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에 빠진 현대의 나르키소스

자기애에 빠진 현대의 나르키소스

브레인 에듀

브레인 12호
2010년 12월 22일 (수)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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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나게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그리스 신화 속 청년 나르키소스Narcissus. 숲 속의 요정은 그의 아름다움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나르키소스가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자 상심한 요정은 깊은 슬픔에 빠져 죽고 만다.
그러자 여신 헤라는 요정을 죽게 한 나르키소스에게 벌을 내리는데….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한 나르키소스는 자신과 사랑에 빠진다. 호수 속 자신의 모습을 꼼짝 않고 바라보던 나르키소스는 결국 죽음에 이른다.

지나친 자기애, 상대방은 뿔난다

요즘 방송 드라마나 영화, 심지어 신문에서조차 신화보다 더 한 나르키소스를 볼 수 있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고은아(장미희 역) 여사가 그 대표적 인물이다. 무남독녀 외동딸인 고 여사는 아무도 못 말리는 고집에, 다른 사람의 의견은 조금도 용납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다.

자신의 인생이 완벽하다고 믿는 그녀는 교양과 품위로 포장하고 있지만 다분히 속물적이다. 미모 유지에 목숨을 걸고, 자식에 집착하지만 타인에게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이런 사람은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과장된 인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내 주변의 누군가가 겹쳐 보인다면 그 누군가도 자기애적 성향이 꽤 강한 사람일 것이다.

성취와 성공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정되는 현대사회에서 자기애적 성향이 증가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기원이 그리스 신화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걸 보면, 나보다 널 사랑하는 일은 유행가 가사만큼 쉽지만은 않은 일인가 보다.

나를 사랑하고도 늘 외로운 자기애

좋든 싫든 남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그런 삶의 인간관계 속에는 의지와 힘이 되는 상대도 있지만 괴로움과 고통을 주는 이도 있다.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 즉 부적응적 자기애를 가진 사람이 바로 다른 이에게 고통을 주는 인간 유형의 하나다. 물론 자기애는 척박한 세상을 꿋꿋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을 지키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애가 지나치면 문제다.

자기애가 과도하면 자기애적 성격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성취나 재능을 과장하고 끝없는 성공에 대해 공상하며, 권력, 탁월함, 아름다움, 이상적 사랑 등에 대한 몽상에 자주 사로잡힌다. 또한 자신이 특별하고 독특한 존재라는 굳은 믿음으로 특별한 사람만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들하고만 어울리려고 한다.

이유 없이 특별한 대우나 과도한 찬사를 바라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복종과 같은 불합리한 관계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타인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대상일 뿐, 상대의 감정이나 요구를 확인하거나 인정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을 심하게 질투하는 동시에 타인이 자신을 질투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은 거만하고 방자한 모습도 서슴없이 내보인다.

나르키소스의 연못에서 나오는 방법

미국의 상담치료 전문의인 레스 카터Les Carter에 따르면, 현대의 나르키소스들은 배우자, 가족, 직장 동료 등 주변의 모든 사람을 힘들게 한다고 한다. 

글·윤선아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뇌교육학과 교수
인지과학연구소장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먼저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불완전하다고 해서 결코 무가치한 인간인 것은 아니다. 현재 자신의 모습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기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등을 습득해야 한다.

또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과의 유대감과 협동이다. 타인의 감정에 관심을 가지고 인정하며 다른 사람의 비판을 수용하고 인내한다면, 자신만의 고립과 공허에서 벗어나 더불어 사는 삶이 가능해질 것이다.

신화 속 나르키소스는 자신이라는 연못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 하지만 현대의 나르키소스들은 부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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