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천재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프랑스 천재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뇌2002년12월호
2013년 01월 09일 (수)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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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이세욱 옮김, 열린 책들)라는 소설로 우리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함께 뇌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풍부하게 보여주며 ‘뇌 과학을 소설로 읽는 재미’를 주었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난 여름, 방한해 국내에서의 인기를 실감케 하기도 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현재 프랑스에서 인류의 밝은 미래를 모색해보자는 단체를 만들고 나서 화제다.

‘가능성의 나무’(11월 14일 발족) 라는 이 단체는 인류가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막아보자는 베르베르의 생각에 동의한 과학자와 작가가 주축이 되어 만든 모임. 회원들이 미래에 전개될 일에 대한 가정이나 전망을 내놓으면 그에 대해 토론을 하고 발전적인 대안과 전망을 모색해보는 것이다. 회원들이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모임과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다국적 회원들의 참여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대안으로 ‘가능성의 나무’를 키우다


한편 같은 제목의 그의 단편집 <가능성의 나무>(L’Arbre des Possibles, 내년 초 국내 출간 예정)도 프랑스 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의 책 중 최고였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가능성의 나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프랑스 서점 가에서 4주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책은 현재가 프랑스의 문학상 선정 시즌임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일로, 이처럼 과학 단편집이 문학상 수상작들을 제치고 큰 인기를 누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소설을 통해 과학적인 상상력을 보여주었다면 이제는 좀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미래에 대한 창조력을 보여주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의 창의력은 어디에서 오며 과학과 미래에 관한 그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그 범위를 넓힐 것인가.


프랑스에 있는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이야기는 국내에서 1백만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소설 <뇌>로부터 시작되었다. 추리 소설의 재미가 범인이 누구인가에 촉각이 모이는 긴장감에 있다고 보면 <뇌>는 그런 재미는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뇌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함께 인간에 대한 애정, 사람의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 등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뇌 속에 신이 있다’ 라거나 ‘우리가 겪은 문제들의 해결책이 뇌 속에 감춰져 있다’ 는 등의 표현을 잘 들여다보면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을 엿보게 한다.


 


뇌 속의 신은 우리를 이끈다


“과학부 기자 시절, 뇌에 관한 장문의 특집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사실 그 전부터 나의 뇌가 어떻게 기능해서 생각이 만들어지는가에 관해 늘 궁금하게 생각하고 연구해 오기도 했습니다. 정신병원을 방문한 경험도 뇌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 때 오늘날의 정신의학이 아직 정신병이나 신경질환을 제대로 치료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라고 <뇌>를 쓰게 된 동기를 설명한 베르베르는 “우리 머리 속에 신이 있다는 말은 소설 <뇌>에 나오는 인물 장 루이 마르탱의 견해입니다.

여기서 신이란 우리에게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될 일을 끊임없이 지시해 주는 우리 안의 작은 목소리라는 뜻으로 그렇게 쓴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들은 체 만 체 하기도 합니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간의 의식과 정체성 그리고 인간의 뇌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 우주는 하나의 그림이고 생각이 지어낸 이미지”란 표현을 하셨는데 이것도 뇌 속에 신이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이것은 우리가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을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 인간의 새로운 동기(이끌려 행동하게 하는 힘)는 의식의 확대라고 했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의식의 확대란 어떤 상태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미래에 훌륭한 사람은 한마디로 포유류의 뇌를 초월하여 정신의 자유로움에 도달한 사람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아직 그런 경험을 해 보지 않아서 의식의 확대가 어떤 상태인지를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태에 도달하면 세상 만물을 전혀 다르게 지각하게 되리라고 예측할 수는 있습니다.”



> 의식의 확대를 의도적으로(?) 이루어낼 프로그램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소설 속의 전기 자극 같은 것 말고.

“그런 프로그램이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숨쉬는 법과 지금 여기에서 사는 법,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더욱 잘 느끼는 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 직접 두개골 천공 수술을 보았는데 어떠셨어요.

“트라우마(기자주-상처)가 될 만큼 대단히 충격적이었습니다.”

