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느려지거나 오류를 일으킬 때 우리는 전원을 껐다 다시 켠다. ‘리부트(Reboot)’다. 이는 단순히 멈췄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류를 정리하고 시스템을 다시 작동시키는 과정이다. 크리스틴 윌르마이어의 《브레인 리부트》와 한문화 편집부의 《브레인 리부트》는 같은 제목을 내걸었지만, 뇌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해답을 내놓는다.
왜 우리는 지금 뇌를 재부팅해야 할까?
최근 서점가에서는 뇌과학과 뇌 건강, 기억과 감정,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역량 등을 다룬 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뇌는 더 이상 일부 과학자의 연구 대상에 머물지 않고, 건강과 교육, 자기계발, 삶의 방식 전반을 설명하는 주요 화두가 됐다.
뇌는 생존에 꼭 필요한 기관이자 우리의 삶 전반을 관장하는 장기다. 전 세계적으로 뇌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몰랐던 기능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지만, 뇌는 여전히 많은 부분이 비밀에 싸여 있다.
한편에서는 고령화와 치매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늙지 않는 뇌, 건강한 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생성형 AI가 기억과 계산, 글쓰기와 정보 검색까지 대신하면서 인간의 뇌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두 권의 《브레인 리부트》는 각각 뇌 노화와 AI의 확산이라는 서로 다른 변화에 응답한다.
두 책은 모두 뇌가 한 번 형성된 뒤 고정되는 기관이 아니라고 본다. 나이와 환경, 경험에 따라 기능이 약화할 수 있지만, 새로운 경험과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다시 변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뇌를 바꾼다는 것은 생활 습관과 사고방식, 나아가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일과 맞닿아 있다.
두 책은 공통으로 ‘뇌는 변화할 수 있다’라는 '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을 전제로 한다. 뇌가 주어진 상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활 습관과 경험, 훈련에 따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관점을 공유하는 것이다. 다만 무엇으로부터 뇌를 리부트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답을 내놓는다.
▲ 크리스틴 윌르마이어, 《브레인 리부트: 죽을 때까지 늙지 않는 두뇌의 비밀》, 부키, 2023
뇌는 고정돼 있지 않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크리스틴 윌르마이어는 나이와 관계없이 뇌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일상의 작은 변화를 강조한다. 식사,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일상적 습관을 통해 인지 건강과 뇌 기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둔다.
윌르마이어는 프로 미식축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스포츠가 인지 손상에 끼치는 영향을 밝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식이 조절과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인지 훈련 등 비침습적인 생활 관리가 뇌 건강과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책에는 파킨슨병을 앓았던 아버지께 이 방법을 권했던 자신의 경험도 소개한다. 윌르마이어는 아버지가 생의 마지막 시기까지 비교적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했다고 회고하며, 이 경험을 누구나 뇌 건강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는 메시지로 연결한다.
▲ 한문화 편집부, 《브레인 리부트: AI 시대를 압도할 미래 지능의 핵심, 뇌활용의 기술》, 한문화, 2026
반면 한문화 편집부의 《브레인 리부트》 AI 시대에 인간 고유의 뇌 역량의 필요성을 말하며, 감각·몰입·성찰·사유·연결·공생이라는 여섯 가지 인간 고유 역량을 강조한다. 이러한 능력들은 AI가 온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역량으로, 여기에서 AI 시대 인간의 가능성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이 여섯 가지 역량을 추상적인 가치로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목표를 선택하며 행동을 지속하는 ‘뇌 운영(Brain Operating System)’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명상과 브레인트레이닝으로 감각을 깨우고 몰입과 성찰의 힘을 기르며, 이를 타인과 공동체를 향한 연결과 공생으로 확장하자는 것이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서로의 가능성을 넓히며 함께 공존하는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이 뇌를 가장 잘 활용하는 길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두 책은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브레인 리부트’를 말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윌르마이어가 수면과 운동, 영양, 스트레스 관리로 뇌의 기능과 활력을 회복하는 신체적 토대를 제시한다면, 한문화의 《브레인 리부트》는 그렇게 회복한 뇌를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묻는다.
감각하고 몰입하며, 자신을 성찰하고 깊이 사유하고, 타인과 연결돼 공생하는 삶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결국 두 책이 말하는 리부트는 기억력이나 집중력의 향상에 머물지 않는다. 건강한 뇌를 되찾고 그 뇌로 인간다운 삶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두 권의 책이 만나는 지점이다.
[기획] AI시대 인간의 가치를 묻다 (클릭)
— AI시대 '브레인 리부트'가 필요한 이유
[1편] 두 권의 《브레인 리부트》가 제안하는 서로 다른 뇌 활용법
— 뇌는 왜 다시 켜야 하는가
[2편]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의 가치
—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뇌의 6가지 능력
[3편] 인공지능의 시대, '뇌활용'
— 컴퓨터에 운영체제가 있듯, 뇌에도 운영체제가 필요하다
글. 전은애 수석기자 hspmaker@gmail.com