는 않는다. 두뇌 유형 검사는 자기 자신을 더 잘 파악하고, 인간관계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자료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이번호에서는 자신의 두뇌 유형이 가진 강점을 키우기 위해 각 유형별 특성과 장단점을 알아본다. 
 

▲ 게티이미지


네 가지 두뇌 유형의 친구들이 여행을 간다면

두뇌 유형이 서로 다른 네 친구 A, B, C, D가 있다. 20년 지기인 그들은 함께 여행하기로 하고 계획을 세우다가 곧바로 난관에 부딪혔다. A는 세부적인 일정을 미리 짜서 여러 관광지를 돌고 싶어 했고, C는 관광보다 휴양이 목적이었다. 그래서 관광을 하더라도 그곳에 가보고 결정하자 했고, D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B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틀은 관광하고 이틀은 휴양하는 거 어때? 일정은 A랑 내가 짤 테니까 너희들은 가고 싶은 곳을 검색해서 알려줘.” 이 모임의 리더 역할을 하는 B의 상황판단과 결정으로 네 친구는 여행 계획을 무사히 세울 수 있었다. 

친구들 중 A는 이성 좌뇌형, B는 감성 좌뇌형, C는 이성 우뇌형, D는 감성 우뇌형이다(두뇌 유형 검사는 이전호 참조). 이성 좌뇌형인 A는 무엇이든지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미리 계획하고 정해진 순서대로 따르려고 한다. 친구들의 여행에서 A는 가이드처럼 일정을 짜서 친구들을 안내했다. 감성 좌뇌형인 B는 책임감과 독립심이 강하고 그룹 활동에서 리더가 되고 싶어 한다. 여행에서 B는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조율하거나 결정하는 역할을 해냈다. 결정에 어려움을 느끼는 친구들은 B의 결정에 잘 따랐다.

이성 우뇌형인 C는 호기심과 상상력이 풍부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갖고 있어 친구들 사이에서 몽상가로 불린다. 직관적이고 모험을 즐기기 때문에 여행할 때도 미리 계획하기보다 즉흥적인 걸 좋아한다. 감성우 뇌형인 D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상냥해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준다. 타인의 감정에 예민하고 직감이 좋아 친구들이 의견 차이를 보이거나 다툴 때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했다. 

모든 사람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두뇌 유형은 자신을 파악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서로 다른 네 가지 두뇌 유형이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네 가지 두뇌 유형별 특성

이성 좌뇌형은 네드 허먼Ned Herrmann의 전뇌모형에서 좌뇌와 대뇌피질(생각뇌)이 만나는 영역이 발달했다. 숫자를 좋아하고 사실적이며 비판적인 특성을 갖는다. 이성 좌뇌형은 한마디로 ‘엔지니어의 뇌’라고 할 수 있으며 ‘분석’이 특징이다. 이들은 자신의 문제점을 잘 알아 부족한 부분을 찾아 스스로 계획하고 노력한다. 

이성 좌뇌형은 바르고 완벽하게 살아가려고 하기 때문에 어딜 가나 모범생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이들은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행동하기 싫어하고,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 융통성과 추진력이 부족하며 자기 절제가 심하다. 가끔은 계획하지 않은 여행이나 돌발 행동을 하는 등정해진 계획과 규칙에서 벗어날 줄 알아야 틀에 박힌 사고를 피할 수 있다.

감성 좌뇌형은 좌뇌와 대뇌변연계(감정뇌)의 발달이 우수하다. ‘리더의 뇌’이고 ‘독립’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들은 계획하고 감독하는 일을 좋아해 조직의 리더가 되고 싶어 하며, 일관성이 뛰어나고 체계적이다. 시간이 돈이라는 생각을 하는 감성 좌뇌형은 약속을 잘 지키고 자기 관리에도 철저하다. 

불확실하거나 모호한 것을 싫어하는 감성 좌뇌형은 무슨 일이든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우고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를 중시한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 경쟁심이 심하고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이 닥치면 극도로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자기 생각이 확고한 이들은 남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리더가 됐을 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덕목이 필요하다.

이성 우뇌형은 우뇌와 대뇌피질이 만나는 영역이 발달한 경우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적인 이들은 ‘예술가의 뇌’로 불리며 ‘시각화’가 특징이다. 높은 이상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 특별하고 예외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서 권위에 반발하기도 한다. 어디든 구속되기를 싫어하고 관습이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아 자유롭게 행동하며 흥미 있는 것에는 열과 성을 다한다.

