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4편] 외상 환아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4편] 외상 환아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불이나 뜨거운 물, 화학물질 등에 의해 피부나 조직의 손상을 화상(Burn)이라고 하는데, 다양한 원인으로 화상(Burn)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는 아이들과 미술치료사로 만난 지 10년이 넘어간다. 

지금도 사랑스럽고 환한 미소를 가득 안고 미술 치료실에 들어오는 아이들 얼굴이 생각나고, 붕대를 칭칭 감고도 깔깔깔 웃는 아이들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하지만 밝은 아이들 가운데 심리적 외상으로 고통받는 아이들도 많다. 


# 치료사의 위기

미술치료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치료 영역이고, 마음이 움직여지기 위해서는 치료사와 환아 사이의 신뢰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뢰가 형성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치료사와 환아의 관계에 믿음이 생겨난 것으로 치료목표에 수월하게 나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뢰가 형성되는 시기는 대상에 따라 다르고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몇 회기 안에 형성되는데 준이(가명)는 몇 회기의 만남에도 치료실이 불편한 듯 어색해했고 치료사에게 다소 반항적 태도를 보였으며 마음의 문은 움직이지 않은 듯 보였다.

준이는 53% 전신 화상을 입은 환아로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의료적 치료를 받던 중 미술치료를 받기로 동의하고 치료실에 왔고 사고로 인한 준이의 심리상태는 그림에 그대로 나타났다.
 

방사능에 노출된 늪에 괴물이 살고 있는데, 길 잃은 두 사람이 늪에 도달했고, 괴물이 늪지대에 나타난 한 사람은 잡아먹었고, 나머지 한 명도 잡아먹혀 죽을 것이다. ‘괴물의 배 속에 있는 사람이 ‘나’이다. 기분이 편안하다.‘ 그 이유는 ‘이미 죽어버려서 더 이상 걱정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라고 설명하였다. 


# 외상 아동 미술치료

외상(trauma)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몸이나 마음이 상처 입은 것을 말하는데, Malchiodi는 외상 아동은 미술 활동을 통해 특정한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단순한 이미지 또는 형태를 반복함으로 외상 경험을 극복하고 자신을 진정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녀는 외상 아동을 위한 미술 치료적 접근이 위기, 슬픔, 절망 등의 감정을 비언어적으로 표현하게 하고 이러한 표출이 두려움을 느끼거나 위축되어있는 아동에게는 안전한 표현 수단이 되어 무력감, 혼란, 긴장 등을 완화 시켜줄 수 있다 하였다.

준이는 깊은 산 속, 골짜기, 헤메는 길 등의 풍경과 공격적인 내용을 그림에서 반복적으로 표현하였는데 이는 피할 수 없었던 사고, 방어할 수 없었던 상황과 혼란스러운 마음을 그림으로 스스로 풀어내고 있었을 것이다.


# 잃어버린 나

다양한 이미지 중 하늘색 눈물방울을 선택하여 완성한 그림이다. ‘나는 멋진 남자가 되고 싶은데 이렇게 다쳐서 원하는 모습은 이제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슬퍼서 울고 있는 내 모습이예요.’ 그림에 나타난 자신을 바라보며 걱정들을 꺼내 놓았다.
 


# 씨앗이 된 나

여섯 번째 만남이었다. 풍선으로 활동을 하고 작품을 만든 뒤 한참을 바라보며 말이 없다가 작은 목소리로 ‘선생님, 씨앗이예요. 이 씨앗을 심으면 새싹이 올라올까요? 저도 새싹이 나듯 새로운 피부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바램, 희망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 치료사의 기쁨 
 

부정적인 생각만 표현하다 여섯 번째 만남에서 긍정의 시선으로 무언가를 바라보게 된 첫 세션이었다. 미술 활동 안에서 준이는 자연스러운 자기표현을 통해 사고로 인한 걱정과 불안, 혼란의 감정을 외부로 끌어내어 해소하는 시간을 갖었고 외상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스스로 만들어 내었다.

첫 회기 그림을 다시 보고 ‘괴물 안에 있는 나는 그 안에 있지만 살아있어요. 내가 원하면 언제든 괴물을 죽이고 밖으로 나갈 수 있어요. 제가 괴물보다 힘이 쎄요.’, ‘그렇구나. 그래, 그 안보다 밖이 편안하다고 느껴질 때, 준비되면 그때 밖으로 나와. 선생님도 기다리고 있을께.’

그 순간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감사하다.

글. 어수경 

임상미술치료학 박사, 미술치료수련전문가로 EO심리상담교육개발원 대표이다.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 상임이사, 학술위원을 맡고 있고, 서울대, 경희대, 차의과학대 출강 중이며, 공동저서로 『컬러플마인드 미술치료워크북』, 『아동상담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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