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8편] 유아기 또래 성폭력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8편] 유아기 또래 성폭력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최근 뉴스에서 ‘어린이집 또래 성폭력’이라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5살이라는 나이가 충격이었고, 3년 전 일이 이제 판결이 나왔다는 뉴스가 당황스러웠다. 그 뉴스로 놀람이 사라지지 않았는데, 또래 성폭력 피해로 아이의 심리가 어떠한지 알고 싶다는 엄마의 의뢰가 들어왔다.  

만 3세의 여자아이였고 미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생활하고 있었고 그곳 어린이집에서 또래 남아에게 성폭력 사건 후 한국을 방문한 상태였다. 근심 가득한 엄마의 얼굴과 다소 긴장한 듯한 해맑은 아이의 모습이 첫 만남이었다.

또래 간 성폭력은 단순한 장난 또는 성장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간주하여 가볍게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센터를 방문한 피해 아이의 엄마도 너무 어린 딸을 위해 그리고 크게 받아들이지 않는 딸을 보며 다행인가 싶고 그렇다면 일을 키우지 말고 조용히 정리하고 해결해야지, 그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지, 다른 곳으로 이사해 새롭게 시작해야지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협조적인 학교, 가해 아이 부모의 태도, 그리고 어떤 대응을 할 수 있는지 또는 해야 하는지 등 아이의 문제를 넘어 부모의 심리적 어려움도 크다는 말과 특히 가해 아동의 행동에서 이상이 관찰되고 한 번에 멈추지 않을 것이 예상되어 다른 피해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법적으로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 유아기 또래 성폭력 피해 아이와 가해 아이

유아기 또래 성폭력 시 피해 아이와 가해 아이 모두 심리 상태, 주변 환경의 파악이 되어야 한다. 피해 아이의 경우 그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여 받아들이고 있는지, 가해 아이의 경우 어떤 의도인지 어디에서 영향을 받았을 지에 대한 체크가 중요하다. 

피해 아이는 스스로 피해자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고 또 무슨 일이었을까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있어서 부모의 대응이 중요하다. 

부모의 반응으로 피해 아이는 스스로 ‘내가 잘못했나?’, ‘내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나?.’ 하는 불안, 수치심이 생겨날 수 있고, 문제의 화살을 나에게 돌림으로 심리적 상처가 커질 수 있다.

또 ‘가해 아이는 나쁜 아이야.’, ‘너에게 한 행동은 못된 짓이야.’ 등 감정이 앞서는 부모의 직선적 대화법은 내 아이에게 다른 성에 대한 거부감, 두려움을 가지게 하여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가해 아이의 경우, 우연히 미디어에서 접할 기회로 모방을 했을 수 있겠고 가족 내에서 나오는 모습을 모방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이번 만 3세 가해 아이는 행동이 공격적이고 구체적이었으며 가족 내 문제를 드러내고 있었다고 한다. 가해 아이지만 가정에서 피해 아동일 수 있어 조사를 의뢰한 상황이므로 경로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며 부모와의 관계, 심리 상태 등 전반적으로 조사하여 가족과 주변인 상담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요
 

아이들의 그림은 발달 단계에 따라 특징이 있고 4세부터는 의식적으로 자신의 주변 세계와 관련을 지은 그림을 그려 의사를 표현하는 시기인데, 먼저 섣부른 평가와 판단은 주의해야 하며 그릴 때 행동 관찰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 그림은 비가 오는 그림이다. 장대비를 길쭉한 선으로 강하게 표현하였고 나에게 속한 물건 주위에 빠르게 테두리를 그려 넣었다.

그림에서 비는 스트레스를 상징한다. 장대비가 많이 내린다는 것은 스트레스가 많다 설명할 수 있고 빗속에 있는 사람이 우산도 없고 주위에 비를 피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없다는 것은 내가 가진 스트레스에 대처할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테두리는 보호를 의미하는데 ‘내 영역, 내 것이야.’처럼 아이 스스로 무의식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표현된 것이리라 보인다. 


# 갈색 토끼 
 

동물 중에 토끼를 ‘나’로 선택하고 갈색으로 색을 칠하였다. 아이들은 대체로 하얀 토끼를 연상하고 좋아하는 색으로 칠한다. 

내가 토끼인데 좋아하는 색보다 그렇지 않은 갈색을 택해 색을 칠했던 점이 특징이고 갈색은 통계적으로 신체적, 심리적으로 아픈 사람이 선택하여 자주 사용되는 색이라는 점에서 아이의 심리가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 부정의 경험과 부정 정서는 뇌에도 상처를 입힌다
 

▲ ▲ 미국 텍사스 아동 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브루스 페리의 논문에 실린 CT 사진

좋지 않은 경험으로 부정의 정서가 지속되었을 때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말 변화가 있을까? 궁금할 수 있다. 많은 연구가 되었고 연구가 나오고 있으며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고 있다. 특히 어릴 때 부정적 경험으로 인해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다. 

위 사진은 두 명의 3세 아이 뇌를 CT로 촬영한 사진으로 같은 연령대임에도 두뇌 크기, 뇌 조직 밀도, 형태에 큰 차이를 보인다.

왼쪽은 부모에게 보살핌을 잘 받은 보통 아이의 두뇌 사진이고, 오른쪽은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정신적 상처가 있는 아이의 두뇌 사진이다. 유아기 성폭력 피해 후 심리적 고통이 상처받은 뇌로 이어져 오른쪽 사진처럼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불쾌한 경험 시는 단호하게 ‘하지 마’, ‘싫어.’라고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알려주고 지속될 때 부모나 선생님께 말하도록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고, ‘어리니까 아직 모를 거야.’의 막연함, 짐작이 아닌 아이의 실제 심리적 상태 체크와 적절한 심리 치료적 개입이 피해 아이, 가해 아이 모두에게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글. 어수경 

임상미술치료학 박사, 미술치료수련전문가로 EO심리상담교육개발원 대표이다.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 상임이사, 학술위원을 맡고 있고, 서울대, 경희대, 차의과학대 출강 중이며, 공동저서로 『컬러플마인드 미술치료워크북』, 『아동상담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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