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2편] 의료미술치료 Medical Art therapy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2편] 의료미술치료 Medical Art therapy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미술치료는 대상, 질환, 현장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주어지는데,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환경에서 이루어지는 미술치료를 의료미술치료(Medical Art therapy)라 한다. 

Malchiodi는 의료미술치료를 임상 영역에서 육체적인 질병, 신체 외상의 경험, 또는 수술이나 약물요법 같은 적극적인 의학적, 의료적 치료를 겪는 사람들을 위한 미술치료라고 정의한다. 

# 고통을 그림으로 승화, 그녀의 그림은 보기만 해도 아프다

의료미술치료 하면 떠오르는 화가와 작품이 있다. 16살 어린 나이에 처참한 교통사고 후 왼쪽 다리 11곳이 골절되고 오른발이 탈골되었으며 요추, 골반, 쇄골 등의 부위가 골절되고 갈비뼈가 부러진다. 바로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 프라다 칼로, 그리고 그녀의 작품 ‘부서진 기둥’이다. 
 

척추 수술을 받고 난 후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금속 코르셋에 갇힌 채 병상에 머무르며 그렸던 그림으로 그녀는 ‘나는 아픈 것이 아니라 부서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살아있음이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또 ‘나는 결코 꿈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나의 현실을 그릴 뿐이다.’라고 말한다. 

예술 활동의 어떤 측면이 그녀를 이렇게 강한 의지력을 갖게 했을까. 평생을 거듭되는 수술과 병상의 세월 속에 그녀가 선택한 그림 그리기, 그림을 그린다는 것, 창조 활동을 한다는 것은 환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심리적인 자유와 해방감을 느낀다

의료미술치료는 환자에게 여러 측면에서 질환과 싸울 수 있게 도움을 준다. Luginbuehl-Oelhafen은 의료미술치료가 병원 안의 통제 상황에서 자유를 제공하고 자기 결정과 자기 통제를 허락하는 은신처 역할이 되어주고, Daniel은 환자에게 창작과정이 불안, 두려움 등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통로이자 탐색의 장이 되며, Machiodi는 감정과 신체적 증상과의 관계에서 원인을 찾아 환자가 ‘의학적 치료에 능동적으로 참여’를 돕는다고 한다. 

프라다 칼로는 그녀가 사용할 수 있는 신체를 활용해 그림을 그림으로 내재 되어 있는 고통의 감정들을 표현, 승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심리적 자유와 해방을 느끼며 예술에 힘을 얻어 힘든 치료를 이겨냈을 것이다.


# 호르몬과 뇌파 등 생리적인 변화를 이끈다

Chopra는 창조적인 경험이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키고, 근육을 이완시키며, 알파파를 증가하게 하여 마음의 안정을 갖게 한다고 한다. 

Malchiodi는 환자가 미술작업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신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데, 이러한 활동은 뇌의 세로토닌의 양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또, Walsh & Weiss에 의하면, 환자는 의료미술치료를 통해 호흡, 심장 박동률과 같은 자율신경의 각성을 감소시키고 대뇌와 후뇌의 혈류를 증가시키는 등 긴장을 이완시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극복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 외로움과 고립감에서 벗어난다

Gabriel은 환자들이 미술작업을 함께 하면서 사회적 네트워킹을 확장 시킨다고 하였다. 입원한 환자들은 사화와의 단절로 소외감을 느끼는데 병원 생활 안에서 이러한 미술 활동은 생각을 나누고 정보를 교류하는 장을 제공하고 그 가운데 공동체를 형성하여 서로에 대한 지지를 아끼지 않고, 현실에 대한 수용 능력 향상과 함께 고립감, 외로운 감정에서 벗어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병원은 물리적으로 많은 제약이 있는 곳이며 여러 지시사항을 따라야 하는 곳이다. 그것 자체로 환자들은 무기력해지면서 자신감, 자존감이 낮아진다. 병원 밖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기를 자책하기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부정적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병원 안에서 미술치료를 하는 공간은 주사나 치료적 기구 등 직접적 치료가 이루어지는 치료실과는 다르게 자유롭게 마음을 표현하는 치료가 이루어지는 즐거운 공간이다. 내가 병원에 있는 것을 잠시 잊게 해 주기도 하며, 병원 밖의 경험을 제공해 주기도 하면서 환자 스스로 주체가 되어 결정하게 돕고, 미술 활동 안에서 그리고 작품을 통해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하여 자신감을 회복시킨다. 

의료미술치료는 익숙한 재료 또는 도전적 재료를 사용해서 환자에게 작은 것에 도전할 기회를 주고 미술 활동에 몰두하고 창조해 나가는 과정에서 아픈 신체, 무기력한 마음에 쉼을 준다.

글. 어수경

임상미술치료학 박사, 미술치료수련전문가로 EO심리상담교육개발원 대표이다.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 상임이사, 학술위원을 맡고 있고, 서울대, 경희대, 차의과학대 출강 중이며, 공동저서로 『컬러플마인드 미술치료워크북』, 『아동상담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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