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이슬람 여행하기? 어렵지 않아요~

서울에서 이슬람 여행하기? 어렵지 않아요~

[김양강양의 서울에서 여름나기] (2) 이태원

이슬람 여행의 시작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내리면서부터였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순간 내 코끝을 '찌릿'하고 자극하는, 왠지 어디선가 맡아본 듯한 향기(?)가 나를 맞이했다.

그렇다. 감각은 기억보다 더 정확했다. 졸업을 앞두고 인도로 떠난 배낭여행에서 무슬림(이슬람교도)들이 모여 사는 동네를 들어서면서 나를 맞이했던 그 향기(?)를 이태원에서 만난 것이다. 그렇게 서울 속 작은 이슬람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서 그 방향(한강진역 방향) 그대로 쭉 직진한다. 줄지어 선 터키식 타코 집을 지나, 몇 개의 은행과 몇 개의 익숙한 커피숍을 지나면 나오는 첫 번째 건널목에서 우회전을 한다. 혹시라도 길치인 김양과 개념 없는 강양이 알려주는 길이 의심스럽다면 건널목에서 고개를 들어 '서울보광초등학교(↼150m)' 푯말을 따라간다.

슬슬 긴장타시라. 본격적으로 '이슬람 구역'에 들어섰다. 일단 나를 환영하던 그 향기(?)에는 후각이 이미 익숙해져 버렸다. 이제는 시각이다. 우회전 한 번 했을 뿐인데 길도 건물도 익숙한 모습 그대로인데 사람들이 달라졌다. 머리에 터번을 두른 사람,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셔츠를 입은 사람, 곱슬기 한가득 수염을 기른 사람 등등 익숙한 배경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인물들이 등장했다.

 


▲ 어딜 가든 슈퍼를 가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이태원 이슬람사원 주변에는 주로 이슬람교도들을 위한 다양한 식료품과 생필품들을 판매하는 상점이 많다.


'서울보광초등학교'로 가는 길을 따라 완만한 언덕을 오르다 보면 길 좌우로 외국인들을 위한 가게가 즐비하다. 그런데 길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아 멈췄다. 고개를 들어보니 'NATIONAL FOOD MART'. 그렇다. 슈퍼다. 우리나라 복덕방이 동네 사랑방이라면, 이태원에 사는 이슬람 사람들은 슈퍼에 모이나 보다.

북적북적한 사람들을 파헤치고 슈퍼에 들어섰더니 정말 나는 외국인이었다. 이슬람 국가 어느 동네에 있는 한인 슈퍼마켓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카운터에는 한국인 아주머니와 이슬람 아저씨가 장사를 하고 계셨다. 김양과 강양을 제외한 손님은 모두 외국인. 내가 외국인인지 저 사람들인지 외국인인지 헷갈린다.

양고기 향신료 물담배를 비롯해 도무지 읽을 수 없는 이름의 음식들이 한가득이다. 슈퍼에서 김양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새우 사진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해물라면'으로 추정되는 것과 다양한 채소와 면이 그려진 '채소볶음면'으로 추정되는 음식, 갖은 향신료가 들어간 후추를 샀다. (의외로 보수적이며 소심한 강양은 먹는 것에 대한 모험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몇 개의 슈퍼와 몇 개의 빵집, 그리고 몇 개의 주점, 미용실, 부동산 등을 지나 올라가면 왼쪽으로 새로운 언덕길 하나가 등장한다. 직진하지 말고 여기서 좌회전해서 길을 오른다. 어찌 이리도 가는 날마다 장날인지 지난 7월 20일 이태원은 정말 덥고 습하더이다. 

 


▲ '진리로의 안내'를 모토로하는 이슬람 서점. 슈퍼마켓과 서점까지 다녀오고 느낀 것은 가게에 오는 모든 손님은 남자들밖에 없었다는 사실!


'또' 올라가면 좀 더 이슬람스러운(?)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슬람 도서관, 이슬람 서점, 이슬람 여행사, 이슬람 식당, 이슬람 빵집, 이슬람 환전소, 이슬람 옷가게까지. '진리로의 안내'라는 문구가 쓰인 이슬람 서점으로 들어갔다. 넓지 않은 서점인데 없는 건 없어 보인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책도 펴보고(물론 한국어로 된 이슬람 서적도 있다) 이슬람 전통 의상도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이슬람 입문서와 같은 책 몇 가지를 받아들고 다시 길을 나섰다.

