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둘째아이의 생일 파티 자리에서 아이의 친구가 말했다. “너 혹시 ENFP야? 나도.” 초등학교 6학년 아이의 입에서 나온 MBTI 유형에 귀를 의심한 것도 잠시, 다른 아이들도 앞다투어 자신의 유형을 말하기 시작했다. 입이 떡 벌어진 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알았느냐 물었고, 인터넷으로 검사했다는 답을 들었다.
내 나이 30대 중반에 성격유형 분석 관련 자격증을 따면서 힘들게 공부했던 걸 요즘 아이들은 10대에 경험하는구나! 세대의 간극이 퍽 놀라웠다.
두뇌를 사용하는 특성에 따라 뇌도 유형을 나눌 수 있다
몇 해 전부터 유형 검사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검사 방법들이 등장했다. SNS를 중심으로 MBTI뿐 아니라 호구 성향, 꼰대 성향, 연애 성향 테스트 등을 하면서 자신의 유형을 인증하고 놀이처럼 즐긴 것이다. 과연 사람을 단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을까? 환경과 유전 요인이 거의 같은 쌍둥이조차 성격, 라이프스타일 등이 다른데 말이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지만 비슷한 범주로 묶어 같은 유형으로 분류하면 서로를 이해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한다. ‘우리는 같은 유형’이라며 한 울타리로 묶으면 재미뿐만 아니라 소속감도 느낄 수 있다.
16가지 유형으로 성격을 나누는 MBTI처럼 두뇌 유형도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 사람의 사령탑인 두뇌가 일상생활을 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어떤 부분을 우선으로 사용하느냐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비슷한 환경과 상황에서도 성격에 따라 다른 대응을 하는 것처럼 두뇌 유형에 따라 대처방식이 다르다.
실제로 두뇌 유형 검사를 하고 상담•코칭을 해보면 같은 유형끼리 비슷한 성향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뭐든 혼자서 척척 해내는 사람과 여러 사람과 함께 해야 성과가 나는 사람도 두뇌 유형에 따라 구분된다.
좌우뇌 모형- 삼위일체 모형-전뇌 모형
두뇌 유형은 좌뇌와 우뇌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의 신경생물학자 로제 스페리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절단된 환자를 연구함으로써 좌우뇌가 대조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상호보완적인 기능이 있음을 밝혀냈다. ‘언어뇌’인 좌뇌는 언어적 분석적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고, ‘예술뇌’인 우뇌는 직관적 시각적 전체적인 사고를 한다. 하지만 뇌를 두 가지 기능으로 구분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신경과학자인 폴 맥린의 ‘삼위일체 두뇌 모형(Tribune Brain)’은 뇌를 뇌간, 대뇌변연계, 대뇌피질의 세 개 층으로 구분한다. 뇌는 이 순서대로 진화했다. 뇌간은 생명을 담당하고, 변연계는 감정 및 욕구를, 대뇌피질은 이성 및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뇌의 피질 바깥에서부터 이성뇌, 감성뇌, 생명뇌 순서로 생각하면 쉽다.
네드 허먼은 좌뇌-우뇌 모형과 삼위일체 두뇌 모형을 결합하여 ‘전뇌 모형(Whole Brain Model)’을 내놓았다. 단순한 좌우 구분에 대뇌피질과 변연계를 추가해 뇌를 4분면으로 나눈 것이다. 전뇌 모형은 두뇌를 좌상뇌, 좌하뇌, 우상뇌, 우하뇌의 네 가지로 구분함으로써 앞선 두 가지 구분법의 한계를 보완한 모델이다. 허먼은 수만 건의 연구를 통해 좌상뇌는 논리적, 좌하뇌는 구조적, 우하뇌는 감정적, 우상뇌는 직관적 활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각 영역은 별개가 아니라 좌뇌와 우뇌가 수평적 통합을 하고 대뇌피질, 변연계, 뇌간이 수직적 통합을 이루며 뇌의 구조와 기능적인 관점에서 전체 영역이 상호 유기적인 기능을 한다고 보았다.
두뇌 유형 검사하기
전뇌 모형을 토대로 신재한 교수와 이은정 박사는 36문항으로 구성된 두뇌 유형 검사지를 개발했다.[1] 소아신경학 권위자인 김영훈 박사는 좌상뇌를 이성 좌뇌형, 좌하뇌를 감성 좌뇌형, 우상뇌를 이성 우뇌형, 우하뇌를 감성 우뇌형으로 지칭했다.[2] 여기서는 각 영역의 특성을 잘 살린 김영훈 박사의 명칭과 신재한•이은정 박사의 검사지를 활용했다.
검사지는 네 가지 유형별 9개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총 36개 문항에 답한 후 A, B, C, D 유형별 합계 점수가 가장 높은 것이 자신의 두뇌 유형이다. 문항을 읽고 자신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곳에 체크하고, 되도록 ‘3번 보통이다’에는 체크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동점이 나오거나 유형 간 점수 차이가 거의 없으면 다시 검사하고, 재검사 후에도 동점이 나오면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참고한다.
A형은 이성 좌뇌형, B형은 감성 좌뇌형, C형은 이성 우뇌형, D형은 감성 우뇌형이다. 같은 유형이라도 다른 점이 존재하지만, 이 검사를 수행한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패턴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검사가 100퍼센트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 각 유형이 칼로 자르듯 명확히 구분되지도 않는다. 두 가지 유형을 동시에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두뇌 유형 검사는 자기 자신을 더 잘 파악하고, 인간관계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유형을 알면 그에 따른 강점을 키우고 잘 발휘하는 것이 관건이다. 유형별 특성과 각각의 장단점은 다음 호에 이어서 싣는다.
글. 강은영
일류두뇌연구소 대표로 저서로는 『일류두뇌』,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등이 있다. 한국 강사신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며 ‘체인지U 스쿨’을 통해 습관 코칭, 감정 코칭, 글쓰기, 책 쓰기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참고문헌
[1] 신재한, 이은정 《뇌기반 자기주도적 학습 코칭의 실제》
[2] 김영훈 《두뇌 성격이 아이 인생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