> 뇌를 의식하고 사시나요?
“나의 정신이 아주 명철해지는 순간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주로 글을 쓸 때 그런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그것들은 이내 사라지고마는 덧없는 순간들입니다만 우리 독자들도 그런 순간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미래에 집중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집중하는 시간은 주로 글을 쓸 때이다. 집중의 대상은? 세상에 있는 모든 사물 아니 세상이다. 개미에서부터 뇌까지 또 나무에서부터 우주까지… 그는 자기 상상력의 촉수를 열고 대상을 마음껏 감각하고 느낀다. 이런 감각은 뇌를 자극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문득 “지금 이런 생각이 떠올랐는데…” 하면서 이어지는 그의 생각은 함께 있는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의 번역자인 이세욱 씨는 “그는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생각으로 주변사람들을 유쾌하게 한다. 뇌가 유연하고 새로운 생각에 마음을 열고 있는 사람이다” 라며 창의력으로 천재를 판단한다면 그는 천재인 것 같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창조적인 생각이란 것도 상생 코드를 갖고 있어야 사람들의 마음에 전해지는 게 아닌가.



> 마지막에 당신이 그린 뤼크레스와 이지도르의 베드신은 제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인상깊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베드신은 처음 보았습니다) 차크라 2와 4와 6이 혼연일체가 되는 그런 사랑이 최후비밀을 넘어서는 것이란 얘기입니까.


“아닌 게 아니라 그런 사랑은 자기의 의식을 확대하는 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다른 길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다른 길들이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신비주의자도 아니고 어떤 것을 광적으로 믿는 사람도 아니라서, 확신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나에게는 단지 직감이 있을 뿐입니다.”

>
저는 개개인의 의식의 확대가 모여 사회 전체의 진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세계를 위로 끌어올리는데, 어떤 사람들은 세계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테러리즘, 유혈을 야기하는 독재 체제, 몇몇 나라들이 퍼뜨리는 거짓말들 따위가 온 인류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이런 위기의식이 가능성의 나무라는 모임을 만들게 한 힘이 되었을 것이다. 새로 출간한 단편집의 제목이기도 한 가능성의 나무는 식물이나 동물의 계통수를 보여주는 트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계통수가 그렇게 뻗어가듯이 미래라는 것도 현재를 바탕으로 뻗어가는 계통수 트리와 같다는 생각에서 모임 이름을 그렇게 정했다고 한다. 현재를 충실하게 살지 않고서는 미래로 뻗는 계통수는 어긋나거나 잘리기 마련이다.



> 한국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의 창의력은 소심함에서 나왔다고 했는데 소심한 상태는 뇌가 경직된 상태 아닌가요. 당신의 작가적 창의성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훈련이 있었다면 어떤 경험이었나요.

“나는 매우 겁이 많고 불안감에 잘 사로잡히는 사람입니다. 내가 느끼기에 세계는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테러 행위를 부추기는 정부들, 자유를 억압하고 인류의 의식 수준을 낮추려는 자들 때문입니다. 그들은 대단히 강력하며, 무슨 짓을 하든 잃을 것이 없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민주주의 세력은 너무나 분열되어 있어서 그들에 맞서 제대로 저항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 대해서,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불안을 느낄 때 나는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위험을 의식하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해 희망을 갖게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 최근 들어 좌뇌와 우뇌의 기능 차이가 밝혀지고 있습니다. 좌뇌가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영역을 담당하고 우뇌가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정보를 담당한다고 합니다. 당신은 어느 쪽 뇌가 발달했다고 생각하세요.


“나는 좌뇌와 우뇌가 모두 잘 기능하기를, 특히 좌뇌와 우뇌가 서로 잘 소통하기를 바랍니다. 한쪽 뇌가 다른 쪽 뇌보다 더 잘 기능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를테면, 나는 양쪽 뇌에 똑같이 귀를 기울이면서, 서로 잘 소통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머리를 식힌다고 하죠. 릴렉스 할때 어떤 방법을 쓰십니까.

“심호흡을 하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결국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창조성은 세상에 대한 애정에서 나오는 것 같다. 베르베르의 미래에 대한 꿈 이야기를 펼쳐놓은 것이 단편집 <가능성의 나무>이다. 모두 20여편의 미래에 대한 상상력인데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세계를 창조하고 신이 되는 게임을 아이들에게 가르쳤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혹은 “321명이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축구가 개발된다면” 하는 등등의 것으로 때론 어둡고 때론 밝게 그려내는 미래에 대한 상상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을 듣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인류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케 한다는 게 그가 가진 창조성의 힘이다. 다른 과학소설가들과 달리 ‘윤리’나 ‘사랑’ 같은 덕목을 끝까지 틀어쥐고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데서 나온 바로 그 힘.


글. 지은주 기자 asaac@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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