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트레이너] 인공지능 시대에 브레인트레이너의 역할

[브레인트레이너] 인공지능 시대에 브레인트레이너의 역할

챗GPT의 등장과 함께 일상으로 들어온 인공지능

브레인 115호
2026년 03월 10일 (화) 17:54
조회수367
인쇄 링크복사 작게 크게
복사되었습니다.
▲ 챗GPT의 등장과 함께 일상으로 들어온 인공지능 [사진=게티이미지]


실행하고 노동하는 존재로 진화한 ‘피지컬 AI’

2026년 1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미국소비자기술협회가 개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 제품 전시회)는 인공지능 시대가 더 이상 미래의 예측이 아니라 이미 도착한 현실임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전시장 중앙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의 말을 듣고 방향을 바꾸거나 물건을 집어 옮기고, 넘어질 듯하다가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는 등의 시연이 이어졌다. 어떤 로봇은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했고, 또 다른 로봇은 복잡한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사람이 하는 작업을 자연스럽게 보조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인간의 일상과 노동, 관계의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신호였다. 화면 속 소프트웨어로 존재했던 인공지능은 이제 우리의 일상 공간 속에서 함께 움직이며 상호작용하는 물리적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챗GPT의 등장과 함께 일상으로 들어온 인공지능

인공지능(AI)에 대한 인간의 상상과 연구는 비교적 오래된 역사를 가진다. 학문적 의미에서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시점은 1956년 다트머스 회의(Dartmouth Conference)로 거슬러 올라간다. [1] 

이 회의에서 처음으로 ‘인공자능(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었고, 인간의 사고 과정이 기계에 의해 구현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학문적 연구 주제로 등장했다. 이후 인공지능은 논리 추론, 규칙 기반 시스템, 전문가 시스템,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거치며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 긴 연구 역사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은 오랫동안 대중의 일상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대부분의 인공지능은 연구실과 산업 현장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되는 기술에 가까웠으며, 일반 개인이 인공지능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경험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흐름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킨 사건이 바로 2022년 챗GPT의 등장이었다. 이 탁월한 대화형 인공지능은 전문가의 도구에서 벗어나, 누구나 질문하고 대화하며 사고를 위임할 수 있는 존재로 우리의 일상에 들어왔다. 


이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후 불과 몇 년 사이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도구들이 폭발적으로 등장했다. 텍스트 생성과 요약, 번역과 기획, 이미지·영상 제작, 음성 합성, 코딩과 데이터 분석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적 활동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사고의 일부를 인공지능과 함께 수행하는 방식을 보편화하였다. [2]

이제 사람들은 과제를 수행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인공지능에 질문을 던지고 그 응답을 바탕으로 사고를 확장하거나 선택을 조정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그 결과 학습과 글쓰기, 기획과 상담, 의사결정의 풍경이 빠르게 달라지고, 인간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가 필요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또 하나의 전환점으로 거론되는 것이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즉 범용 인공지능의 등장이다. AGI는 특정 과제를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범용 사고 능력을 지닌 지능을 의미한다. 

AGI 시대가 가시화될수록, 인간은 더 이상 인공지능과 능력 경쟁을 벌일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한 방향으로 수렴한다. 인공지능이 점점 더 많은 일을 수행하게 되는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3]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인간 고유 역량의 약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답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 답이 한 개인의 삶 속에서 어떤 감정과 의미를 갖는지는 경험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고유한 영역은 계산 능력이나 정보 처리 속도가 아니라, 감각하고 느끼며 경험을 통해 의미를 형성하는 능력, 바로 자연지능(Natural Intelligence)이다. [4] 

이 차이는 단순한 기능의 차이가 아니라 존재 방식의 차이다. 인간의 경험은 언제나 신체를 통해 이루어진다. [5] 호흡의 리듬, 근육의 긴장과 이완, 심박의 변화, 감정의 미세한 흔들림은 모두 사고와 판단, 선택의 배경이 된다. 

반면 인공지능은 언어와 행동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그것을 몸으로 살아내지는 않는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인간과 유사한 응답을 내놓더라도 그것은 경험의 결과가 아니라 확률 계산의 산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생성형 인공지능의 확산은 인간이 이 ‘경험의 영역’을 스스로 소홀히 하게 만드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고의 많은 부분을 인공지능에 위임하면서, 스스로 느끼고 머무르고 성찰하는 과정을 점점 생략하게 된 것이다. 

정보는 풍부해졌지만 삶의 실감은 옅어지고, 선택은 쉬워졌지만 선택의 무게는 가벼워지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해서라기보다 인간이 자신의 경험 역량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마음의 역량을 키우는 브레인트레이닝

AGI 시대를 준비하는 인간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은 분명하다. 그것은 새로운 기술을 더 빨리 배우는 능력이 아니라 감각과 정서, 사고를 통합적으로 인식하고 조율하는 능력, 즉 ‘마음의 역량’이다. AGI가 사고의 상당 부분을 대신 수행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는 스스로 경험하고 의미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 마음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실천 영역이 바로 브레인트레이닝이다. 브레인트레이닝은 뇌를 단순한 정보 처리 기관이 아니라, 의식과 경험을 담아내는 유기체로 바라본다. 이는 뇌 기능 향상이나 스트레스 관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신의 신체 감각을 인식하고, 감정의 흐름을 알아차리며, 주의를 조절하고, 경험을 통합해 의미로 전환하는 과정을 훈련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브레인트레이닝은 인간이 인간답게 경험하도록 돕는 훈련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브레인트레이너의 역할 역시 새롭게 정의된다. 브레인트레이너는 단순한 지도자나 프로그램 운영자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경험하도록 돕는 전문가다. 인공지능이 사고를 보조하는 시대에 브레인트레이너는 인간이 자신의 감각과 정서, 의식을 잃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개인의 웰빙 차원을 넘어 교육, 조직, 지역사회 전반에서 점점 더 중요한 전문성으로 요구될 것이다.


브레인트레이너는 인간 고유의 역량 개발을 돕는 전문가

AGI 시대는 인간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인공지능과 경쟁하려 할 것인가, 아니면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영역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킬 것인가. 그 해답은 분명하다. 인간은 계산에서 기계와 경쟁할 수 없지만, 경험과 의미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유일한 존재다. 그리고 그 인간 고유의 영역을 회복하고 확장하는 실천이 바로 브레인트레이닝이다.

인공지능이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신할수록 인간에게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고, 삶을 경험하며,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 과정을 돕는 전문가가 브레인트레이너다. AGI 시대, 브레인트레이너는 인간의 미래를 떠받치는 핵심 전문직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글_노형철
사단법인 브레인트레이너협회 상임이사, 사무국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대학 겸임교수.
유튜브 채널 ‘브레인트레이너 노형철’


참고문헌 
[1] McCarthy, J., Minsky, M. L., Rochester, N., & Shannon, C. E. (2006). A proposal for the dartmouth summer research project on artificial intelligence, august 31, 1955. AI magazine, 27(4), 12-12.
[2] Chui, M., Hazan, E., Roberts, R., Singla, A., & Smaje, K. (2023). The economic potential of generative AI.
[3] 맹성현 (2024). AGI 시대와 인간의 미래. 헤이북스
[4] Varela, F. J., Thompson, E., & Rosch, E. (2017). The embodied mind, revised edition: Cognitive science and human experience. MIT press.
[5] Damasio, A. (1999). The Feeling of What Happens. Harcourt Brace.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