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 예방을 위한 수면관리 전략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치매는 현대 사회에서 급증하는 주요 건강 문제 중 하나이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예방 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다양한 예방 요인 중에서도 수면은 뇌 기능 유지 및 치매 예방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수면이 뇌 기능에 미치는 중요성과 더불어 치매 예방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뇌과학적 관점에서 파악해 보고자 한다.
특히, 40~50대 연령층이 지금부터 수면 관리를 시작해야 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실질적인 수면 관리 전략을 모색하여 건강한 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담는다.
수면 부족이 일으키는 문제들
수면은 단순히 몸을 쉬게 하는 것을 넘어, 뇌가 정보를 재구성하는 복합적이고 생리적인 과정이다. 수면은 크게 렘수면(REM)과 비렘수면(NREM)으로 나누어지며, 각 단계는 뇌 건강에 필수적인 고유한 역할을 수행한다.
렘수면은 빠른 눈 움직임(Rapid Eye Movement)을 특징으로 하며, 주로 꿈을 꾸는 단계이다. 렘수면 중에는 뇌의 활동이 깨어 있을 때와 유사하게 활발해지며, 낮 동안의 정보가 창의적으로 재구성되고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일어난다.
진화적으로 오래된 수면 형태이며, 렘수면 동안에는 체온 조절이 이루어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비렘수렴은 다시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세분화 된다. 초기 단계(1, 2단계)는 잠이 드는 과정과 얕은 수면을 포함하며, 이때는 외부 자극에도 쉽게 깰 수 있다. 깊은 수면 단계(3, 4단계)는 느린 뇌파가 나와 ‘서파 수면’이라고도 불리며, 이 때는 뇌 활동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뇌세포의 대사율이 낮아져 뇌가 깊은 휴식을 취한다.
이 단계에서는 뇌의 고유한 리듬인 델타파를 생성하며, 이는 뇌의 기능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상적인 수면에서는 각 단계가 90~120분 주기로 4~6회 정도 반복되어 나타난다. 수면 초기에는 비렘수면의 깊은 단계(3, 4단계)가 길게 나타나고, 후반으로 갈수록 렘수면의 비중이 커진다.
충분한 수면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 주기의 균형이 깨지거나 주기의 반복 횟수가 줄어들면 뇌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된다. 프래밍햄 심장연구(Framingham Heart Study)에서는 하루 6시간 미만으로 자는 사람들이 7~8시간 자는 사람들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1.3배 높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1]
수면이 부족한 경우, 대표적으로 손꼽는 문제는 뇌 내 노폐물 축적이다. 3, 4단계의 깊은 비렘수면 중 뇌는 낮 동안 뇌 활동으로 생긴 베타 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 등의 노폐물을 뇌 척수액(Cerebrospinal fluid, CSF)를 통해 씻어낸다.
이를 글림파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라고 한다. 수면이 부족하거나 얕은 수면 상태가 반복되면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독성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고, 이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적 진행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슬립 헬스 저널Sleep Health Journal》에 실린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단 하룻밤의 수면 박탈만으로도 뇌의 베타아밀로이드 농도가 5퍼센트 증가할 수 있다. [2]
한편 수면 부족은 기억 공고화를 방해한다. 이것은 렘수면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렘수면은 낮 동안 취득한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중요한 단계로, 전체 수면 시간이 부족하여 렘수면 사이클이 줄어들면 그만큼의 기억 형성을 방해하게 된다.
이는 학습 효율 저하와 장기적인 기억력 감퇴로 이어질 수 있고, 치매의 주요 증상인 기억력 저하와 직접적으로 연관 된다.