 


▲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은 없습니다. 무함마드는 그 분의 사도입니다.' 사원 입구 정문에 새겨진 문구. 그 안쪽 벽에도 똑같은 내용의 아랍어 문구를 새겨놓았다.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해 휘황찬란한 액세서리 가게와 맛 좋아 보이는 빵집을 뿌리치고 드디어 도착했다. 바로 용산구 한남동에 자리한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이슬람사원이다. 언뜻 보기에는 회백색 건물 같지만 입구에서부터 포스가 남다르다. 사원은 1970년 한국 정부가 부지를 지원하고 세계 이슬람 국가들이 보낸 지원금으로 1976년에 지었다. 최근 이슬람 국가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의 수가 급증하면서 매주 금요일에 이뤄지는 합동예배에 참석하는 이슬람교도의 수 역시 크게 늘었다고 한다.

짧은 반바지와 치마를 입고는 입장을 할 수 없다. 그런데 김양과 강양은 작정하고(?) 종아리를 드러낸 반바지와 치마를 입고 갔다. 이런 되바라진 녀석들이라고 생각하진 마시라. 김양, 강양 같은 이들을 위해 사원에서는 주차 관리실 옆에 긴 치마와 탈의실을 마련해두었다. (김양과 강양은 그 치마가 입어보고 싶어서 그랬던 것이니 너무 나무라지는 마시라)

발목까지 가려주는 치마도 입었겠다,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은 사원을 올라가 보자. 서울 시내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일단 놀랍다. 사원 한가운데 쓰인 초록색 글은 '알라 하나님은 가장 위대하시다'는 는 뜻을 가진 문구로 '알라후 아크바르'라고 읽는다고 한다.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며 두리번거리는 두 사람을 본 것은 예배실 입구를 청소하는 한 청년이었다.
(▲ 기사 바로 가기 클릭 - "김양과 강양은 안 예뻐서 못 들어가요")

 


▲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 중앙사원. 이슬람교의 상징인 지붕의 둥근 돔과 정면 양 옆에 우뚝 세운 첨탑이 위풍당당하다. 출입구 위에 새겨진 '알라후 아크바르(알라 하나님은 가장 위대하시다)'를 통해 유일신을 모시는 이슬람 교리를 전한다.


2층 예배실은 남성신도들을 위한 곳이다. 사실 여성신도를 위한 예배실은 따로 있다. 2층으로 통하는 중앙계단이 아니라 계단 아래쪽 1층 출입문으로 들어가서 3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예배실은 모두 무슬림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이슬람교도가 아닌 이들은 출입할 수 없다고 한다.

놀라웠던 것이 하나 있다. 의외로 한국인 이슬람교 신자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이슬람중앙회 측이 지난 2001년 밝힌 국내 이슬람교도 수는 3만여 명이었다. 1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국내 무슬림 수는 13~14만 명, 그 중 한국인 무슬림 수만도 4만 5,000여 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숫자는 감이 잘 안 오기 마련인데, 실제로 사원을 가보면 알 수 있다. 머리 정수리 부분만 감싸는 모자를 쓴 한국 남자분들과 히잡을 두른 한국 여자분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무슬림'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나에게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슬람교에 대해 더 궁금한 것이 있다면 이슬람사원 1층에서 문의하면 된다. 이슬람중앙회를 직접 방문하거나 연락처를 알려주면 무쓰타파 말라이카의 책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번역본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전국에는 9개의 이슬람사원과 60여 개의 임시 예배소가 있다.

이슬람사원에서 나와 이제 남은 곳은 바로 이름난 이슬람 빵집, '쌀람베이커리'이다. 부동산 사장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래 사원 바로 옆에 있었는데 아까 들어가 보았던 슈퍼마켓 쪽 큰길로 이사했다고 한다.

사원에서 나와 느긋한 마음으로 들어선 빵집은 어딜 가나 있는 '빠리OOO'보다는 시골 동네 빵집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쇼윈도에 나와 있는 다양한 빵(빵보다는 쿠키에 가깝다)을 고르면 무게를 달아보고 100g에 4,500~5,000원에 판매한다. 입맛이 보수적인 내가 보기에 빵의 맛은 '조금 느끼할 수도 있겠다' 정도로 알아서 판단하시는 걸로.

울에서 한나절에 이슬람 여행하기가 마무리되었다. 여전히 나는 이슬람에 대해, 그리고 이슬람교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사원에서 히잡을 두른 한국인 여성 무슬림과 마주쳤을 때 놀랐다. 내가 가진 왜곡된 시선 때문이리라. 사람들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분야에 대한 뇌 속 시냅스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덤불도 여러 사람이 지나고 나면 길이 나듯이 모르는 것이라도 계속 관심을 가지면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통하게 된다.

 

글·사진. 강천금 sierra_leo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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