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이야기] 나는 불행한 완벽주의자였다

[뇌 이야기] 나는 불행한 완벽주의자였다

강은영 일류두뇌연구소 대표

브레인 93호
2022년 06월 07일 (화)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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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완벽주의자라 준비가 더 필요해.”
“대충하느니 안 하고 말지.”

스스로 완벽주의자라 칭했던 나는 자신이 없거나 두려울 때마다 이 단어 뒤로 숨곤 했다.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최선을 다했던 내 노력과 능력을 자랑삼아 한 말이기도 한데, 과연 사람이 완벽해질 수 있을까? 

완벽주의라는 그럴싸한 가면 뒤에는 병적인 준비성과 불안, 스트레스라는 그늘이 따라다녔다. 학창 시절, 시험에서 1등한 성적표를 받아 들면 잠깐만 좋을 뿐 1등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국그릇에 커피를 타 마시며 공부해야 했다. 경쟁자가 웃는 꼴을 보기 싫었고 1등을 놓칠까 봐 전전긍긍했다. 미처 공부를 다 하지 못한 채 시험을 보거나, 대사를 못 외우고 연극 무대에 오르는 악몽을 성인이 되어서까지 꿀 정도였다. 나는 불행한 완벽주의자였다.


완벽주의는 비평을 피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

서울대사범대학교육연구소에서 발행한 <교육학 용어사전>에 따르면 완벽주의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함으로써 자신에게 돌아올지도 모르는 비난이나 비평을 면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의미한다. 타인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기 싫은 것인데, 인정의 욕구나 성취욕이 강한 사람일수록 실패를 두려워하고 비난을 회피하려는 완벽주의 성향을 강하게 보인다. 

두뇌 유형 측면에서는 우뇌형보다 좌뇌형에게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들은 사전에 철저하게 분석하고 계획을 세우며, 끊임없이 노력하면 완벽해진다고 믿기 때문에 모범생 소리를 듣는다. 타인에게는 뛰어난 인재로 보이지만 정작 본인은 높은 기준을 세워놓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폄하하거나 자책하며 정신적 갈등과 고통을 겪기도 한다. 

좌뇌형인 나 역시도 어딜 가나 모범생이었지만 스스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더 잘해야 한다며 채찍질하곤 했다. 완벽주의자 중 일부는 어떤 일이든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제대로 된 수행이 예상되지 않으면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판단력이 좋고 두뇌 회전이 빨라 우수한 능력이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완벽주의가 당신의 성공을 막는다

완벽주의자는 부족한 자신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높은 목표를 잡을 우려가 있다. 여기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달성 시에는 좋은 결과는 물론이고 성취감과 자존감이 향상된다. 하지만 과도한 목표와 높은 기준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불안, 우울, 스트레스를 겪으며 스스로 비난하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또 타인과 비교해 고통스러워하며 경쟁에 집착하기도 한다.

우리 주위에서 완벽주의를 표방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완벽주의자는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눈뜨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정도로 시대가 급변하고 있고, 특히 코로나19로 변화는 더 빨라졌다. ‘바이러스가 바꾼 것은 방향이 아니라 속도’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혹자는 3년에 걸쳐 일어날 변화가 6개월 만에 이뤄졌다고 하는데, 이미 2년이 넘었으니 10년 이상의 변화가 몰아닥친 셈이다. 

변화가 지금처럼 빠르지 않았을 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완벽하게 준비한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였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에서 완벽주의자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완벽하게 준비하다 보면 트렌드는 이미 변해 있고 발 빠른 누군가에 의해 선점당하고 만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한 분야가 레드오션이 되는 속도도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다. 철저한 계획과 완벽한 준비보다 과감한 실행력이 더 요구된다는 말이다.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는 방법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완벽주의라는 허울을 벗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들은 계획에 없던 일이나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일을 하기가 무척 어려운데 일단 시도부터 해보면 실행력을 키울 수 있다. 시작하고 나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도 충분하다. 계획을 세우느라 힘을 소진하기 때문에 계획 없이 무작정 여행을 떠나거나 일의 준비 기간을 반으로 줄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뇌는 자신이 한 말이라도 다른 사람이 하는 것처럼 받아들인다. 따라서 다른 사람한테 듣고 싶은 말을 자신에게 스스로 해준다면 뇌에 좋은 정보를 입력하는 것과 같다. 불안하거나 두려우면 대뇌변연계에 있는 편도체가 흥분하는데, 편도체가 불안정한 사람은 예민하고 공격적인 성향이 두드러진다. 이때 긍정적인 언어 정보를 주면 편도체가 안정감을 찾는다.

완벽주의자들은 실패를 두려워하고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한다. 그래서 자신이 세운 계획에서 벗어나면 편도체가 흥분하며 죄책감과 불안을 크게 느끼는데 이때가 중요하다. 계획에서 어긋나거나 성과가 좋지 않을 때는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다시 힘내보자. 나는 할 수 있어!’ 하며 스스로 격려해보자. 이들은 자신을 칭찬하기보다 질책과 자책에 익숙하지만, 스스로 하는 칭찬은 완벽주의자가 가진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스스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셀프칭찬’을 아침마다 한 지 2년이 되어간다. 나를 질책만 했었기에 처음엔 무척 어색했지만 이제는 밥 먹듯 자연스럽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책 읽고 글 쓴 나를 칭찬해!” 읽으며 깊어지고 쓰며 가벼워지는 환상의 이중주로 시작한 하루가 소중하고 행복하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준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계획한 일을 못 했을 때는 “괜찮아. 오늘은 쉬어도 돼. 나에게는 내일이 있잖아”라며 격려한다. 어릴 적부터 몸에 익은 완벽주의를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지만, 셀프칭찬 덕분에 꼭 필요할 때만 쓸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완벽주의 말고 적정주의

세상에 ‘정말로 완벽한’ 사람이 존재할까? 완벽주의는 애초에 자신이나 타인에게 불가능한 상황을 기대하는 것이다. 많은 연구에서 밝혔듯, 완벽주의자는 함께 일하고 싶은 이상적인 동료와 거리가 멀고 사회적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들은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고 양심적으로 행동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해야 한다면 대부분은 완벽주의자보다 부족하더라도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을 원할 것이다. 

성공한 사람의 현재 모습을 보면 실패가 없는 삶처럼 보인다. 처음부터 잘했고 완벽했을 것 같지만 그들은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이다. 실패가 두려워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살아온 나는 완벽주의를 버리고 적정주의를 택하면서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까 넘어지거나 잘되지 않더라도 스스로 괴롭히는 짓을 그만둘 수 있었다. 꾸준히 즐기면서 했더니 크고 작은 성과들도 생겨났다. 완벽주의 말고, 정도가 알맞고 바른 ‘적정주의, 어떤가?
 

글_강은영 

일류두뇌연구소 대표. <일류두뇌>,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등의 책을 썼고 ‘체인지U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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