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이야기] 틀에 박힌 일상, 무의식적인 습관을 바꾸려면?

[뇌 이야기] 틀에 박힌 일상, 무의식적인 습관을 바꾸려면?

강은영 일류두뇌연구소 대표

▲ 사진_Pixabay


평일 아침 8시, 아이들이 일어날 즈음 겨우 일어났다. 주말 11시, 밥 달라고 보채는 소리에 억지로 눈을 떴다. 운동은 며칠에 한 번, 책은 펼쳐보지 않은 지 오래, 일주일에 한두 번은 술을 마셨고 폭식하는 습관이 더해져 정신이 비쩍 말라가는 대신 몸은 불어만 갔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난 나쁜 습관들. 장애아인 둘째를 키우며 10년을 그리 살았더니, 햇살 같던 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웬 신경질적이고 뱃살 가득한 아줌마가 내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되풀이되는 일상에 진저리를 쳤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 쌓이고 굳어진 스트레스와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로 짓눌린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내 의식 세계도 탁하고 어두운 색깔로 변해갔다. 엉망인 생활이 나를 점점 망가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소한 것 하나 바꿀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 

습관과 반복되는 일상은 우리 삶을 안정적으로 만든다. 평범한 일상은 뇌가 마련한 안전장치와도 같다. 뇌는 주변 환경을 쉴 새 없이 평가하고 반복적인 일상과 습관을 바탕으로 대부분 자동 반응한다. 매 순간 다르게 반응해야 한다면 뇌는 금세 방전되고 말 것이다. 위험한 상황에서 빠르게 대응해야 할 때는 물론 대화하거나 걷는 등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서두에서 밝힌 내 과거 모습처럼 반복적인 일상이 나쁜 습관으로 점철되었을 경우다. 하지만 뇌는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구분하지 못한다. 무의식적으로 결정하고 습관이 된 행동은 비슷한 상황에서 똑같이 되풀이될 뿐이다. 식사 후 단것을 먹는 습관, 바로 눕는 습관, 말할 때 남을 치는 버릇, 매사 미루는 습관 등은 웬만해서는 바꾸기가 어렵다.      

지금껏 밝혀진 바에 따르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보다 배운 것을 잊어버리는 일이 더 어렵다. 이미 가지고 있는 나쁜 습관을 버리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이다. 오랜 습관을 새로운 습관으로 대체하려면 이전에 습관을 익히는 데 필요한 시간보다 두 배 이상이 필요하다. 몸에 밴 오랜 습관과 태도는 변화에 거세게 저항하기 때문이다. 책을 많이 읽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지 아무리 다짐해도 행동을 바꾸는 데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무의식의 방을 점령하고 있는 것들을 몰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습관 만들기

습관 기억은 큰 효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무의식적으로 정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결정의 50% 이상이 루틴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혹자는 90%라고도 한다) 오랜 습관을 바꾸기 어려운 이유는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작동되는 기계처럼 오래전 생성되고 강화된 신경회로에 따라 자동으로 행해지므로 바꾸려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이미 자리 잡은 나쁜 습관을 없애려 노력하기보다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게 뇌의 저항을 줄이고 습관을 쉽게 만드는 방법이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새로운 목표를 세워 구체적이고 작은 루틴에 익숙해지도록 반복하는 것이다. 너무 크고 힘든 것보다는 기분이 좋아지거나 하고 싶었던 일로 작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하루 한 장 책 읽기나 감사 일기 쓰기, 1분 플랭크, 물 2L 마시기처럼 쉽게 시작하고 달성 여부를 체크해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것이면 충분하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잘 되면 그와 연관된 습관을 새로 익혀 나간다.

독일의 대표적인 신경과학자인 마르틴 코르테는 「성취하는 뇌」에서 심리학과 신경학 분야의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루틴과 습관을 가장 빨리 바꾸는 방법을 알려준다.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습관을 바꿀 수 있다.

루틴은 사회적 집단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바꾸려 할 때 더 쉽게 바꿀 수 있다.

새로운 암시 자극을 사용하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장소나 도구 바꾸기.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가급적 자세하게, 모든 세부 사항을 그려본다.

주의력을 키우는 방법 역시 도움이 된다.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써의 습관

지난 2년 2개월간 새벽 4시 기상을 꾸준히 하고 있다. 스트레칭과 명상을 하고 대용량 물병에 따뜻한 물을 담아 컴퓨터 앞에 앉는다. 내리 3시간 동안 글을 쓴다. 글이 안 써질 때면 닮고 싶은 작가들의 책을 읽는다. 응급 수혈을 하고 다시 글을 쓴다. 그날 쓴 글 중 좋은 글귀를 사진에 담아 채팅방에 공유하고 셀프칭찬과 긍정 선언으로 에너지를 충전한다. 아침 7시 반, 아이들을 깨워 등교시키고 2시간 동안 운동을 한다. 저녁은 샐러드로 가볍게 먹고 야식은 어쩌다 한번, 8시에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감사일기를 쓰고 나면 하루가 끝이 난다. 매일 반복되는 내 일상이다. 

습관을 만들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단순히 좋은 습관을 만들려고 한다면 몇 개월, 몇 년 동안 유지하기가 어렵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무의식을 바꾸는 건 보통 노력으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5년 뒤, 10년 뒤 내가 바라는 모습을 그려보자.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 올해, 이번 달, 이번 주,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세부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해 나간다.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내가 심은 여러 그루의 나무가 각각의 열매를 잘 맺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습관을 만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일에 습관이 어떻게 쓰일지를 고민해야 한다. 나 역시도 새벽 기상, 운동, 글쓰기 등의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면 진즉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비전과 미션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레 생긴 것들이다.

원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어떤 일상을 보낼 것인가가 명확하지 않으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습관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새벽 기상을 몇 개월 유지했는데 한 번 무너지자 돌이킬 수 없었다는 얘기를 유행가의 후렴처럼 자주 들었다.

자, 이제 스스로 질문해보자. 어떤 숲을 가꿀 것인가, 그 숲을 위해 나무가 어떻게 쓰일 것인가? 
 



 

글_강은영 

일류두뇌연구소 대표로 저서로는 『일류두뇌』,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등이 있다. 한국 강사신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며 ‘체인지U 스쿨’을 통해 습관 코칭, 감정 코칭, 글쓰기, 책 쓰기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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