이들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게 중요하기 때문에 시작한 일을 잘 끝맺지 못하기도 한다. 시간 개념이 부족해 약속을 잘 지키지 않거나 미래를 계획하는 일을 어려워하기도 한다. 자신이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것을 찾아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너무 쉬운 것, 할 줄 아는 것에는 흥미가 없기 때문에 약간 어려운 것을 선택해 의욕을 불태우는 게 좋다.

감성 우뇌형은 우뇌와 대뇌변연계의 발달이 우수한 유형이다. ‘천사의 뇌’라고 할 수 있으며 ‘감정’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여기는 이들은 인간의 가치와 감정을 중시하므로 상호작용을 잘한다. 대인 관계가 좋고 팀 지향적이라 우호적인 모임이나 환경에서 실력 발휘를 한다. 

감성 우뇌형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사람을 중시하므로 타인의 말과 행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지나치게 편한 것을 추구해 게으르고 소극적인 경우가 있고, 어려운 일을 무작정 미뤄두기도 한다. 이들은 감정 조절만 잘하면 자기 일에 성과를 낼뿐 아니라 좋은 인간관계도 얻을 수 있다. 


하버드대 연구팀이 75년간 수행한 연구에서 밝힌 행복의 비밀

앞의 사례에서 네 친구는 각기 다른 두뇌 유형이지만 어떻게 20년 동안 사이좋게 지낼 수 있었을까? 이들은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할 때 각자의 장점을 살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제 손도 안팎이 다른 법인데 하물며 여럿이 서로 다름은 당연하다. 비단 두뇌 유형뿐 아니라 기질, 성격, 성향, 환경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풀어야 하는 숙제와 같다. 하지만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하버드대에서 수행한 행복에 관한 연구가 관계 맺기와 소통을 어려워하는 우리에게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하버드대에서는 1938년부터 724명의 남성을 75년간 추적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조사를 마무리할 당시 60여 명이 생존해 있었고, 참가자들의 자손까지 2천 명을 추적한 이 연구는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연구 결과 가족, 친구, 공동체와의 관계가 긴밀할수록 더 건강하고 행복하며 오래 살았다. 연구의 네 번째 책임자인 로버트 윌딩거Robert J. Waldinger는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부나 명예가 아닌 좋은 관계”라고 테드 강연에서 밝혔다. 

이 연구에 의하면 좋은 관계는 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80대가 되어 의지할 수 있는 이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기억력이 선명하게 유지되는 반면, 의지할 이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기억력 감퇴가 더 빠르게 일어났다. 또 50대에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사람들이 80대에 건강했으며, 배우자 만족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신체적 고통이 있어도 행복하다고 답했다.  

너무 뻔한 결과라서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책임 연구자 역시 우리는 인간이므로 깨닫기는 어렵고 잊어버리기는 쉽다고 일갈한다. 관계 맺기란 골치 아프고 복잡한데다 가족이나 친구를 챙기는 건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은데 평생 해야 하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우리가 이해하고 소통하며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그래, 당신은 이런 유형이니까 그럴 수 있어’ 하고 인정하기

가족 간에도 서로 정반대 두뇌 유형끼리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나 역시 몇 년 전부터 큰아들과의 관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1인 큰아들은 감성 좌뇌형인 나와 정반대인 이성 우뇌형이고 성격유형도 외향적인 것 빼고 반대다. 동그라미와 세모처럼 서로 다른 우리. 나와 정반대인 남편과는 연애 9년, 결혼 17년 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아들과 유난히 삐걱거리는 이유가 뭘까?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빠르고 완벽한 해결책을 원한다. 나 역시 아들이 어서 철들어 부모를 이해해주고 배려해주길 바라고 있다. 다행스러운 건 예술가의 뇌를 가진 아들을 점점 더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로운 영혼인 아들의 돌발 행동과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두뇌 유형을 통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의 모양대로 아들을 바꾸려는 어리석은 짓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시간이 약이 되길 바라며 있는 그대로의 아들을 이해하고 인정하려고 노력한다. 큰 동그라미가 되어 세모를 품어 안으면 잘 굴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누구든, 어떤 말과 행동을 하든 ‘이 사람은 이런 유형이어서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쥐게 된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짧기에 다투고 사과하고 가슴앓이하고 해명을 요구할 시간이 없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돌아서면 후회할 싸움을 하기 전에 ‘그래, 당신은 이런 유형이니까 그럴 수 있어’ 하고 인정하고 포용해보는 건 어떨까?
 

 

글. 강은영 

일류두뇌연구소 대표로 저서로는 『일류두뇌』,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등이 있다. 한국 강사신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며 ‘체인지U 스쿨’을 통해 습관 코칭, 감정 코칭, 글쓰기, 책 쓰기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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