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지러지게 우는 아이에게 한숨과 함께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부모. 진료실에서 거의 매일 보는 장면이다.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하며 명상을 가르쳐 온 사람으로서, 나는 이 장면 앞에서 늘 같은 질문을 떠올린다. 지금 우리 아이들의 뇌, 괜찮을까? 오늘은 위기에 놓인 아이의 뇌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인 ‘명상’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무엇이 아이의 뇌를 갉아먹는가 : 브레인 롯
인간의 뇌는 자극에 따라 회로를 바꾸는 신경가소성을 평생 지니지만, 그 변화가 가장 극적인 때는 생애 초기다. 아이의 뇌는 만 6세 무렵 성인의 약 90퍼센트 크기로 자라고, 청소년기까지 자주 쓰는 연결은 강화하고 쓰지 않는 연결은 솎아내는 ‘시냅스 가지치기’를 거친다.
이 시기에 스마트폰의 짧고 강한 자극에만 회로를 몰아 쓰면, 정작 깊이 생각하고 감정을 다루는 데 필요한 연결은 덜 쓰인다는 이유로 잘려 나갈 수 있다.
2024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브레인 롯brain rot’, 곧 ‘뇌가 썩는’ 현상을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 청소년(만 10~19세)의 42.6퍼센트, 유아동(만 3~9세)의 25.9퍼센트가 과의존 위험군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만 2~4세의 하루 영상 시청을 1시간 이하로 권고하지만, 이 기준은 무너진 지 오래다.
핵심에는 도파민이 있다. 자극적인 소리와 빠른 화면 전환은 보상 회로를 끊임없이 두드려 도파민을 쏟아내게 하고, 자극이 반복될수록 뇌는 스스로를 지키려 수용체를 줄인다. 인터넷 과의존군의 뇌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본 초기 연구에서 선조체의 도파민 D2 수용체가 줄어 있었고(Kim 외, 2011), 전두엽·측두엽의 포도당 대사도 떨어져 있었다(Park 외, 2010). 웬만한 자극으로는 기쁨을 느끼지 못해 더 센 것을 좇는 뇌로 바뀌는 것이다. 충동을 멈추는 전두엽은 20대 중반까지 가장 늦게 완성되는 만큼, 성장기의 과도한 자극은 ‘스스로 멈추는 힘’을 기를 기회마저 앗아간다.
비워내면 돌아온다 : 디지털 디톡스
다행히 뇌의 자생력은 강하다. 2025년 국제 학술지 《PNAS Nexus》의 무작위 대조 실험에서, 2주간 스마트폰의 모바일 인터넷만 차단하자 참가자의 91퍼센트가 집중력·정신 건강·삶의 만족도 중 하나 이상에서 좋아졌다(Castelo 외, 2025).
우울 개선 폭은 항우울제보다 컸는데, 인터넷을 멀리한 시간만큼 대면 만남과 신체 활동, 바깥 풍경을 보는 시간이 늘어난 덕이다. 스마트폰을 두고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는 대신, 아이의 뇌를 지키는 방법을 적극 실천하기를 권한다.
• 가족의 휴대폰을 보관하는 바구니를 둔다. 집에 오면 온 가족이 바구니에 휴대폰을 넣고 일정 시간 동안 보지 않는다. 특히 저녁 식사 시간에는 휴대 금지.
• 휴대폰 사용 규칙은 구체적으로 정한다. “조금만 보고 끄자”보다 멈출 지점을 미리 약속한다.
• 부모가 먼저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아이는 부모의 입이 아니라 손과 눈을 보고 배운다.
• 아이에게 ‘지루할 권리’를 준다. 빈 시간의 심심함이야말로 상상과 자기조절의 감각이 자라는 토양이다.
•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을 지킨다. 디지털 기기의 화면 불빛은 숙면을 방해하고, 이는 다음 날의 집중력과 감정 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명상은 왜 필요한가 : 미주신경과 뇌장축의 과학
비워낸 자리를 채울 가장 단단한 주춧돌이 명상이다. 뇌교육자 이승헌은 《브레인폰을 켜라》에서 외부 자극에 끌려다니던 주의를 안으로 돌려 뇌의 주도권을 되찾는 일을 ‘브레인폰을 켜는 것’이라 했다.
명상이 단지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말은 절반의 설명일 뿐이다. 명상이 아이의 몸에서 실제로 무엇을 켜는지 들여다보면, 왜 이 짧은 호흡 훈련이 필요한지가 분명해진다.
눈을 감고 숨에 집중하면 몸을 이완시키는 부교감 신경계가 켜진다. 그 주된 통로가 열 번째 뇌신경인 미주신경(vagus nerve)으로, 뇌와 내장을 잇는 뇌장축(gut-brain axis)의 핵심 고속도로다. 미주신경 섬유의 약 80퍼센트는 몸에서 뇌로 정보를 올려보내 심장과 장의 상태를 뇌의 감정·자율 조절 중추로 끊임없이 전한다(Bonaz 외, 2018).
미주신경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는 심박변이도(HRV)로 가늠할 수 있는데, 이를 ‘미주신경 긴장도’라 한다. 긴장도가 높을수록 자율신경이 유연해서 스트레스 뒤에도 빠르게 안정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 아동 연구가 일관되게 보여주듯, 미주신경 긴장도가 잘 발달한 아이일수록 주의력과 정서 조절, 자기통제가 뛰어나다.
아동 약 5천 명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도 미주신경 조절이 좋은 아이들이 충동·불안·학습 문제를 덜 겪었다(Graziano & Derefinko, 2013). 미주신경 긴장도는 곧 아이가 자신을 다스리는 힘의 ‘생리적 토대’인 셈이다.