또 수면이 부족하면 뇌의 전반적인 기능 저하 및 인지 능력 감퇴를 초래한다. 특히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되어 논리적 사고, 판단력, 시간 의식 등이 약화할 수 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불편감을 야기하며, 장기적으로는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특히 사회 활동은 뇌 기능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이 과정에서 필수적인 ‘표정 인식 능력’이 수면 부족에 의해 손상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3]
수면 부족은 편도체의 과도한 활성화를 유도하고, 동시에 전두엽의 감정 조절 기능을 저하시켜 타인의 표정을 정확히 해석하는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부터 수면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
안타까운 것은 노화와 함께 자연스레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깊은 수면 단계가 현저히 감소한다. 20대에 비해 60대에는 깊은 수면이 약 60~70퍼센트 감소하며, 이는 뇌의 노폐물 제거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 또한 렘수면 비율도 감소하여 기억 공고화 과정이 약화된다. [4]
또한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의 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 기능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수면 전 과정을 지휘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하고, 수면-각성 리듬이 불안정해진다. 특히 멜라토닌 분비는 60대가 넘으면 20대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 [5]
따라서 잠자리에 누운 이후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증가하고, 밤중에 깨는 횟수가 늘어난다.
이는 수면 효율성(실제 수면 시간/침상에서 보낸 시간)의 저하를 의미하며, 전체적인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노화에 따라 체온 조절 능력이 저하되어 깊은 수면을 유도하는 체온 하강 패턴이 약화되는 것도 숙면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의 감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6] 특히 여성의 경우 폐경 후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해 수면 장애가 증가하며, 이는 치매 위험 증가와도 연관된다. [7]
또 GABA, 세로토닌, 아세틸콜린 같은 수면 관련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와 수용체 기능이 저하되며, 수면의 질 저하와 각성 상태의 불안정을 초래한다. 이러한 노화에 따른 생리적 변화들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적절한 관리를 통해 그 영향을 줄일 수 있다. 특히 40~50대부터 수면 관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뇌 건강을 위한 수면 관리 전략
치매 예방을 위한 수면 관리는 단순히 잠을 많이 자는 것을 넘어, 수면의 질을 높이고 뇌 건강에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음은 뇌 건강을 위한 실질적인 수면 관리 전략이다.
1. 규칙적인 수면 습관 형성
‘규칙적’인 것만큼 강력한 솔루션은 없다. 이는 뇌와 신체가 수면과 관련된 안정적인 생체리듬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습관을 형성하는 것인데, 특히 추천하는 방법은 기상 시간을 먼저 정하고 피로감이 찾아오는 시간대에 자연스레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나이와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상적인 수면 시간은 8시간이 권장된다.
2. 햇볕 쬐기
햇빛은 수면 주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아침에 햇빛을 처음 본 시간부터 약 14~15시간 뒤에 멜라토닌이 분비되기 시작하므로 잠드는 시간을 앞당기려면 아침에 햇빛을 보는 시간을 당겨야 한다.
낮에도 걷기 등 야외 활동을 하며 햇빛을 받는 활동 시간을 늘리면 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3. 수면 전 블루라이트(청색광) 차단
블루라이트는 짧은 파장과 높은 에너지를 가진 푸른 빛으로, 낮에는 각성 효과를 높여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밤에는 멜라토닌 분비를 현격히 억제한다.
밤에 사용하는 컴퓨터, 스마트폰과 같이 블루라이트가 나오는 전자기기는 수면 2~3시간 전에는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현장에서 중장년, 노년층을 대상으로 수면 코칭을 진행하는 가운데 내담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노화로 숙면하기가 어렵고 수면 시간도 줄어들다 보니 상대적으로 TV나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늘었는데, 이를 어쩌지 못해 곤혹스럽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점차 시청 시간을 줄여가는 것을 목표로, 시간을 기록하며 관리하기를 권한다.
또한 부득이 야간에 전자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이나 화면 필터를 사용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전자기기보다는 책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4. 수면 전 식사 시간 조절
식사는 수면 전 최소 4시간 전에는 마치는 것이 좋고, 더 일찍 마칠수록 수면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대사가 수면에 드는 뇌와 몸의 조건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저녁 식사는 되도록 가볍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 좋다.
