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성곽에서 내 마음을 치유하는 삼계탕 한 그릇 뚝딱

북한산 성곽에서 내 마음을 치유하는 삼계탕 한 그릇 뚝딱

[김양강양의 서울에서 여름나기 - 1] 시원한 바람 한 조각에도 행복이

이 글은 서울생활 9년 차지만 길치라서 서울을 엉뚱하게 아는 마산 출신 김양과 서울생활 생활 2년 차라 서울을 잘 모르는 강양이 만나 서울을 헤매는 ‘김양 강양의 서울에서 여름나기’ 중의 하나다.

 

여름에는 역시 삼계탕이지!

 

 

서울을 엉뚱하게 알고 있는 김양과 서울을 잘 모르는 강양은 ‘서울에서 여름나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성북동’으로 당첨되었다. 오래된 수도인 한양의 외곽, 북한산성이 남아 있는 성북동은 오래된 만큼이나 맛있는 음식점도 꼭꼭 품어두고 있다. 그 많은 음식점 중 ‘여름에는 역시 삼계탕이지’라며 찾아간 곳은 성곽 근처의 ‘성너머집’

 

 

성너머집을 가기 전, 한성대입구역에서 수연산방과 심우장을 거쳐 산 쪽을 향해 쭉 올라가며 성북동 일부 구간을 헤집고 다녔다. 성북동이라는 단어는 참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고등학생이었던 시절 배웠던 ‘성북동 비둘기’라는 시 덕분이다. 성북구를 꾸민 사람도 마찬가지였는지, 비둘기떼를 성북구에 데려다 놓았다.

 

 

잠깐 공원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일정 점검을 한 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동네 할아버지를 붙잡고 성곽은 어디쯤 있는지 여쭈어도 보고, 바람이 불면 잠깐 멈춰 땀을 식히기도 했다. 그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몸보신!

 

 

이날 찾아간 ‘성너머집’은 성북동 일대에서 이미 소문난 집이었다. 두 다리로 지하철역에서 성너머집까지 비탈길을 끙낑대며 올라간 상태에서 그 곳을 찾아갔다. '아, 언제쯤 나오려나' 싶을 때 나온 삼게탕은 다른 곳보다 약간은 큰 닭이 뚝배기 안에서 파글파글 끓으며 나왔다. 뜨끈한 삼계탕 국물을 한 숟가락 가득 퍼서 후룩, 마셔 보았다. 맙소사. 온몸이 삼계탕을 흡수하는 느낌이다.

 

▲ 성너머집 앞에는 장작더미가 쌓여 있다. 요즘 세상에도 장작으로 가마솥을 떼워 삼계탕을 끓인다고 한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나라에서는 기력이 떨어지는 여름에 삼계탕을 먹어, 원기를 보호하고 있다. 특히 초복, 중복, 말복 삼복에는 몸보신 삼계탕을 먹어 주지 않으면 서운할 정도다. 삼계탕은 피로회복에 좋고 호흡기 강화에도 좋다. 열량이 영양가만큼이나 높다는 점이 사소한 단점이긴 하다.

 

기분 좋은 바람 맞으며 걸으면 에헤라디야, 스트레스 풀린다!

 


▲ 성곽 전망대에 가면 이런 안내 지도가 있다.

 

삼계탕 한 그릇에 김치 한 그릇, 부침개 하나까지 기분 좋게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본격적인 성곽 탐험에 나섰다. 이 날은 중간에 비도 왔을 정도로 날씨가 꽤 흐린 편이라 다른 날보다는 서늘한 편이었다.

 

 

 

처음 북한산성곽을 생각했을 때, 성벽만 있는 황량한 모습일 것이라고 막연히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 그런데 웬일? 산이라 녹음도 푸른데 꽃도 잘 꾸며져 있고, 심지어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었다. 골짜기의 차가운 기운을 품은 바람도 시시때때로 불어왔다. 그래서인지 성곽에 나와 휴식을 취하는 어르신도 많았다.

 

 

잘 다듬어 놓은 산책로를 따라 일단 걸음을 내디뎠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시내에선 만나볼 수 없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계속 걸었다. 정말이지, 시원한 바람 하나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 일하느라 똥배와 허벅지살만 늘고, 체력도 저하된 상태에서 아무리 잘 정비되었다고 해도 비탈길을 걷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힘든 일에만 계속 집중하게 되니 한 걸음 두 걸음 걸을 때마다 오히려 다른 잡생각이 없어져 마음이 천천히 비워지는 게 느껴졌다.

 

 

마음이 비워지니 새로운 것이 보였다. 푸른 나무의 빛이 보이고, 성곽 너머 전망 좋은 풍경도 보였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차곡차곡 잘 쌓아 두었던 스트레스도 줄어들었다는 점. 이 날 성북동에서 김양과 강양은 시원한 바람 한 점처럼 사소한 것에도 기뻐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계속)

 

글, 사진.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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