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이야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힘

[뇌 이야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힘

강은영 일류두뇌연구소 대표


“여보, 이번 달 월급 안 나온대.”

2020년 3월, 항공사에 다니던 남편이 말했다. 성실하고 능력 있는 남편 덕분에 결혼 후 14년간 돈 걱정 없이 살아왔는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한 달간 한 번의 비행이 다였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걸릴지 모르는 전염병보다 턱없이 부족한 생활비로 삼시 세끼 차리며 종일 두 아들에 남편까지 함께 집에 있는 현실이 더 무서웠다.

일생일대 위기의 상황임이 분명했다. 궁지에 몰릴수록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던 나는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집에 있는 시간이 넘쳐나고 돈과 마음의 여유는 궁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장애가 있는 둘째아이의 재활 치료와 집안일 중 일부를 남편에게 맡기고, 오랜 염원인 책을 쓰기로 했다. 이때만 해도 전혀 알지 못했다. 나비의 미약한 날갯짓이 내 삶에 어떤 폭풍을 몰고 올지.


뇌의 부정적 편향성

몇 달 내로 끝나리라 예상했던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를 휩쓸었고, 2년 반이 지난 지금에야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남편은 여전히 휴직 중이며 아이들이 정상 등교를 한 지 겨우 4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엄청난 변화를 이루어냈다. 두 권의 책과 열한 권의 전자책을 쓴 작가이자 신문과 잡지의 칼럼니스트, 온라인으로 수익화를 이룬 1인 기업가가 되었다. 책 한 권 써서 강사로서 새출발하고 싶었을 뿐인데 시나브로 작은 점이 선을 넘어 꿈이라는 글자에 닿아 있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의 결과를 끌어낸 것이다.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하다.’ 존 티어니는 ≪부정성 편향≫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정적인 사건이나 정서가 긍정적인 것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데 이를 ‘부정성 편향’, ‘부정성 지배’, ‘부정성 효과’라 한다.

우리는 하루에 수만 가지 생각을 하는데 95 퍼센트 이상이 부정적이다. 긍정적인 것보
다 부정적인 것에 즉시 그리고 강하게 반응하고 오랫동안 영향을 받는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생존 본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어두운 밤길에 인기척이 날 때 누가 나를 해할 수도 있다는 불안, 두려움이 우리를 재빨리 움직이게 만들듯, 아무 일이 없는데도 안 좋은 생각을 하고 그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사회가 부정적인 환경일 때 개인이 중심을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크고 강한 사회적 에너지에 휩쓸리고 만다. 내게 일어난 일을 남 탓, 시류 탓으로 돌리기에도 좋다. 하지만 호랑이 굴에 들어가서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에서 뇌는 오히려 힘을 발휘하곤 한다. 나 역시 ‘남편이 실직해서, 대면 강의가 끊겨서, 돈이 없어서,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가 시간이 없어서,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같은 변명을 하며 마냥 시간을 보냈을 수 있다. 그렇게 하는 대신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써서 책을 내고, 온라인 강의와 프로젝트로 일을 하며 돈을 벌고, 매일 감사일기를 써가며 버텨냈다. 


긍정적인 정신자세를 가지려면

뇌는 정보처리 기관이다. 우리 뇌에는 무수한 정보들이 쉴새 없이 쏟아져 들어온다. 관심 있는 정보들을 끊임없이 낚아 올려주는 알고리즘의 세계에 갇혀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이다. 이 많은 정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처리하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뇌에 들어오는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부정적으로 처리하면 모든 게 문제이고 긍정적으로 처리하면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

긍정 파워는 아무리 좋지 않은 상황이라도 바꿀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냐보다 ‘어떻게’ 정보를 처리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올해도 상반기가 지나간 시점에서 ‘벌써 6개월이나 지났네’하며 한탄하는 대신 ‘아직 6개월이나 남았네’라고 정보를 처리하면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긍정의 힘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막상 문제 상황이 닥치면 긍정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나쁜 것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긍정의 힘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까?

먼저, 뇌가 정보처리 기관이라는 것을 알고 뇌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을 잘 감지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다음, 자기 생각과 감정을 무시하거나 피하지 않고 당연한 현상으로 인정한다.

정적인 사람이라고 자책할 이유도 없다. 마지막으로, 동전을 뒤집듯 긍정적인 면을 찾는다. 가령 온 식구가 집 안에서만 복대기 칠 때 ‘언제 또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겠어? 안전한 집에 있어 서 다행이다.’ 운동하기 싫을 때는 ‘나는 운동이 좋다. 먹을 때보다 운동할 때 더 즐겁다.’ 글을 쓰려고 새벽에 일어날 때면 ‘새벽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나는 글을 아주 잘 쓴다.’ 이렇게 뇌를 속이고 정보처리하는 연습을 하면 점점 뇌에 변화가 생기고 삶에 전환이 찾아온다.

성공철학의 거장 나폴레온 힐은 PMA(Positive Mental Attitude), 긍정적인 정신자세를 가지려면 지속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우리는 모두 습관의 지배를 받고, 그 습관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인가,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인가는 각자 선택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PMA 10단계를 살펴보자.

1. 신념을 가지고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라.

2. 자신이 원하는 일에 마음을 두고 원하지 않는 일은 과감히 떨쳐버려라.

3. 남에게 받고 싶은 대로 주어라.

4. 자기 점검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제거하라.

5. 행복하라!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라.

6. 관용의 습관을 길러라.

7. 자신에게 긍정적인 암시를 하라.

8. 기도의 힘을 이용하라.

9. 목표를 세워라.

10. 공부하라, 생각하라, 그리고 날마다 계획하라


문제를 축복으로 만드는 긍정의 힘

긍정 파워를 탑재한 사람은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 중 과거에 심각한 문제를 겪고 슬기롭게 헤쳐나간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나는 호랑이 굴에서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나서 정신을 차린 어리석고 여린 동물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생일대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었다. 언제 다시 월급이 끊길지 모르니 무분별한 소비 지출을 줄여 생활비를 절반으로 삭감하고, 남편과 합심해서 돈이 저절로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더는 현실에 안주해 ‘돈 잘 버는 거지’로 살지 않기로 했다. 남편은 여전히 회사에 복귀하지 못했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성공 습관과 부자 마인드를 장착하고 전보다 몇 배 충만한 일상을 살고 있다.

처음에는 일부러 좋은 것만 생각하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위기상황이라며 주저앉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너무 흔해서 감흥도 없는 긍정의 힘을 믿고 발휘하기엔 현실이 무척 매서웠다. 하지만 지금은 온몸의 세포가 말한다. 내게 닥친 것은 문제가 아니라 축복이었다고, 코로나 덕분에 살았다고. 

참고.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2》 나폴레온 힐.
 


 

글. 강은영 

일류두뇌연구소 대표로 저서로는 『일류두뇌』,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등이 있다. 한국 강사신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며 ‘체인지U 스쿨’을 통해 습관 코칭, 감정 코칭, 글쓰기, 책 쓰기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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