5.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 조절
카페인은 졸음을 일으키는 아데노신 수용기에 대신 작용하여 수면을 방해한다. 더구나 섭취 후 체내 카페인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4~6시간이 걸리고, 12시간이 지나도 미량이 남아 수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카페인 민감도가 높은 사람이라면 커피는 오전 중에 마시기를 권한다.
알코올은 중추 신경계 억제 작용으로 졸음을 유발하나, 수면 중에는 렘수면 비율은 감소시키고 각성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동시에 체내 대사 증가가 수면 구조의 변화를 불러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므로 알코올 섭취는 되도록 자제하는 것이 좋다.
6. 뇌파 안정화를 위한 브레인트레이닝
수면 직전의 뇌 활동은 수면의 질을 좌우한다. 따라서 하루 중 경험한 부정적 감정과 스트레스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브레인트레이닝을 적용해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이완을 유도하는 호흡 명상, 요가, 가벼운 스트레칭이 도움이 된다.
눈동자 주변 근육은 감정적 작용과 연결되어 있어서 눈을 감은 채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고, 시계/반시계 방향으로 굴리는 동작을 하면 부정적 감정 기억과 감정 반응을 줄일 수 있다. [8]
이 밖에도 적절한 수면 환경(조도, 온도, 습도, 소음 제거 등)을 조성하는 것도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40~50대부터는 어떠한 일과보다 수면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수면 관리를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뇌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다.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브레인트레이닝의 관점에서 주도적으로 수면 관리를 해나가기를 권한다.
글_노형철
사단법인 브레인트레이너협회 사무국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대학 겸임교수.
유튜브 채널 ‘브레인트레이너 노형철’ 운영
참고문헌
[1] Westwood, A. J., Beiser, A., Jain, N., Himali, J. J., DeCarli, C., Auerbach, S. H., ... & Seshadri, S. (2017). Prolonged sleep duration as a marker of early neurodegeneration predicting incident dementia. Neurology, 88(12), 1172-1179.
[2] Lee, S., Kaufmann, C.N., Lippi, C.A., et al. (2025). Untreated insomnia as a contributor to geographic disparities in risk for Alzheimer's disease and related dementias. Sleep Health Journal. https://www.sleephealthjournal.org/article/S2352-7218(25)00018-X/abstract
[3] Mader Jr, E. C., Hyndych, A., & El-Abassi, R. (2025). The role of sleep and the effects of sleep loss on cognitive, affective, and behavioral processes. Cureus. https://www.cureus.com/articles/358461-the-role-of-sleep-and-the-effects-of-sleep-loss-on-cognitive-affective-and-behavioral-processes.pdf
[4] eddy, R., Wainberg, M., Tang, M., Singh, S., & Musiek, E. S. (2023). Sleep and the aging brain: A comprehensive review. Nature Aging, 3(2), 105–118. https://www.nature.com/articles/s43587-022-00340-6
[5] Hardeland, R. (2021). Melatonin and the circadian system: Contributions to successful aging. Biogerontology, 22(4), 425–440. https://doi.org/10.1007/s10522-021-09931-0
[6] Baker, F. C., Wolfson, A. R., & Zee, P. C. (2022). Sleep and circadian rhythms in women across the lifespan. Nature Reviews Endocrinology, 18(12), 723–74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74-022-00728-4
[7] Carroll, J. E., Irwin, M. R., & Olmstead, R. (2023). Sleep disturbance and risk for cognitive decline and dementia: A review of mechanisms and treatment targets. Current Sleep Medicine Reports, 9(1), 12–24.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40675-023-00248-7
[8] van den Hout, M., Engelhard, I. M., Rijkeboer, M., Koekebakker, J., & Hornsveld, H. (2011). EMDR: Eye movements superior to beeps in the reduction of vividness and emotionality of aversive autobiographical memories. 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 49(2), 92–98. https://doi.org/10.1016/j.brat.2010.1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