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텐퍼드 대학의 월터 미셸 박사는 네 살짜리 꼬마들에게 마시멜로를 나눠주며, 15분 동안 먹지 않고 참을 수 있다면 하나를 더 주겠다고 했다.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 3분의 1은 마시멜로를 바로 먹어 버렸지만, 3분의 2는 잘 견디고 마시멜로 하나를 상으로 받았다.
14년 뒤, 실험에 참가했던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나 확인했다. 15분을 참아낸 아이들은 학업 성적과 스트레스 조절 능력이 뛰어나며, 사회성도 좋았다. 하지만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바로 먹은 아이들은 쉽게 짜증을 내고 사소한 일로 싸움에 말려드는 등 충동조절을 못 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 자아의 관제탑, 전두엽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뇌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면 전두엽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인간의 뇌에서 가장 마지막에 발달하는 전두엽은 감정과 정보, 욕구 등을 통합하고 조절하는 ‘관제탑’ 역할을 한다. 매 순간 들어오는 정보와 과거에 저장한 정보를 총괄하여 편집하고 재해석해 무엇을 어떻게 결정할지 정하는 곳이기도 하다.
전두엽 기능이 손상된 사람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실수할 뿐 아니라 우유부단해지고 충동 등을 억제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미래에 어떤 일을 할지 예측하거나 계획하는 일도 힘들어진다. 말수가 줄어들고 의욕이 없으며 꿈이 없어 보이는 멍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다행인 점은 뇌도 훈련하면 더 발전하고 좋아진다는 것. 전두엽을 훈련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 발표 시간, 내 생각을 정리해서 꼭 발표해보자
뇌에서 언어 중추는 표현하는 센터와 이해하는 센터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감각을 받아들이는 곳은 후두엽, 감각을 종합해서 표현하는 곳은 전두엽이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알아듣고 이해하는 곳은 후두엽 쪽, 표현하는 센터는 전두엽 쪽에 있다. 그래서 들을 때보다 말할 때 전두엽이 더 활성화된다.
하지만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전두엽 자극 효과를 보기 어렵다. 평상시 자주 쓰는 표현을 후두엽에서 그래도 가져와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두엽 자극에는 연설이나 발표가 효과적이다. 특히 연설문 등을 보지 않고 발표하면 효과는 더욱 커진다. 학생이라면 발표할 기회가 되면 자기 의견을 정리하거나 어떤 사실을 요약해 발표하는 일을 자주 해본다. 만약 발표할 기회가 없는 일반인이라면 신문기사나 책을 읽은 다음 자기 생각을 남에게 얘기하는 것도 전두엽 활성화에 좋다.
2. 친구와 함께 단어 찾기 관련 게임을 해본다.
왜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남들 앞에서 발표할 때 전두엽이 자극되는 걸까? 발표하는 동안 뇌에서는 끊임없이 단어를 탐색하기 때문이다. 후두엽에 저장된 단어 중 상황에 맞는 단어를 검색하고 끄집어내어 말하는 것이 전두엽의 일이다.
전두엽 자극에 좋은 간단한 방법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1분 안에 알고 있는 식물 이름을 최대한 말하기 등 정해진 시간 동안 조건이 제한된 단어를 가능한 한 많이 생각하는 방법이 있다. 두 번째, ‘가’나 ‘오’ 등 특정 글자로 시작하는 단어 찾기나 끝말잇기 등을 해보자. 생각보다 단어를 빠르게 이어나가기 쉽지 않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1분 안에 말할 수 있는 단어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낱말 말하기를 하는 동안 fMRI 촬영을 해 살펴본 결과, 전두엽에 혈류가 몰려 활성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십자말풀이도 있다. 첫 번째, 두 번째의 경우 두 사람 이상이 누가 더 많은 단어를 찾을 수 있나 게임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TV를 끄고 책을 읽어라
최근 기능적 MRI(fMRI) 영상기술이 발달하면서 운동하거나 외부 자극을 받았을 때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알게 되었다. 반짝이는 불빛을 보면 시각중추 혈류가 증가하고, 오른손을 까닥이면 왼손가락 운동중추에 피가 몰린다. 그렇다면 반짝이는 불빛을 상상하면 뇌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까? 바로 시각 중추가 활성화된다. 이때, 뇌의 기억 센터에 저장된 것을 눈과 시각중추를 통해 재생하는데, 검색해서 재생시키는 일을 전두엽에서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 사람들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등장인물의 모습이나 성격, 장면 등을 상상하게 된다. 이것은 뇌에 저장된 장면조각과 인물정보를 전두엽에서 끌어 와서 마치 영화나 TV를 보듯 시각중추를 통해 재생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책 정보를 조합하며 장면과 인물을 상상한다. 이는 전두엽이 후두엽에 저장된 장면조각들과 인물정보를 모아서 마치 영화를 만들 듯 시각중추를 통해 재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두엽뿐만 아니라 후두엽까지 자극하게 된다.
4. 레고를 쌓고 연필을 그리며 재미있게 ‘놀기’
아이들이 레고를 조립하면 부모들은 ‘논다’고 생각하지만, 이 와중에도 전두엽은 자극받고 있다. 레고 조각을 이어서 로봇이나 배를 만들어 보는 것은 오른쪽 뇌, 그중에서도 전두엽 활성화에 좋다. 빈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거나 빈 공간 설계, 공간에 가구배치 등은 전두엽 활성에 매우 좋다. 편지나 일기 쓰기 등 간단한 글이라도 쓰게 되면 전두엽이 활발해진다. 읽기는 주로 후두엽을 활성화하지만, 문장을 구성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전두엽에서 맡아서 한다. 특히 논리적인 글을 쓰면 전두엽 활성화에 더욱 도움된다.
또 다른 전두엽 훈련 방법으로는 4개의 짧은 선을 서로 연결해 다양한 모양을 만드는 놀이가 있다. 4분 제한 시간 안에 서로 다른 모양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본다. 정상인은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전두엽이 손상된 환자들은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계속 같은 것만 만들거나 몇 개 만들고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한다.
그 외에도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해보는 것도 전두엽에 좋은 자극이 된다.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해보자. 화투를 치거나 패스, 장기 등을 두며 몇 수 앞을 내다보거나, 여행을 계획하며 경로와 경비 등을 짜는 등 일상에서도 다양하게 예측할 수 있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
도움. 《앞쪽형 인간》, 나덕렬 지음, 허원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