여기서 명상의 진짜 의미가 드러난다. 미주신경을 가장 손쉽게 자극하는 방법이 ‘느린 호흡’이기 때문이다. 200편이 넘는 연구를 모은 메타분석은 천천히 호흡하는 것만으로 미주신경이 활성화되며, 특히 들숨보다 날숨을 길게 할 때 효과가 컸음을 확인했다(Laborde 외, 2022).
마음챙김 명상이 산만한 아이들의 충동성과 과잉행동을 줄이고 자기조절을 높였다는 분석(Lee 외, 2022; Zhang 외, 2023), 한국의 뇌교육 심신수련(뇌파진동 등) 장기 수련자에게서 자기조절·주의 관련 영역의 피질 두께와 뇌 연결성 차이가 관찰됐다는 연구(Jang 외, 2011; Kang 외, 2013)도 이를 뒷받침한다.
아이의 호흡 명상은 단순한 진정이 아니라, 뇌장축을 따라 자기조절 회로를 단련하는 훈련이다. 다만 모든 아이에게 똑같은 효과가 보장되지는 않으므로, 좋은 생활 습관을 형성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아이와 함께하는 ‘1분 풍선 호흡’
아이가 잠들기 전, 침대맡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할 수 있는 명상을 소개한다.
① 아이 곁에 눕거나 앉아서 각자 한 손을 자신의 배 위에 올린다.
②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면서 뱃속 풍선을 크게 불어 보자”고 한다. 배가 부푸는 것을 손으로 느낀다. 들숨의 길이는 넷을 세는 정도.
③ “이제 입으로 후~ 하고 바람을 길게 빼 보자”고 하며 날숨을 쉰다. 날숨의 길이는 여섯을 세는 정도.
④ 이를 다섯 번 반복한다. 끝나면 평가하지 말고 다정하게 묻는다. “지금 몸이 어떤 느낌이야?”
날숨을 길게 쉬는 이 단순한 동작이 바로 미주신경을 깨우는 스위치다. 아이가 자라면 한 입을 음미하는 ‘먹기 명상’, 소리에만 귀 기울이는 ‘소리 명상’으로 넓혀도 좋다. 명상에서 중요한 건 길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같은 시간에 반복하는 정성이다.
오늘 저녁부터 단 1분, 스마트폰을 끄고 아이와 숨을 나누며 마음의 풍선을 불어 보시길. 그 한 번의 들숨과 날숨이 아이 안의 브레인폰을 켜는 가장 다정한 스위치다.
글_이진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웰니스어린이병원 원장
참고문헌
1. Oxford University Press. Word of the Year 2024: ‘brain rot’. 2024.
2.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4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2025. (국가승인통계 제120019호)
3. World Health Organization.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sedentary behaviour and sleep for children under 5 years of age. Geneva: WHO; 2019.
4. Kim SH, Baik SH, Park CS, et al. Reduced striatal dopamine D2 receptors in people with Internet addiction. Neuroreport. 2011;22(8):407–411.
5. Park HS, Kim SH, Bang SA, et al. Altered regional cerebral glucose metabolism in Internet game overusers: an 18F-FDG PET study. CNS Spectrums. 2010;15(3):159–166.
6. Castelo N, Kushlev K, Ward AF, Esterman M, Reiner PB. Blocking mobile internet on smartphones improves sustained attention, mental health, and subjective well-being. PNAS Nexus. 2025;4(2):pgaf017. doi:10.1093/pnasnexus/pgaf017.
7. Bonaz B, Bazin T, Pellissier S. The vagus nerve at the interface of the microbiota-gut-brain axis. Frontiers in Neuroscience. 2018;12:49. doi:10.3389/fnins.2018.00049.
8. Laborde S, Allen MS, Borges U, et al. Effects of voluntary slow breathing on heart rate and heart rate variability: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2022;138:104711. doi:10.1016/j.neubiorev.2022.104711.
9. Graziano P, Derefinko K. Cardiac vagal control and children’s adaptive functioning: a meta-analysis. Biological Psychology. 2013;94(1):22–37. doi:10.1016/j.biopsycho.2013.04.011.
10. Lee YC, Chen CR, Lin KC. Effects of mindfulness-based interventions in children and adolescents with ADHD: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CTs. Int J Environ Res Public Health. 2022;19(22):15198. doi:10.3390/ijerph192215198.
11. Zhang Z, Chang X, Zhang W, Yang S, Zhao G. The effect of meditation-based mind-body interventions on symptoms and executive function in people with ADHD: a meta-analysis of RCTs. J Atten Disord. 2023. doi:10.1177/10870547231154897.
12. Jang JH, Jung WH, Kang DH, Byun MS, Kwon SJ, Choi CH, et al. Increased default mode network connectivity associated with meditation. Neuroscience Letters. 2011;487(3):358–362. doi:10.1016/j.neulet.2010.10.056.
13. Kang DH, Jo HJ, Jung WH, Kim SH, Jung YH, Choi CH, et al. The effect of meditation on brain structure: cortical thickness mapping and diffusion tensor imaging. Social Cognitive and Affective Neuroscience. 2013;8(1):27–33. doi:10.1093/scan/nss056.
14. Bowden D, Gaudry C, An SC, Gruzelier J. A comparative randomised controlled trial of the effects of brain wave vibration training, Iyengar yoga, and mindfulness on mood, well-being, and salivary cortisol. 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2012;2012:234713. doi:10.1155/2012/234713.
15. 이승헌. 《브레인폰을 켜라》. 서울: 한문화;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